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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넘어 만남으로, 제4회 오티즘엑스포

전시 부스와 문화공연, 강연이 어우러진 박람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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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오티즘엑스포 행사의 모습, 행사가 진행된 이틀 동안 2만 여명이 행사장을 드나들었다.
 
발달장애와 관련된 교육·복지·고용 정보를 한자리에서 나누고, 당사자의 문화예술 활동과 삶을 알리는 제4회 오티즘엑스포가 7월 10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다. 공연과 강연, 작품 전시와 체험 공간도 함께 마련됐다.
 
기자는 행사 첫날 오후 전시장을 찾았다. 발달장애인의 삶과 지원을 충분히 알고 방문한 것은 아니었다. 부스를 하나씩 둘러보고 설명을 들으며,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활동과 필요를 알아가고자 했다.
 
웃음소리에 이끌려 만난 이룸학교
 
전시장에 들어서자 관람객들의 대화와 공연 음악, 부스에서 활동을 소개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통로를 따라 걷던 중, 입구 오른쪽에서 유난히 큰 웃음과 박수가 들렸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한 곳은 사회적협동조합 이룸이 운영하는 이룸학교 부스였다.
 
이곳에서는 OX퀴즈가 진행 중이었다. 참가자가 부스 안의 구성원 한 명을 고르면, 선택된 사람이 이룸학교와 관련된 문제를 냈다. 선생님이나 대표뿐 아니라 발달장애인 당사자도 출제자로 나섰다. 당사자들은 문제를 내고 참가자의 호응을 이끄는가 하면, 피켓을 들고 행사장을 돌며 직접 부스를 알리기도 했다.
 
▲이룸학교 부스 운영 모습
 
보이지 않던 필요를 직접 생각해보다
 
행사장 안쪽에는 교육과 일자리뿐 아니라 감각과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부스가 이어졌다. 윤택이엔지는 감각 자극에 대한 부담이나 자기조절의 어려움처럼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필요를 돕는 제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기자는 장애인을 위한 물리적 지원이라고 하면 휠체어나 경사로를 먼저 떠올려왔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몸을 감싸거나 압력을 전달해 안정감을 돕는 도구도 중요한 지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어려움에도 구체적인 물건과 환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오티즘 센서리 프렌들리 존에서는 이러한 감각적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체험이 마련됐다. 헤드셋을 쓰자 여러 방향에서 들리는 소리가 크고 복잡하게 겹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설명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계속 신경이 쓰였다.
 
이 체험만으로 발달장애인마다 다른 감각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생활 소리와 주변의 움직임이 누군가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반대로 몸을 감싸는 안정용 의자에 앉자 무거운 이불을 덮은 것처럼 편안했다. 식사와 먹거리, 화장실 등 일상생활을 발달장애인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는 제품과 안내도 마련돼 있었다.
 
 
일자리와 창작으로 이어진 활동들
 
찬솔사회적협동조합 ‘늘품’ 부스에서는 환경과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연결한 활동을 만났다. 찬솔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발달장애인 교육에 쓰이는 물품을 만들고, 제작 과정에도 발달장애인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었다.
 
찬솔이 운영하는 카페에서는 장애인 직원이 매장 관리와 매니저 역할까지 맡는다는 설명도 들었다. 기자는 장애인 일자리라고 하면 취업 기회를 마련하는 일부터 떠올려왔다. 하지만 취업 이후에도 노동자가 경험을 쌓고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게 됐다.
 
행사장 한쪽의 오티즘아트갤러리에는 여러 발달장애 예술인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서 걸음을 늦추거나 가까이 다가가 그림을 살폈고,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누가 어떤 장애를 가졌는지를 먼저 설명하는 공간이라기보다, 각기 다른 표현을 담은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장에 가까웠다.
 
인근 오티즘마켓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제작에 참여한 빵과 과자, 생활용품과 굿즈 등이 판매됐다. 제과제빵 제품을 판매하는 단체만도 여러 곳이었고, 윙장애인보호작업장도 그중 하나였다. 갤러리와 마켓에서 당사자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인이자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로 관람객과 만나고 있었다.
 
▲찬솔사회적협동조합 김인환 대표가 관람객에게 부스를 설명해주고 있다
 
공연과 이야기로 이어진 또 다른 만남
 
부스와 전시 공간을 둘러보는 동안 무대에서도 다양한 공연이 이어졌다. 성남시맘소리합창단과 한국무용 공연이 펼쳐졌고, 안치환 가수의 무대에서는 객석의 박수와 환호가 더욱 크게 이어졌다. 통로를 지나던 관람객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무대를 바라봤다.
 
공연을 지켜보며 오티즘엑스포가 정보를 얻는 공간인 동시에 함께 무대를 즐기는 축제의 자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느꼈다.
 
오티즘톡스에서는 박수현 작가의 ‘다름과 느림의 가치로 함께 웃는 가족: 박수현 작가의 오티즘 하우스’가 진행됐다. 박 작가는 전문용어나 제도를 앞세우기보다 가족이 실제로 살아오며 겪은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관람객들은 그의 말에 집중했고, 일상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함께 웃으며 공감하기도 했다.
 
▲(좌) 안치환 가수가 공연하고 있는 모습 (우)박수현 작가가 강여하고 있는 모습
 
각자의 속도로, 한마음으로 즐기다
 
행사장을 걸으며 자주 보인 것은 발달장애 당사자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부스를 둘러보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관심 있는 곳에 멈춰 체험에 참여하고, 원하지 않는 곳은 지나치며 자신의 속도로 행사장을 살펴보고 있었다.
 
특히 가족들이 당사자를 곧바로 부스로 이끌기보다 “여기는 이런 것을 하는 곳이네. 한번 해볼래?”라고 먼저 설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당사자가 참여하겠다고 하면 함께 들어갔고, 원하지 않으면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지원은 누군가의 결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답을 기다리는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물고 쉬는 환경까지 살펴보니
 
행사장은 오후 내내 사람들로 북적였다. 곳곳에서 활동을 설명하는 목소리와 음악, 관람객들의 웃음과 박수가 이어졌고, 사람들은 관심 있는 부스를 찾거나 체험에 참여하며 행사를 즐겼다.
 
이동 과정에서 큰 불편은 느끼지 않았고 관계자들도 대체로 친절했다. 다만 인기 있는 부스에는 통로까지 사람들이 모였고, 원하는 공간을 찾으려면 배치도를 살펴야 했다.
 
휴식 공간은 전시장 뒤편 카페 주변에 모여 있었다. 처음부터 눈에 잘 들어오는 위치는 아니었지만 실제로는 많은 관람객이 테이블과 휴식 공간에서 쉬고 있었다. 휴식 공간을 마련하는 것뿐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도 중요해 보였다.
 
 
행사장을 나서며 남은 장면들
 
오후 무렵 행사장을 나설 때는 부스마다 받은 굿즈와 간식, 여러 선물이 쌓여 양손이 무거워져 있었다. 장애와 관련해 이처럼 많은 단체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행사를 직접 둘러본 것은 처음이었다. 관심이 간 단체의 이야기를 더 듣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다.
 
하지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행사의 규모나 손에 들린 물건만은 아니었다. 이룸학교에서 문제를 내고 관람객을 맞던 당사자, 작품과 제품으로 사람들과 만난 이들, 자신이 참여할지를 결정하며 가족과 행사장을 걷던 모습이었다.
 
기자는 이날 부스와 공연, 강연을 둘러보며 발달장애인의 삶이 교육이나 복지라는 한두 가지 말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갔다. 그 안에는 노동과 창작, 가족과 관계, 감각과 휴식, 선택과 참여가 함께 있었다.
 
제4회 오티즘엑스포는 발달장애인을 누군가가 대신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당사자가 자신의 활동과 삶을 여러 모습으로 드러내며 사람들과 만나는 공간이었다. 이날의 만남이 행사장 안에서 끝나지 않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일상을 조금씩 바꾸는 계기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작성자글과 사진. 박수찬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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