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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 공익위원 ‘침묵’ 논란

“노사가 알아서 의견을 좁히라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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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내년 노동자 최저임금 인상률 최종결정을 코앞에 두고도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침묵’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6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쪽은 수정안으로 -5.8%에서 -4% 삭감안을, 노동자 쪽은 28.7%에서 20% 인상안을 내놓았다. 이날 양쪽의 인상률 수정안 차이는 무려 24% 포인트나 됐다. 특히 사용자 쪽에서 여전히 삭감안을 고수해 노동자 위원의 반발은 더욱 컸다. 최근 몇 해 동안 마지막 회의를 앞둔 회의에서 수정안 차이는 20% 포인트를 넘지 않았다.

연도별 최저임금액 현황에 따르면 06년엔(2007년 적용) 노사 최초 제시안이 각각 35.5%와 2.4%였던 것이 마지막 회의 전인 4차 회의에서 18.4%와 6.6%로 수정안이 제시됐다. 11.8% 차이로 좁혀진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자료는 공익위원들의 조정과 설득노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07년(08년 적용)엔 5차회의에서 21%와 2.4 %로 18.6% 차이가 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08년(09년 적용)엔 역시 5차 회의에서 20.2%와 2.0%로 18.2% 차이가 났다.

노동계는 예년에 비해 양쪽 요구안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로 공익위원들이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 위원으로 회의에 참가한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예년에는 노사가 내놓은 안에 대해 공익위원이 코멘트를 하거나 같이 토론도 하면서 입장을 냈다. 그런데 올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백헌기 총장은 또 “공익위원들이 조정자 역할을 해야 안이 좁혀 질 텐데 의견을 좁히려는 노력이 전혀 없다. 그냥 노사가 알아서 의견을 좁히라는 식”이라고 공익위원들을 비난했다.

백 총장은 이어 “사용자측에서 22년 만에 처음으로 -5.8% 삭감안을 들고 나왔으면 그것에 대해 타당하다느니 그렇지 않다느니 그런 얘기도 없었다. 노동계는 매년 정액임금의 50%라는 논리를 가지고 인상률을 제출해 왔는데 사용자들의 삭감에 논리적인 설명이 부족하면 의견제시도 하고 해야 의견을 좁혀질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양쪽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을 공익위원들이 했다면 차이가 많이 줄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노총도 24일 성명을 내고 “6차 전원회의에 나온 공익위원들은 3시간여 회의 내내 사회를 본 위원장을 빼고 단 한 명도 최저임금 논의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결국 사용자단체는 공익위원들의 침묵에 기대 여유 있게 삭감안을 고수했다”면서 “9명의 공익위원들이 침묵을 빌어 사용자단체의 삭감요구를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 한 관계자는 공익위원들의 침묵 논란을 놓고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의 차이가 너무 커서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백헌기 총장은 “공익위원들이 차이를 줄이려는 역할을 해야 차이도 줄고 중재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공익위원 범위율 삭감이나 동결 나오면 위원장 퇴진 요구”

문형남 최저임금위원장의 공익위원으로서 편향적인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찬배 민주노총 여성연맹 위원장은 지난 5월 13일 10시 30분께 천안아산역 최저임금 현장방문에서 “문형남 위원장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인원이 잘리지 않느냐, 인원이 잘리면 누가 책임 질 것인가’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찬배 위원장은 “여성연맹 조합원과 용역업체 사장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문 위원장이 경영계 입장을 대변 했다”고 비난했다.

이명박 정부 초대 노동부장관 물망에 오르기도 했던 문 위원장은 24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도 "최저임금을 올리면 근로자한테 좋지만 영세기업은 지급능력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해 재계와 비슷한 입장을 냈다.

민주노총은 “문 위원장은 대통령과 같은 경상도 출신에, 고려대 출신으로 최저임금위원회마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학벌주의와 지역주의가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또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할 의지도 의사도 없고, 침묵을 빙자한 사용자 지지를 계속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공익위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규탄했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25일 마지막 회의에서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범위율이 삭감이나 동결을 포함한다면 회의장을 박차고 나올 뿐 아니라 위원장 퇴진운동도 진행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위율은 노사가 막판까지 합의를 하지 못하면 보통 공익위원이 양쪽 입장의 중간 범위에서 제시하는 인상율 안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25-26일 서울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최저임금 현실화 촉구 1박2일 노숙투쟁’을 벌인다. 이에 앞서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도 24일부터 최저임금위 앞 2박3일 농성에 돌입했다.

작성자김용욱 기자  batblue@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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