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2009년 장애인정책요구안의 핵심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장애인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2009년 장애인정책요구안의 핵심

울산장차련 2009 장애인정책요구안 해설(1)

본문

[울산노동뉴스]

연재를 시작하며

지난 2000년 ‘오이도 지하철역 리프트추락사고’로 시작된 진보적 장애인운동은 ‘장애인이동권연대회의’, ‘장애인교육권연대’, ‘420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 등을 거쳐 지난 2007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쟁취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지난 2004년 ‘울산장애인교육권연대’의 울산광역시교육청을 상대로 한 45일간의 천막농성투쟁 이후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시작을 알렸고, 2005년 420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을 구성하여 울산광역시청과 투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2008년 4월 울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출범하면서 전국적 장애인운동 안에서 지역투쟁을 담당하는 연대체로의 위상을 분명히 하게 되었다.

장애인복지를 비롯하여 현재의 우리나라 사회복지 시스템은 많은 부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관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어떤 부분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동사업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지방정부 독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그 비중은 점점 지방정부로 이관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울산의 경우 지난 2005년 420공투단 명의로 울산광역시청과의 투쟁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매년 ‘장애인정책요구안’을 발표하고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로 5번째 발표되는 요구안의 내용을 보면 지난 2005년보다 발전된 내용도 있고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내용도 있다. 이번 지면을 통해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고 놓치기 쉬운 장애인문제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고, 이번 2009년 장애인정책요구안의 투쟁에 많은 이들의 연대를 바란다.

2009 장애인정책요구안

올해 장애인정책요구안의 핵심은 ‘자립생활 권리 보장’이다. 자립생활이라는 용어에서 나오듯이 장애인들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 자립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고 자립생활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중증지체장애인의 경우 지금까지는 그 가족에게 생활의 전부를 책임지게 하거나 장애인생활시설에 입소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자는 것이 올해 장애인정책요구안의 핵심내용이다. 이러한 자립생활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하는 권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지난 4월17일 울산시청 남문 앞에서 열린 울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회(자료사진). 자립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제도

앞서 예를 들어 소개한 중증장애인의 경우, 많은 이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에도 가족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고, 수용시설과도 같은 장애인생활시설에 들어가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며 지난 몇 년 동안의 피나는 투쟁으로 그 기초는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을 지어 먹는 것, 외출 준비를 하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 어느 장소에서 교육을 받거나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것, 집으로 돌아와 씻고 휴식을 취하고 잠자리에 들 때 까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증지체장애인의 경우에도 분명히 자립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기초가 바로 ‘활동보조서비스’이다. 가장 기본적인 신변처리 문제에서부터 장애인의 행동을 보조하는 이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며 이 서비스는 현재 진행되고 있다. 또한 휠체어를 타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한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일명 '장애인콜택시')’도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서비스이다.

이러한 ‘활동보조서비스’와 이동권 보장 등의 정책은 그동안 진보적 장애인계에서 수많은 구속자와 수천만원의 벌금을 감수하고 벌인 치열한 투쟁의 산물이다. 2009년 현재의 요구는 바로 이러한 서비스와 제도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한 달에 100시간(하루 3시간)이냐 120시간(하루 4시간)이냐를 두고 벌이는 행정당국과의 투쟁이다. 저상버스가 전체버스의 몇%냐를 두고 벌이는 투쟁이며, 장애인콜택시가 몇 대가 되어야 하느냐의 투쟁이다. 언뜻 보면 대수롭지 않은 숫자 싸움에 불과하지 모르겠으나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자립생활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활동보조서비스’와 이동권보장 확대가 자립생활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장치라고 한다면 이 기본 위에 놓여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주거권’의 확보이다.

이 주거권 확보가 2009년 장애인정책요구안의 핵심이다. 가족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덜어내고 수용시설에 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정책이다.

한 번도 가족의 품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자립생활 기술을 익히게 하는 ‘체험 홈’, 수십․수백명이 획일적으로 생활하는 수용시설이 아니라 2~3명이 단란한 생활 공동체를 이루는 ‘그룹 홈’, 자립의 의지와 훈련을 마친 장애인들을 위한 ‘자립 홈’ 등이 주거권 확보의 주요 내용이다. 이런 체험 홈, 그룹 홈, 자립 홈 등을 늘리고 확대하는 것이 자립생활을 위한 핵심적인 내용이며, 2009년 장애인 정책 요구안의 주요 요구사항이라 하겠다.

기본적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들

물론, 자립생활 보장만이 산적해 있는 장애인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 결코 아니다. 자립생활이라는 개념도 장애라는 이유로 박탈당한 권리 중의 하나이며 지금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지 ‘만병통치약’이 결코 아니다.

기본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것,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교육을 받는 것, 일정정도의 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수입이 보장되는 것, 취미생활이나 여러 가지 활동을 보장하는 것 등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이라면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이 박탈당하고 차별받아 온 것이 장애인들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혹은 여러 가지를 동시에 확보하는 투쟁이 장애인정책요구안의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장애에 대한 인식의 전환

2009년 장애인정책요구안을 설명하기로 한 글에서, 구체적인 요구안을 설명하거나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이고 두서없는 글을 서술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이다.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이들의 절박함을 이해하는 것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몸을 못 움직이니깐, 사고능력이 부족하니깐 ‘참으로 불쌍하다. 그래, 이 불쌍한 이들을 위해 내가 나서야지’라는 생각을 지금 이 순간부터 버리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서, 혹은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가지게 되어 불쌍하고 안쓰러운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장애인’과 ‘장애가 없는 보통사람’이라는 두 종류의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도 인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에서 출발하여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권리를 가지게 하는 것. 그동안 장애라는 이유로 누구나 가져야 하는 것을 가지지 못함으로 오는 자괴감과 좌절을 벗어나게 하는 것이 장애인운동의 시작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장애인운동을 ‘보편적 권리 보장’ 투쟁라고 부르고 싶다.

이제 몇 번의 연재를 통해 2009년 장애인정책요구안을 중심으로 장애인들의 권리 보장 투쟁의 내용과 활동이 이해되길 바라며 가능하다면 보다 많은 이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작성자엄균용(울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admin@nodongnews.or.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