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자없이 지적장애인 구속은 인권침해" 인권위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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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은 지난 2일 촛불집회 1주년 기념집회에 참석했다가 구속된 지모(지적장애 2급, 36)씨가 수사과정에서 조력자 등의 권리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양천경찰서 등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지씨는 서울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경찰과 대치중인 집회 참가자와 함께 있다가 양천경찰서로 연행돼 집시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 지난 11일 서울구치소로 이송돼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지씨는 현장에서 돌 같은 것을 투척한 장면이 채증 됐으며, 이 사실을 법원에서 자백했다.”며 “수사과정에서 장애인이라 불이익을 준 점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씨와 면회를 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지씨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보자 ‘명동 어딘가 계단에서 앉아 있었는데 경찰이 막 달려와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연행되는 것을 봤고, 도망가는 과정에서 무서워 비타민 음료병을 던졌는데 경찰에 맞지는 않았다.’고 말했으며, 연행이후 경찰에게 조력자 등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들은 바 있냐고 물었더니 ‘그런 이야기 한 적 없다’고 말해 수사과정에서 어떤 조력도 받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지씨의 장애가 겉으로 심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의사표현을 제대로 했기 때문에 굳이 조력자 등을 부르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가족에게 영장이 발부된 이후 연락을 취한 사실에 대해서는 “지씨가 연락처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서울지검 앞에서 지씨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경찰 측 "의사표현 문제 없었기 때문에 조력자 필요없었다."연구소 측 "조력자 없이 조사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 주장 엇갈려
그러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가들이 지씨에게 확인한 결과 “핸드폰이 가방 안에 있어서 지금은 번호를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지씨와 함께 조사받은 시민역시 “경찰조사과정에서 ‘아저씨가 여기서 제일 미남이야’라고 한다거나 ‘아저씬 너무 뚱뚱해 범죄형이야’라고 말해 조사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으며, 구속에 대해 ‘밥 잘주고 그런거’로 답했다.”고 말해 경찰의 주장과 달리 지씨가 경찰조사나 재판 등 현재까지의 진행과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행「장애인차별금지법」 4조에는 ‘장애인에 대해 형식상으로는 제한 배제 분리 거부 등에 의해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치 않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는 차별이라고 명시돼 있으며, 동법 26조에는 ‘사법기관은 장애인이 형사 사법절차에서 보호자, 변호인, 통역인, 진술보조인 등의 조력을 받기를 신청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해서는 안 되며,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진술로 인해 형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연구소, "지적장애인을 형사 사법상 조력받을 권리 박탈한 채 조사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 인권위 진정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박성희 활동가는 “지적장애가 있는 이가 집회에 참석했다가 조력자 지원 없이 홀로 조사받고 구속된 사례가 올해만 해도 2번째.”라며 “같은 날 연행된 200여명의 사람들 중 구속된 2명 중 한명에 지씨가 포함된 사실만을 보더라도 의사표현과 자기변호에 어려움을 겪는 지적장애가 있는 이가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자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그 결과는 매우 치명적으로 드러난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지씨가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자, 변호인, 진술보조인 등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는커녕 고지조차 하지 않은 채 조사를 진행했으며, 부모조차 동석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독으로 심문을 받은 결과 구속까지 시켰다는 것은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명백한 차별이며, 인권침해.”라며 “법으로 명시한 형사 사법 절차에서 조력 받을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조사를 받아야 했던 지적장애인에 대한 반복적인 차별과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제26조 ‘사법행정절차의 차별금지’에 의거해 지난 15일 인권위에 진정했다.”고 밝혔다.
민노당 등 장애인단체, "구속결정과정서 지씨 장애 고려 안됐기 때문에 기소된 것."... '지씨 기소철회 기자회견' 개최
이와 관련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민주노동당장애인위원회는 오는 20일 오전 11시 반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부당하게 구속된 지적장애인에 대한 기소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 단체는 “당시 지씨는 경찰들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하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도망가다가 자기보호본능에 의해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병을 경찰에 던졌으며, 이 음료수병은 경찰방패에 맞고 떨어져 다친 사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된 것은 지나친 과잉대응.”이라며 “조사과정에서도 경찰은 진술거부권이나 조력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경찰의 일방적 판단에 의해 홀로 조사받게 했으나 본인이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볼 때 구속결정과정에서도 지씨의 장애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어 지씨의 기소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지씨와 함께 연행됐다가 풀려난 이모씨는 지씨의 기소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지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검찰은 이번 주 내에 지씨에 대한 기소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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