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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420을 장애인의 날 아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기억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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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도 한철’이란 말이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을 맞아 각 방송사는 장애인을 소재로 하거나 대상으로 출연시킨 특집을 내보내고, 각 기관이나 기업들은 장애인시설 등을 방문해 쌀도 퍼주고 등도 밀어주고 앞마당에서 사진한방 찍는 연중행사를 다양한 홍보방법을 통해 알린다. 올해는 대통령이 직접 장애인 시설에 가셔서 이들의 노래를 듣고 눈물지었다니!

   
▲ 2007년 장애인의 날 기념식 행사장에 420공투단 소속 회원이 참가하려 하자 경찰과 경호원 등이 이들을 막아선채 입장을 막았다 ⓒ전진호 기자
장애인의 날이 생긴 것은 지난 1981년 유엔이 ‘세계 장애인의 해’를 맞아 각국에 기념사업을 추진토록 권장하게 되면서다. 알려진 대로 세계장애인의 날이 12월 3일인데,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한 이유는 “1년에 한번, 갇혀있는 장애인들이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야외생활을 즐기라.”는 사려 깊은(?) 높으신 분의 뜻이 담겼다고.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1991년부터 기념식을 치르기 시작했고, 1997년부터는 ‘장애극복상’이라는 시상식을 시작했다.
이 사회가 장애가 있는 사람이 살기 힘든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할 문제임에도 정부는 ‘성공한 장애인은 대단한 사람’으로 부각시켜 정부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겼고, 언론에서는 한 개인의 의지만을 조명해 ‘인간 한계의 극복 신화담’처럼 포장해 그려내고 있다. (이를 지적하면 ‘그림이 안 나와 그럴 수 없다’는게 소위 메이저 언론들의 장애인 인식수준이다.)

그나마 보건복지가족부 주최의 장애인의 날 기념식 시상식에는 장애인상으로 명칭을 변경했으나 서울시, 경기도 등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은 여전히 장애극복상이라는 이름으로 시상을 준비하고 있고, 경상남도의회는 장애극복상을 시상하기 위한 ‘경상남도 장애극복상 조례안’을 제정하겠다고 나서기 기막힐 일이다.

장애극복상? 도대체 뭘, 어떻게 극복해?

어찌 보면 비장애인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평상시에는 ‘함량미달’인 장애인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테고, 그나마 기념일 때 한번 쳐다는 보지만 ‘내 세상’에 맞춰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는 ‘불쌍한 장애인’들의 노력과 어려움, 극복만이 안쓰러운 시선으로 쳐다봐질테니.

   
▲ <사진제공=청와대>
장애인을 동등한 세상의 구성원으로 바라보지 않는, 아니 인정치 않는 시각은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홀트일산요양원 방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시각과 청각, 간질장애가 있는 한 어린이에게 “곧 나을 거야.”라고 말했으며, ‘영혼의 소리로’의 공연을 감상한 후 “노래를 이만큼 하는데 수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는데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줘 감격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유럽등과 같이 ‘다리 부러짐’ 등 일시적 장애도 장애의 범주에 포함시키자는 장애인계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손상 등으로 인해 영구적으로 회복될 수 없는’ 범주만 장애로 한정시켜놓은 것은 분명 정부인데, 이 정부의 수장은 ‘자라나는 새싹’에게 노력하면 장애가 회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비장애인처럼 열심히 노력해 부른 노래에 감명 받아 눈물을 흘렸다니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눈물을 두고 많은 이들이 ‘악어의 눈물’에 비유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시설을 방문하고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을 보면서 ‘왜 이들이 가정의 품이 아닌 이런 시설에서 생활할까’를 이야기하고 눈물 흘렸다면 어땠을까.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버림받거나 함께 살 수 없는 상황들에 가슴아파하며, 이런 사회 모순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마련을 지시했다면 어땠을까.

장애인 대상화에 앞장서고 있는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내외는 장애아동의 노랫소리에 감명 받아 눈물을 흘렸고 장애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대서특필됐건만 장애인들의 삶의 질은 더욱 척박해져만 간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마따나 ‘이제는 남에게 도움 받는 게 아니라 도와주면서 살아가고’ 싶지만 굶지 않고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게 지금의 대한민국 장애인 현 주소 아닌가.

얼마나 장애인을 무시하고 관심이 없었으면 대선당시 약속했던 공약 중 단 하나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까.
이동의 불편함을 못 없앤다면 저렴한 가격으로 차라도 끌고 다닐 수 있게 요구했던 엘피지 지원 정책은 정부시책에 밀려 올해를 기점으로 폐지될 예정이며, 장애인관련 예산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바닥권이지만 ‘경제의 어려움’에 밀려 올라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서울시내 지하철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이동편의를 보장하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구형 리프트를 타고 오르내리는 장애인의 추락사고가 끊이지 않고 빚어지고 있으며, 특히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전 장애인계가 7년여 간을 싸워 만들어 낸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 축소에 밀려 실효적인 시행자체가 어려운 상황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런 현실 속에서 420공동투쟁단이 주최하는 ‘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 ⓒ전진호 기자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기억하자

420 공투단은 “기존의 장애인의 날은 오히려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규정하고 대국민 선전전의 일환으로 집회와 행진을 가졌다. 

420 공투단은 “기존의 장애인의 날은 오히려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규정하고 대국민 선전전의 일환으로 집회와 행진을 가졌다. 

그러나 올해 행진은 경찰이 원천봉쇄 원칙을 천명하고, 불법집회서 채증을 통해 끝까지 처벌할 것임을 밝히고 있어 크고작은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20 공투단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 정부는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하면 막고, 기자회견을 열면 기자회견을 빙자한 집회라며 막아서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며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의 집회가 끝난 후 20여 일간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 앞까지 행진을 하겠다고 하니 이마저도 불허했다. 도로가 아닌 인도로 행진하고 갈 수 있는 도로여건도 갖추지 못하면서 인도로 가라는 건 누구를 위한 법인지 궁금하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이 몸을 내던지고, 벌금형에 처해지고, '거리로 나오지 말 것'을 협박당하면서도 굴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딱 하나다.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그 누구도 바꿔주지않기 때문.  설사 '재주는 누가 넘고', '온갖 이익은 누가 가지고 간다'는 자괴감과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기에 괴롭고 힘든 길이지만 이들은 또 거리로 나서고, 차별철폐를 부르짖고 있다.

올해 420공투단은 정부에게 장애인이 사람답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탈시설-주거권 전면 보장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장애인연금 도입 ▲활동보조 권리 보장 ▲장애인차별금지법 무력화 시도 중단 ▲장애인 노동권 보장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개정 ▲장애인 교육법 실효성 확보 ▲장애인에 대한 의료정책 개선 등 9대 요구안을 내걸었으나 복지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번 집회와 행진에서는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이 연행되고, 차벽과 방패에 막혀 갇혀있을까.
9시 뉴스를 장식한 대통령의 눈물을 보면서 피눈물이 나는 심정이 들었던 건 나만이었을까,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조명해야 함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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