반복된 환자 폭행 사망에도 책임 부인한 반구대병원
공대위, 병원장·의료진 형사 고발… 정신장애 동료들, “울산시 방관은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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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반구대 정신병원에서 지적장애인 환자가 병원 내 폭행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장애인·인권단체들이 병원과 행정당국의 책임을 묻기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를 비롯한 당사자단체 및 2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울산 반구대 정신병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026년 1월 30일 울산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장 및 의료진에 대한 형사 고발과 함께 울산시의 관리·감독 책임 방기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번 사망 사건은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공대위에 따르면 2024년 7월, 사회복지법인 동향원이 운영하는 반구대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지적장애인 환자가 다른 환자의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었고, 이후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같은 해 11월 끝내 사망했다. 병원이 보호와 치료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병원 안에서 발생한 중대한 폭력 사망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구대 정신병원에서는 이미 2022년 1월에도 동일한 폐쇄병동에서 지적장애인 환자가 다른 환자 두 명의 폭행으로 사망한 바 있다. 당시 수사 결과, 피해자는 목이 조이고 넘어뜨려진 뒤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 질식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들이 병원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사실은, 공대위가 지적하듯 폐쇄병동 환경 자체가 극단적인 상황을 낳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대목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가족 입장문 대독… “이건 사고가 아니라 구조의 책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2022년 사망 사건의 피해자 故 김두형 씨 유가족의 입장문이 공대위 공동위원장인 이한결 위원장에 의해 대독됐다. 유가족은 직접 참석하지 못한 상황에서 입장문을 통해 “사람이 죽었는데 병원에서 도착한 것은 ‘퇴원 처리’ 우편물이었다”며 “사망이 아닌 행정 절차로 오빠의 삶이 정리됐다”고 밝혔다.
입장문에는 당시 상황에 대한 유족의 문제의식도 담겼다. 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폭행이 장시간 이어졌음에도 의료진이나 관리자의 개입은 없었고, 폐쇄병동이라는 구조 속에서 피해자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수단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이 사건은 형사처벌로만 끝날 문제가 아니라, 병원 시스템과 이를 방치한 구조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방치된 병동, 작동하지 않은 보호체계
전직 종사자와 당사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반구대 정신병원 내 폐쇄병동에서는 환자 간 폭행이 일상적으로 발생해 왔고, 중증·경증 환자 분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인간적인 생활환경과 사실상의 강제노동이 관행처럼 이어졌으며, 문제 제기는 묵살되거나 내부에서 소거됐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김치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정신병원에서의 이 죽음은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사람을 가두는 구조가 만들어낸 예견된 결과”라며 “행정의 ‘적합’ 판정은 병원에 면죄부를 주었고, 병동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발언에 나선 정신장애 당사자 단체 활동가들은 폐쇄병동 구조 자체가 폭력을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강정욱 활동가는 “탈출할 수 없고 도움을 즉각 요청할 수 없는 공간에서 인력도 부족하다면 폭력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결과”라며, 환자 간 폭력을 개인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방정신보건연구회 배진영 회장도 “병원은 우리를 비정상이라 규정하지만, 스스로를 방어할 최소한의 수단조차 허용하지 않는 공간이야말로 비정상”이라며 병원과 행정당국의 책임을 물었다. 이어 배 회장은 ”병원이라는 탈을 쓰고 사람들을 아무렇게나 가두고, 폭력을 방관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저런 곳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우리 당사자들을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밝히며 울산시청과 울산경찰청에 대한 마지막 믿음을 전했다.
인권위 권고와 직권조사 거부, 그리고 행정의 침묵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2018년 반구대 정신병원 병동 내 배식·간병 과정에서의 노동 착취 문제에 대해 시정 권고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병원은 2025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울산광역시는 정기 지도·점검에서 해당 병원에 대해 ‘적합’ 판정을 유지해 왔고, 반복되는 사망 사건 이후에도 구조 개선이나 책임자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대위는 이러한 상황을 “관리·감독 책임의 방기”라고 규정했다.
기자회견 직후 공대위는 울산광역시 시민건강과 및 울주군 보건소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울산시는 면담 과정에서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에는 한계가 있으며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민관 합동 조사나 탈원화 전환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공대위는 장애인 학대 사망 사건의 경우 지자체가 조사와 조치를 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절차조력,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신고, 환자안전법상 사망 보고 의무 등 현행 제도에 따른 행정 책임을 짚었다.
이 과정에서 울산시 관계자들은 관련 제도와 의무를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고, 공대위의 설명 이후 “확인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대위는 면담 결과 울산시가 △반구대 정신병원 사망 사건과 관련한 법적 신고·조치 여부를 확인하고 △2월 중 국가인권위원회·보건복지부 합동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으며 △민관 합동 조사기구 구성에 대해서는 ‘적극 검토’ 수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공대위의 질의에 대해 2월 13일까지 공식 공문으로 답변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고발과 요구: 책임 규명과 탈원화 전환
공대위는 이러한 반복된 사망과 병원의 대응을 단순한 관리 미흡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으로 판단하고, 병원장과 당직의, 간호사를 업무상과실치사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울산경찰청에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환자 간 폭행을 예견하고도 이를 방치한 관리 책임, 응급 상황에서의 의료 대응 지연,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감독 없이 사실상 사망 판단이 이뤄진 정황 등 무면허 의료행위 의혹이 담겼다.
고발장에 따르면 2022년 사망 사건 당시 폐쇄병동에서는 환자 간 폭행이 장시간 반복됐음에도 의료진의 개입이 없었고, CCTV 영상에는 피해자를 분리·보호하려는 조치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공대위는 이를 두고 “의료기관으로서 환자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보호해야 할 기본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병원장에 대해서는 병동 인력 배치, 환자 분리, 응급 대응 체계 등 병원 운영 전반을 총괄·관리할 책임이 있음에도 폭력이 반복되는 구조를 방치해 왔다는 점에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정신병원이라는 이유로, 폐쇄병동이라는 이유로 환자의 생명권과 기본권이 유예될 수는 없다”며, 반복되는 병원 내 사망 사건을 더 이상 행정 지도나 개선 권고 수준에서 다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동선언문을 통해서도 “정신병원에 수용된 사람의 생명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책임 인정과 실질적인 조치가 이루어질 때까지 대응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대위 관계자는 “부천 정신병원 사망사건 이후 2024년 보건복지부가 격리 및 강박에 관한 전국 실태조사를 통해 지침 위반이 대거 확인됐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를 보아 위반을 봐주는 보건복지부에 대한 신뢰 회복은 어렵다”라고 밝히며 “공대위 차원에서 반구대병원 피해자를 찾고 피해자를 지원하고자 한다. 반구대병원의 피해자와 유족, 공익 제보자와 함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묻고 치료 기능을 상실한 현대판 아우슈비츠를 폐쇄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사회복지법인 동향원 및 울산 반구대병원에 관련한 피해자와 유족 그리고 공익 제보는cowalk1004@daum.net, 070-8666-4055로 연락하면 된다.
사회복지법인 동향원 및 울산 반구대병원에 관련한 피해자와 유족 그리고 공익 제보는cowalk1004@daum.net, 070-8666-4055로 연락하면 된다.
작성자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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