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보장법 국회 통과, “시혜 넘어 권리의 시대 열리나” > 국내소식


장애인권리보장법 국회 통과, “시혜 넘어 권리의 시대 열리나”

장애영향평가·종합계획 등 추진 근거 마련…후속 입법과 집행력 관건

본문

▲제434회 국회 제07차 본회의에서 통과된 장애인권리보장법안(출처. 대한민국 국회)
 
장애인을 보호와 복지의 대상으로 보던 기존 관점을 넘어, 권리의 주체로 명확히 규정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장애계는 이번 입법을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하면서도, 법 제정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 후속 이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통과된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신을 국내 법체계에 반영한 장애인 정책의 기본법이다. 장애등급제 폐지, 지역사회 자립생활 확대 등 변화한 정책 환경을 반영하고, 여러 장애 관련 법률에 흩어져 있던 권리 보장 체계를 종합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제정됐다.
 
장애를 ‘개인의 손상’ 아닌 사회와의 상호작용으로 정의
 
법은 장애를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특성만이 아니라 문화적·물리적·제도적 장벽 등 환경적 요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하는 상태로 규정했다. 이는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보는 인권·사회적 관점을 법률에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법·재정적 조치를 마련하고, 차별 방지와 권리구제 체계를 구축하며, 자립생활 지원을 추진해야 할 책무를 명확히 했다.
 
존엄권·평등권부터 이동권·정보접근권까지 명문화
 
법에는 장애인의 기본권으로 존엄권, 평등권, 자기결정권, 참정권, 정책결정 참여권이 담겼다. 이와 함께 생활안정 지원, 직업선택권, 건강권, 재활권, 자립생활권도 규정됐다.
 
이동 및 접근권, 정보접근권, 문화·예술 활동권, 체육활동권, 관광·여행·여가권, 사법접근권 등 일상 전반의 권리도 폭넓게 포함됐다. 장애인의 삶을 특정 복지 서비스가 아닌 시민으로서의 전 영역 권리로 본 것이다.
 
정책 실효성 높일 ‘장애영향평가’ 도입
 
이번 법은 선언적 권리 규정에 머무르지 않도록 정책 실행 기반도 담았다. 정부는 5년 단위 장애인정책종합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3년 주기의 권리보장 실태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특히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가 장애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점검하는 ‘장애영향평가’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장애계는 이를 통해 정책 수립 단계부터 장애인의 권리가 고려되는 체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이 통과된 당시 장애계의 반응 (출처. 대한민국 국회)
 
장애계 “늦었지만 큰 진전…이제는 이행의 시간”
 
장애인권대학생청년네트워크는 24일 성명을 내고 “이번 법 제정은 오랫동안 미뤄져 온 과제를 현실로 만든 성과”라며 “장애인은 더 이상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라는 사회적 기준이 세워졌다”고 환영했다.
 
이어 “특히 청년 장애인의 삶은 교육·문화·고용·주거·건강 영역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못했다”며 “종합계획, 실태조사, 통계 구축, 후속 제도 설계 과정에서 청년 장애인을 분명한 정책 주체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도 “오래 걸린 입법이었던 만큼 이제는 분명한 이행으로 답해야 한다”며 장애영향평가, 장애인지예산, 자립생활 지원체계 등 후속 제도의 신속한 정비를 요구했다.
 
한국장애인연맹 역시 “대한민국 장애인 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라며 “장애를 더 이상 보호나 시혜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권리의 문제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법 통과는 시작…예산과 제도 뒷받침 관건
 
장애계 안팎에서는 이번 법이 장애인의 권리를 국가 운영의 기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실제 변화는 하위법령 제정과 예산 확보, 정책 집행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리 선언이 현실이 되려면 주거·돌봄·의료·이동·활동지원·소득보장 등이 지역사회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고, 무엇보다 장애인 당사자가 정책 결정과 집행, 평가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애인권리보장법 통과로 한국 사회는 이제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할 제도적 기준을 갖추게 됐다. 장애계는 법 통과 이후 실제 정책 집행과 제도 개선을 통해 권리 보장이 현실화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작성자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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