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통 크게, 쥐꼬리만한 장애인예산은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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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노동뉴스]
지난해 결정된 부자감세 정책 때문에 세수 축소 규모가 정부 추정치로 따져도 2012년까지 약 33조원에 달한다. 매년 영구적 감세가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감세로 인한 재정 감소는 총 8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이것이 약 9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서라는 사탕발림으로 부자감세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이것이 경기 부양에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주류 경제학자들조차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여론도 뒤숭숭하고 정부 스스로도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이젠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며 이런저런 꼼수들을 부렸다. 하지만 그래보았자 새발의 피다.
한 예로, 법인세를 살펴보자. 지난 2008년 세제개편안에 의해 2012년까지 감세되는 법인세 규모는 모두 13조2000억원이다. 그런데 2009년 세제개편안으로 증가되는 부분은 1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미 13조2000억원을 깎아놓고 1조4000억원 올린다고 온갖 생색을 다 내고 있는 꼴이 우습지 않은가.
누누이 말했지만, 부자감세는 이명박 정부의 노골적인 계급정책이다. 한국은 지금 감세 이야기가 나올만한 계제가 아니다. 부자증세와 사회복지 지출 확대를 얼마만큼 하냐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져도 시원찮을 판이다. 좌파라서 그런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글로벌 스탠다드’ 떠드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진실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OECD 가입국이다. 지난 2005년 기준 한국의 사회복지 지출 규모는 당시 GDP인 7920억달러의 7.5%인 594억달러였다. OECD 평균은 무려 21.2%였으니 한국의 3배 수준이다. 무슨 북유럽 나라들처럼 하자는 것도 아니다. 평균만 따라가려 해도 13.7%인 1085억달러, 원화로 약 133조원을 사회복지 지출에 더 많이 써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사회보장 기여금을 대폭 늘린다고 해도 한 해 수십조원 이상의 증세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무슨 청개구리도 아니고 완전히 거꾸로 갔다. 4년간 100조원에 가까운 부자감세를 통 크게 밀어붙이더니 4대강 예산으로 그것도 수십조를 허투루 쓰겠다고 한다. 거기서 그치면 차라리 낫다.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복지예산은 온갖 토씨를 달아 한 푼이라도 더 깎기에 바쁘다. 그렇게 해서 몇 푼이나 세수 부족을 벌충할 수 있다고 말이다.
마침 사회당 장애인위원회를 포함하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19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2010년 장애인예산확보공동행동’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2010년 예산과 관련한 당정협의를 앞두고 있어서 무언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가구의 평균소득은 비장애인 가구의 절반 정도이며 장애인의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에 비해 의료비, 교육비 등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애인은 이중삼중의 생활고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장애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 책정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부자감세와 4대강에 쏟는 관심의 100분의 1만이라도 내보인다면, 장애인의 삶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부의 무관심은 도를 넘어 법조차 무시한다. 법에 따라 2012년까지 저상버스를 전체 버스의 50%까지 도입하기 위해서는 내년에 1800억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한데, 기획재정부는 고작 200억원 정도를 책정하고 있다. 특수교사 충원도 필수적인데, 내년에는 특수교사를 한 명도 늘리지 않겠다고 한다.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도 30만명이 넘는데 내년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을 2만7000명 기준으로 잡는다고 한다. 장애아동 재활치료서비스도 전체 장애아동의 30% 정도만 해당된다. 장애인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정부가 생색내는 것은 또 즐긴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가 장애인연금 제도의 시행을 놓고 ‘일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을 책임지고 보살피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장애인연금의 총액을 매월 13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서 결정하게 되면, 이는 현재의 장애수당과 큰 차이가 없어 그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또 장애인연금 제도에 명목상 3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지만, 장애수당 미지급 등으로 차감되는 예산을 빼면 실제 사용되는 예산은 2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조삼모사가 딱 들어맞는 말이다.
장애인계가 요구하는 전부를 내년 예산에 반영한다 해도 조 단위가 아니라 몇천억원에 불과하다. 100조원은 부자들한테 안겨주면서, 그 10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은 장애인들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100조원을 부자들한테 온전히 안겨주기 위해서 쥐꼬리만한 장애인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깎겠다는 것이다. 장애인계의 예산 확보 요구는 따라서 단순히 제 몫을 챙겨달라는 게 아니다. 부자감세에 저항하는 계급적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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