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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사회적 장애인 당사자의 완전한 지역사회 통합을 추구하는 국제조직 TCI-Global

글로벌 장애 이슈 - 국제장애인단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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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세계장애인대회에서는 ‘심리사회적 장애인과 탈시설화’를 주제로 한 병행세션이 진행되기도 했다. 본 세션에서는 UN탈시설가이드라인의 소개, 일본 변호사협회 결의에 의한 심리사회적장애인 탈시설 추진전략 등의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그 중 <함께걸음>에서는 세계 곳곳에 있는 당사자들과 지역사회 통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TCI(Transforming Communities for Inclusion)-Global이라는 단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TCI-Global은 심리사회적 장애가 있는 당사자 바가비 다바르(Bhargavi Darvar)가 조직한 단체이다.
 
‘심리사회적 장애’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 1조에서 의료 모델의 기존 장애 개념을 탈피해 인권적·사회적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한 용어이다. 다시 말해, 심리사회적 장애는 병원의 진단에 관한 것이 아닌, 정신건강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직면할 수 있는 심리학적·사회문화적 장애 요소 간 상호작용에 의해 사회참여를 저해 받는 의미로서 사용된다. 따라서 이 장애 안에는 신경다양성인, 자폐인, 정신의학 사용자 및 생존자, ‘미친’ 사람, ‘불안정한’ 사람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으며 TCIꠓGlobal 단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식 명칭이므로 <함께걸음>에서도 이를 존중하여 이 글에서는 정신장애,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심리사회적 장애인’으로 호칭한다.
 
정신보건 시스템의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 국제조직으로 이어져
TCI-Global은 심리사회적 장애당사자들의 인권과 완전한 자유가 실현되는 사회를 위해 일하며 특히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비전과 가이드라인에 의거하여 활동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60개국에 200여 명의 회원들이 있고 50여 개의 단체들과 함께하고 있다. 
 
TCI가 생기기 전에는 ‘Bapu Trust’라는 조직이 있었는데 이는 조직의 창시자인 바가비 다바르의 어머니이름을 따서 만든 단체이다. 그의 어머니는 정신보건 시스템의 희생자였다. 이 조직에서 정신 담론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오다가 2013년도에 국제장애인연맹(IDA)의 지원을 받아 심리사회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다양한 옹호자들이 함께 연대하여‘Transforming Communities for Inclusion – Asia’ 워크샵을 개최하였다. 이는 2014년 방콕에서 TCI Asia로 출범되었고 2018년에는 TCI Asia Pacific으로, 나아가 2020년에는 CRPD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국제조직으로 등록되었다.
 
↑TCI-Global 단체 활동 사진(사진 출처. TCI-Global 홈페이지)
 
전 세계의 심리사회적 장애인들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도모하기 위한 역량강화 활동 펼쳐
TCI-Global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각국의 심리사회적 장애인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리더들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이다. 각국의 당사자 리더를 찾아내고, 그를 중심으로 더 많은 당사자들을 장애인단체로 조직화하며 후원자와 연계하는 일까지 진행된다. 초기에 리더가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달에 600달러씩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 단체가 지원한 펠로우들이 각국의 입법활동에 참여하고 지역사회의 모든 주류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한다. 단체는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스리랑카, 태국, 우간다, 피지, 네팔 등에 당사자 리더를 양성한 바 있으며 이들의 활동내용은 TCI-Global 홈페이지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TCI-Global에서는 당사자들의 역량을 강조하기 위해서 용어를 새롭게 정립한다. 가령, ‘Peer Support(동료상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Inclusion(통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동료상담’이라고 했을 때는 각국의 정신과 의사들이 개입할 근거를 제공하게 된다. 그들은 ‘의사 없는 상담은 불법적이고 가능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합’이라고 했을 땐 정신과 의사들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모든 활동들을 ‘Inclusion Work’라고 통칭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Inclusion Work’은 CRPD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고용, 교육, 주거, 사회보호 등 모든 것이 포괄된다. ‘심리사회적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누리는 모든 것을 우리 당사자들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단체가 지향하는 ‘Full Inclusion’이며 그 안에는 정치 참여, 인도주의적 활동, 재난 상황, 성평등 이슈 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
 
당사자 중심의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 강조, ‘위기’가 찾아와도 병원 아닌 지역에서 해결해야
단체는 ‘성공적 사례’에 대해 ‘심리사회적 장애인들이 주류서비스에 모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병원, 의료시스템에서 벗어나서 지역사회 안에서 지원체계를 확충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이들의 활동이 잘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Community Support System). 이것을 사회적 자본이라고도 부르는데 가령, 당사자가 지역사회 안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게 됐을 때 'circle of care to'가 작동하는 것이다. 당사자가 신뢰하는 사람들, 가까이에서 물리적, 정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원 안에 들어오게 된다.
 
형태를 봤을 땐 핀란드에서 진행하는 ‘오픈다이얼로그1)’ 프로그램과 유사하지만 TCI-Global에서는 이를 지역사회 기반의 오픈다이얼로그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지향점은 비슷하지만 이‘circle of care to'는 정신보건 체계가 아니라 지역사회 시스템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며 위기상황에 있는 당사자를 중심으로 가족, 이웃, 정책결정자, 경찰, 여성단체, 종교지도자, 지역활동가 등을 모두 다 초청해서 이들만의 다이얼로그를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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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픈다이얼로그(열린대화)'는 1980년대 북유럽 핀란드 라플란드 지역에서 처음 사용된 기법으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응급 상황일 때 병원으로 바로 보내지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안에 ‘회의’를 개최하여 민주적인 대화를 통해 회복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이 취지이다. 이 ‘회의’에는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 전문요원, 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하며 당사자가 경험한 위기상황에 대한 의견을 듣고 그 지원을 모색한다. 이때 당사자는 위기상황에서 명료하게 자신의 상황을 드러낼 수 있도록 약물처치는 억제된다.
 
이들은 논의를 통해 일종의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언젠가 발생하게 될 갈등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약이다. 당사자도 가족도 서로 꼭 지켜주었으면 하는 것과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약속하고 그것을 기록한다. 이 계약은 법적 효력은 없지만 ‘원’ 안에서 함께 합의하고 논의하며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또 최소한 강제입원은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심리사회적 장애인에게 ‘위기’는 한 개인의 극복해야 할 영역(personal crisis)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해결해야 할 ‘지역사회의 위기(ecosystem crisis)'
의료모델에서 사회적모델로 나아가기 위한 장벽과 맞서야 할 것
“평생에 걸쳐 환청을 들어온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는 환청 들린 자가 위기상황에 있다고 보지 않아요. 위기는 당사자가 환청에 반응했을 때 생깁니다. 즉, 위기는 당사자 사람 주변에 있지, 그 사람 자체가 위기는 아닌 거죠. 그는 그가 언제나 하던 것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TCI-Global 사무총장 바가비 다바르의 말이다.
 
↑TCI-Global 사무총장 바가비 디바르
 
바가비 사무총장은 심리사회적 장애인들이 겪는 위기를 한 개인이 혼자서 견뎌내고 극복할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해결해야 함을 여러 번 강조하며 의료적 모델의 탈피를 방해하는 것들과 끊임없이 싸워나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나라에는 정신건강법이 있어요. 명칭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어느 나라든 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입원 또는 입소를 강제하는 근거법령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참 이상한 일이에요.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에게는 별도의 법을 만들지 않으면서 왜 정신장애인에게만 특정 법을 만들었을까요? 이것은 구시대의 ‘Lunatic Act(정신병자 법)’과 식민역사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200년의 역사가 설명해주죠.”
 
“WHO(세계보건기구)가 의료모델을 포기하지 않고 정신건강법의 통과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는 지점도 주목해 볼 만한 부분입니다. 가나와 나이지리아에는 정신보건과 관련된 법이 전혀 없었는데요. WHO가 해당 법안이 통과되도록 촉진했어요. 제가 이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들었습니다.”
 
TCI-Global 사무총장 바가비 다바르, ‘한국에서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사법입원제도의논쟁 우려되는 부분 많아...
해외 법안이나 사례를 따르기 보단 한국의 고유 문화 속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바가비 사무총장은 최근 국내에서 발생된 흉기난동 사건과 법무부에서 발표한 사법입원제도 도입에 관한 내용을 듣고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범죄와 정신장애 이슈는 벌써 몇 년째 계속 이슈화가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장애가 있는 사람이든, 장애가 없는 사람이든 모두 다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해요. 누군가 범죄를 저지르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재판을 받는 것이죠. 성폭행을 저질렀으면 그에 맞는 형량을 받으면 되는 것이고요. 이게 일반적인 사법절차의 흐름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사법입원제도와 관련하여서는 개인적으로 당사자들에게 ‘인권기반 입원제도’와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형태의 입원은 폭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사법입원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가 재판절차에 서게 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회의적인 입장이에요.
 
한국 사람들이 강제입원과 사법입원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발표한 탈시설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면 차악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여지가 있겠지만 이제는 탈시설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것을 기반으로 하면 강제입원도 사법입원도 대안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에 현존하는 정신건강복지법, 정신보건체계는 그렇게 오래된 역사가 아닐 것입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 이후 그 영향을 이어받아 생기게 되었을텐데요. 이번 계기로 냉정하게 다시 한 번 관련 법안을 들여다보고 한국의 고유문화 속에서 심리사회적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통합 문제를 풀어나갈 방안을 찾아보길 바라겠습니다. 언제든 저와 저희 단체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작성자글과 사진. 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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