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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애인생활시설 인권침해, 지자체 법적 책임 강화해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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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걸음
쇠사슬로 묶여 있어야 했다.
유통기한이 언제인지도 모를 푸드뱅크 음식들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벌써 수개 월간 흙먼지 날리는 방에서 예닐곱 명 다닥다닥 붙어 생활했다.
시설장 아들 부부까지 와서 욕지거리를 해대며 공포스럽게 했다.
하지만 조사를 나왔던 공무원들은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시설장은 정부에게 8천만 원, 지자체에 700여만 원 지원도 받았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쇠사슬로 사람을 묶어 놓는 선교원

위 상황은 최근 인천시 ‘진리난민구제선교원(이하 선교원)’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이다.
지난 7월 10일 제보를 받아 찾아간 선교원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선교원은 정 목사가 18여년 전에 현재 소재지에 자리를 잡고 시작한 장애인 시설이다. 선교원은 지난 2005년 정부에게 8천만 원 지원을 받아 건물을 신축하면서 개인운영신고시설로 등록했다. 선교원 장애인 대부분 기초생활수급권자였기 때문에, 시설장 부부가 쥐락펴락한 수급비는 한 달 7천여만 원이나 됐다.
올해부터는 관할 군청에게 매월 약 110여만 원(인건비 약 80만 원 포함)도 지원받아 왔다.

그러나 정부 지원을 받아 신축한 건물은 작년 말까지 생활인들이 들어가지도 못한 ‘전시용’이었고, 팔순이 내일 모레인 시설장 부부 외에 상근 직원은 없었다. 선교원 장애인들은 신축 건물을 코앞에 두고도 사를 개조한 닭장 같은 곳에서 생활했다. 햇빛조차 잘 들지 않았고, 방바닥이나 창문 등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유통기한도 알 수 없는 푸드뱅크로 연명했으며, 변변한 옷가지도 신발도 없었다. 선교원 장애인 중 최 씨는 개 줄로나 쓰일 법한 쇠사슬에 발목이 묶여 용변 볼 때 외에는 하루 종일 갇혀 있어야 했다. 최 씨의 발목에는 쇠사슬 자국이 선연했고, 최 씨는 통증을 호소했다. 선교원은 면소재지에 있었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나 공무원들이 드나들었다. 그러나 선교원 장애인들의 일상과 의식주를 뻔히 보면서도 문제제기를 한 사람은 없었다.

최 씨가 묶여 있는 것을 본 자원봉사자는 “불쌍했지만 나돌아 다니니까”라고 했고, 공무원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교원은 18여년 동안 무사히(?) 기세를 확장하며 존재해 왔다.

시설생활인 수급비, 시설장의 생활비?

‘진리난민구제선교원’ 시설장은 인권침해 이외에도 선교원 장애인들의 수급비와 장애수당 등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선교원 시설장은 현 장애인 시설 관련 정책을 교묘히 악용했기 때문에 복지부의 시설 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앞서 밝힌 것처럼 선교원은 2005년 개인운영신고시설로 등록했다.
정부는 시설 확대와 양성화라는 목적으로 1997년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해 시설 운영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했고, 개인도 시설을 설치 운영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제공했다. 그러나 30인 이하 소규모 신고시설에 대한 기준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중대형 신고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미신고 시설만 대량 발생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미신고 시설에서 시설생활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수급비 횡령 등이 사회 문제로 불거졌다. 이에 정부는 다시 한 번 미신고 시설 양성화라는 목표로 2002년 5월 ‘미신고 복지시설 관리종합대책’을 시행했다.

‘미신고 복지시설 관리종합대책’은 기존 중대형 시설의 종사자 배치, 설비 규모 등 시설 기준을 대폭 완화해 개인이 운영하는 미신고 시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따라서 기존의 중대형 신고 시설인 ‘법인시설’과는 기준과 규모 등이 다른 개인이 운영하는소규모 신고시설이 대거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발생한 개인운영신고시설은, 지자체가 입소를 의뢰하는 법인시설과는 달리, 시설장과 입소하려는 장애인이 하는 민사계약에 의해 입소 이후 모든 것이 결정된다. 때문에 시설장은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되었다.

시설 안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라든가 수급비와 장애수당 관리를 시설장에게 위임한다라는 내용이 입소동의서에 포함되어 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입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절박한 처지에 놓인 장애인이 이를 거부할 수는 없다.

결정적인 한 가지가 더 있는데, 바로 ‘급여관리동의서’라는 것이다.
작년 초 복지부는 장애인들에게 급여관리동의서를 비치하도록 전국 읍면동사무소에 하달했다. 복지부는 장애 등의 이유로 급여관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파악되는 수급권자들에게 ‘급여관리동의서’라는 것을 받되, 급여관리 가능 여부는 지자체가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사회복지사나 이웃 등 사실상 아무나에게 권한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빌미로 관할 지자체에서는 개인운영신고시설장에게 시설 생활인 수급비와 장애수당 관리를 위임하고 있는데, 위임 이후 관리감독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A시설, 경남 마산의 B시설, 충북 청주의 C시설을 포함해, 이번 선교원 사건도 시설장에게 장애인들의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위임하는 현 구조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다.

    ▲ ⓒ전진호 기자 관할 군청, 지체장애인도 ‘정신불상’이라며 시설장에게 급여관리 위임해

선교원 현장에서 만난 면사무소 담당공무원은 얼마 전에 지출 내역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부와 영수증은 서로 맞춰볼 수 없을 정도로 관리가 엉망이었다. 이에 대해 활동가들이 항의하자, 담당공무원은 “장부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면사무소에서는 영수증조차 첨부되지 않은 장부를 보고도 문제없다고 판단했으며, 통장과 비교해보는 기본적인 회계 감사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출 내역을 증명조차 할 수 없는 장부를 내미는 시설장과 그것을 받아들고도 괜찮다고 한 담당공무원, 분노를 넘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활동가들의 영수증 분석 결과, 시설 장애인 수급비와 장애수당 외에 정기적인 수입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확인된 영수증 중 상당금액이 시설장 부부의 병원비, 신용카드 연체비, 대출이자, 시설장 부인 수고비, 교회 운영비 및 홍보비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상 선교원을 담당하는 군청도 이런 상황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매분기 3개월마다 급여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입출금내용을 확인토록 되어 있지만, 군청에서는 진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군청은 급여관리동의서에 지체장애인들도 ‘정신불상’이라고 기록해 급여관리를 시설장에게 위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관할 군청이 시설 장애인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점이다.
뿐만 아니라, 확인결과 선교원에서 생활한 지적장애인들에게는 당사자에게 급여관리 위임에 관한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시설장에게 일괄 도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설 문제, 지자체가 1차 안전망 역할 해야

이렇게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개인운영신고시설에서 위와 같은 사건이 계속 터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현재 이를 막을 만한 장치가 별로 없다.
개인운영신고시설이라는 곳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시설장과 계약을 해야 한다. 이 때 시설장이 제시하는 내용에 동의를 해야 하는데, 별 기준도 없는 ‘입소동의서’는 시설장에게만 유리한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관할 지자체는 개인운영신고시설에 입소한 장애인들의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사실상 시설장들에게 넘겨주고 이와 관련한 점검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시설 장애인들에게 돌아가고 있지만, 복지부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개인운영신고시설장들의 수급비나 장애수당 횡령, 인권침해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할 지자체의 역할을 의무화할 시스템이 절실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시설 장애인보다 월등한 권력을 가진 시설장에게 수급비 관리 권한을 주어서는 안된다. 수급비와 장애수당은 개인에게 지급하는 급여이므로 반드시 시설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본인 의지대로 사용돼야 한다. 그러나 만약 어떤 사정으로 본인이 관리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이는 지자체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횡령하는 시설장에 대한 가중처벌도 필요한데, 권력을 이용하여 사회적 약자의 소득으로 배를 불리는 것은 분명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가중처벌이 필요하다. 이를 관리하는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의 책임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시설 안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1차적으로 감지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관할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다. 이들은 분명 시설 장애인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면사무소와 군청 담당 공무원들이 더 민감하고 책임감 있게 상황을 파악하려는 의지만 있었다면, 선교원 장애인들의 삶도 진작 달라졌을 것이다. 따라서 시설의 인권침해와 수급비 횡령 등을 확인하지 않은 담당공무원들에게는 법적인 처벌을 가할 정도로 강력한 제재조치가 필요하다.
작성자최희정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가)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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