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PD 20주년 맞은 한국 장애계, 국제사회와 다음 20년을 논하다 > 해외소식


CRPD 20주년 맞은 한국 장애계, 국제사회와 다음 20년을 논하다

COSP19서 탈시설·AI·민주주의 의제 제안…국제 장애인권 논의 주도

본문

▲사이드이벤트1: "장애와 디지털포용"이 유엔 뉴욕 본부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습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채택 20주년을 맞아 열린 제19차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회의(COSP19)에서 한국 장애계가 탈시설과 자립생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포용, 민주주의와 장애인 참여를 핵심 의제로 제시하며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개발협력연대 DAK SDGs10(장애) 분과 회원단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 장애인단체 참가단은 지난 6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COSP19에 참석해 시민사회포럼(CSF) 발언, 사이드이벤트 개최, 본회의 일반토론 참여, 국회의원-시민사회 간담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 주요 참여단체: 한국장애포럼(KDF), 한국장애인재활협회(RI Korea),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단법인 엔젤스헤이븐, 주식회사 컨텐츠다, 한국장애인개발원 등
 
이번 회의는 2006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채택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에 개최된 만큼, 지난 20년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과제를 모색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장애인권리보장법·자립생활 운동 성과 국제사회와 공유
한국 참가단은 이번 회의를 통해 국내 장애인권 운동의 성과를 국제사회에 적극 알렸다. 특히 올해 제정된 장애인권리보장법은 복지 중심 정책에서 권리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법률로 주목받았다. 참가단은 해당 법이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탈시설 권리를 법률에 명시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와 경험을 공유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축적된 권리 보장 성과와 자립생활 운동의 발전 과정, 장애와 디지털 포용·민주주의 등 새로운 의제를 선도해 온 시민사회의 역할도 소개했다.
 
시민사회포럼서 AI 차별·청년 참여·탈시설 연대 강조
본회의에 앞서 열린 시민사회포럼에서는 한국 단체들이 세 개 세션에 참여해 다양한 주제를 발표했다.
 
한국장애포럼(KDF)은 아시아태평양 탈시설연대(AP-DI)의 활동 경험을 소개하며 국제연대가 장애인의 참여와 대표성을 확대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RI Korea)는 디지털 전환과 AI가 장애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루며 데이터 정의(Data Justice)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장애인이 AI 거버넌스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청년 장애인의 정치·사회 참여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RIDRIK)는 한국의 AI 채용 시스템과 복지 영역 사례를 바탕으로 AI 알고리즘 차별 문제를 국제사회에 제기했다. 특히 복지시설 내 AI CCTV 활용 사례와 장애 데이터 누락 문제를 소개하며, 장애인이 배제된 데이터와 의사결정 구조가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단체들은 이번 회의 기간 두 차례의 사이드이벤트도 개최했다.
 
6월 9일 열린 '장애 포괄적 디지털 발전' 행사에서는 국제장애인권연합(IDA) 호세 비에라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맡아 디지털 전환이 장애인 포용을 위한 핵심 조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과거 물리적 접근성 논의가 장애인권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았듯이, 앞으로는 디지털 접근성과 AI 접근성 역시 권리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대화 플랫폼 구축 필요성도 제기됐다.
 
▲사이드이벤트2: "장애와 민주주의: 현장 사진
 
이어 11일 열린 '장애와 민주주의: CRPD 20주년, 종이 위의 권리에서 실천되는 권리로' 행사에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 Committee) 마커스 쉐퍼 위원을 비롯해 한국, 네팔,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헝가리의 장애인권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발제자들은 CRPD가 지난 20년간 전 세계 장애인권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제한하는 법과 제도, 관행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없이 우리를 말하지 말라"…본회의서 한국 경험 공유
본회의 일반토론에서도 한국 시민사회는 활발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KODAF) 김동호 정책위원장은 지난 20년간 한국 자립생활 운동의 성과를 소개하며 전국 자립생활센터가 약 255개로 확대됐고,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는 9배, 관련 예산은 78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영연 센터장은 AI 시대의 장애 차별 문제를 주제로 발언하며 장애인의 AI 정책 결정 참여 보장과 장애 포용적 국제 AI 기준 수립, 차별 발생 시 명확한 책임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장애포럼은 자립생활센터가 장애인 당사자의 권익옹호와 협약 이행을 이끄는 핵심 기관이라고 강조하며, 센터의 독립성과 권익옹호 기능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회의원들과 후속 입법 과제 논의
회의 기간 중에는 COSP19를 방문한 김예지·서미화·최보윤 국회의원과 시민사회 간담회도 열렸다.
 
참가단은 국제사회 논의를 공유하며 장애인권리보장법 시행을 위한 후속 입법과 시행령 마련, 장애인복지법 전면 개정, 국제개발협력 예산 내 장애 포용성 확대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KOICA 등 국제개발협력 사업에서 장애 포용성을 강화하고 국제 장애협력을 위한 보건복지부와 외교부 차원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됐다.
 
국제기구·시민사회와 연대 확대…향후 공동사업 기반 마련
이번 COSP19는 공식 회의뿐 아니라 다양한 국제기구와 시민사회단체, 장애인 당사자 조직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국 참가단은 회의 기간 동안 유엔 기구와 국제 NGO, 각국 장애인단체, CRPD 위원회 위원들과 다수의 양자·다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통합교육, AI와 디지털 포용, 탈시설과 자립생활, 교차차별 등 다양한 의제를 중심으로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지역 장애인 당사자 단체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참가단은 이번 만남을 통해 국내 시민사회와 국제개발협력 기관, 유엔 산하 기구를 연결하는 다자협력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장애와 민주주의, 디지털 포용, 탈시설 등 주요 의제별 국제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향후 공동 연구와 정책 제안, 국제 캠페인 등 후속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확인했다.
 
참가단 관계자는 "국제회의의 의미는 단순히 발언에 그치지 않는다"며 "각국의 장애인 당사자와 시민사회, 국제기구가 직접 연결되고 협력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선주민·난민·의료조력사망…새로운 국제 의제 확인
이번 회의는 한국의 경험을 알리는 자리인 동시에 국제 장애계의 새로운 흐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참가단에 따르면 이번 COSP19에서는 선주민(Indigenous Peoples), 난민, 의료조력사망(Medical Assistance in Dying) 등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논의가 많지 않았던 의제들이 활발하게 다뤄졌다.
 
또한 국제개발협력(ODA) 예산 축소가 전 세계 장애인단체의 국제회의 참여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장애인 당사자의 국제사회 참여가 줄어드는 현상은 CRPD가 강조하는 참여 원칙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참가자들은 장애포괄적 개발협력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국제 의사결정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연대와 국내 변화 연결할 것"
한국 참가단은 이번 COSP19에서 구축한 국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오는 9월 국내에서 국제장애인권 컨퍼런스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CRPD 이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역 간·의제 간 격차를 분석하고, 국제개발협력을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장애포럼 최한별 사무국장은 "유엔 CRPD 20주년 현장에서 한국 장애계의 성과와 과제를 국제사회와 직접 나눌 수 있었다"며 "이번 참여를 계기로 국제 연대와 국내 입법 활동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리나 대외전략국장도 "AI와 디지털 전환 의제가 장애인권의 새로운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한국이 가진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 논의를 국내외 정책 변화로 연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작성자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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