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작업시설 화장실에서 시작된 ‘작은 파업’… 연극 <크립스> 9월 개막
9월 16~20일 모두예술극장… 자막·음성해설, 터치투어, 이동지원 등 접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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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노동과 시설화, 시혜와 연민의 구조를 질문하는 연극 <크립스(Creeps)>가 오는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모두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기획·제작한 <크립스>는 뇌병변장애인 극작가 데이비드 프리먼(David Freeman)의 작품이다. 프리먼은 보호작업시설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캐나다 사회에 존재했던 장애인에 대한 제도화된 불평등과 낙인, 시혜적 연민의 구조를 작품에 담았다.
작품의 배경은 1970년대 캐나다의 한 장애인 보호작업시설이다. 뇌병변장애인 피트, 톰, 샘, 마이클은 물리치료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벽돌을 사포로 문대고, 카페트를 짜고, 박스를 접는 일을 반복한다. 이들은 무의미하고 지긋지긋한 작업 시간을 피해 남자화장실 문을 걸어 잠근다.
시설장의 총애를 받아 사무실로 자리를 옮긴 짐의 간섭과 관리인 손더스의 잔소리에도 네 사람은 화장실을 떠나지 않는다. 장애인의 노동을 이용하는 작업시설과 ‘자선’이라는 이름으로 연민과 동정을 보내는 후원단체를 비웃으며 자신들만의 작은 ‘파업’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톰은 시설을 떠나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겠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오래전부터 화장실 바깥에서 유령이나 이명처럼 들려오던 목소리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크립스>는 노동의 능률과 생산성을 기준으로 사람의 몸과 마음을 평가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을 사회 밖으로 밀어내는 구조를 장애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낸다. 특히 장애인을 보호와 시혜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시설과 자선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노동과 삶에 대한 자긍심과 분투를 그린다.
초연으로부터 50여 년이 흐른 뒤 한국에서 공연되는 이번 작품은 원작이 제기한 장애와 시설화의 문제를 현재의 한국 사회로 확장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는 제도적 차별뿐 아니라 계급과 젠더, 인종, 섹슈얼리티 등 여러 정체성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위계와 관계에도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강보름이 연출을 맡고 백우람, 신강수, 양대은, 유두선, 정나무, 홍성훈이 출연한다. 장애 관객의 공연 관람을 위한 접근성 지원도 마련된다. 모든 회차에 휠체어석과 한국어 자막해설이 제공되며, 수어통역은 제공되지 않는다. 공연 기간 동안 로비에서는 수어와 필담(문자)을 통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모든 회차에 이동지원도 신청할 수 있다. 사전 신청한 관객을 대상으로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에서 공연장까지 스태프가 이동을 지원한다.
시각장애 관객을 위한 터치투어는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공연 시작 전에 진행된다. 시각장애 관객과 동반인 1인까지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같은 기간 공연에는 위스퍼링(속삭임) 방식의 음성해설도 제공된다. 음성해설 좌석은 A열 1~4번과 B열 1~4번으로, 시각장애 관객에 한해 예매 및 신청할 수 있다.
9월 19일 공연 종료 후 열리는 관객과의 대화에는 실시간 문자통역이 제공된다. 이밖에 9월 16일 공연 종료 후에는 모두라운지에서 ‘라운지 스몰톡’이 진행된다.
공연은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총 5회 진행된다. 수·목·금요일은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은 오후 3시에 시작하며 러닝타임은 쉬는 시간 없이 130분이다. 관람연령은 15세 이상이며 관람료는 전석 3만 원이다.
8월 3일부터 14일까지 예매한 조기 예매자에게는 관람료 40%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그 밖의 할인 및 예매 관련 사항은 모두예술극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매 및 접근성 관련 문의는 전화(02-760-9771) 또는 문자(010-9800-9762)를 통해 가능하다.
작성자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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