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도 위기의식없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초점] 경제위기시대의 장애인 고용 실태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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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전경 ⓒ윤미선 기자 | ||
하지만 일부 언론에 보도된 장애인 고용 30% 급감보도에 대해 장애인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이 보도가 잘못된 보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공단 측은 경제위기가 장애인 고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않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공단 주장과는 달리 위기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경제위기 시대의 장애인 고용 동향을 들여다봤다.
고용촉진공단, 오히려 고용 늘고 있다 주장
공단 홍보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언론이 보도한 장애인 고용 30% 급감 보도가 인용한 고용 수치는 작년 3~4분기 장애인 고용 현황인데, 3분기는 휴가철이 끼어 있어서 1년 중 장애인 고용이 가장 저조한 분기라고 한다.
아직 작년 4분기 장애인 고용 현황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작년 장애인 고용 현황은 급격한 고용 감소가 없는 상태에서 다른 연도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공단 주장이다. 즉 경제위기로 인해 장애계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장애인 고용이 줄어들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공단 측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고용률 급감 보도에 대한 반박 성격이 짙은 ‘장애인 고용시장, 전년대비 취업증가’라는 보도자료에서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따라 실업대란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장애인력 수급은 전년과 대비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1월 중 장애인고용포털과 워크넷의 장애인 취업현황 집계 결과, 전년 동기 대비 구인은 3천57명으로 47.3%, 구직자 등록은 6천594명으로 27.5% 취업알선 1천167건 22.6% 알선취업과 워크넷 취업은 1천446명으로 2008년 1월 1천88명 대비 32,9%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역시 주장했다.
이런 공단 주장은, 얼핏 보면 경제위기가 장애인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기는커녕 오히려 장애인 고용이 늘어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고용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수치여서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데, 문제는 과연 그런가, 장애인 고용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혹시 요즘 사회적으로 고용문제가 큰 이슈이다 보니까 쏟아질 비판을 의식해서 공단 측이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명쾌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결론을 미리 얘기하면, 경제위기를 맞아 실제적인 장애인 고용 동향은 우려를 접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장애인 고용 동향 수치 전반적으로 마이너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운영하는, 보도자료에서도 언급된 장애인고용포털이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이 사이트는 장애인 고용 현황과 동향이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사이트이다. 2월 20일경 이 사이트에 접속했다. 사이트에서 보여주고 있는 수치는, 공단 얘기와 달리 장애인 고용이 심각한 어려움을 맞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몇 가지 중요한 통계만 언급하면, 아직 3월 말까지 기간이 있지만, 작년 1분기 장애인 취업자 수가 4천633명이었는데 올해 1분기 장애인 취업자 수는 2천688명으로 작년 동분기와 비교해서 40%가 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다.
구직을 원하는 장애인 수도 작년 1분기 대비 30%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고, 장애인을 고용하겠다는 구인업체의 경우도 가령 근로자 100인에서 200인 미만의 중소기업체 경우 작년 4분기에 비해 무려 65%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어 작년 1분기와 비교해서는 32%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다.
중증장애인 취업자 수는 지체, 청각, 뇌병변 장애인의 경우 작년 1분기 대비 40%가 넘는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었으며, 지역별 장애인 취업자 수는 충북, 광주, 전남, 전북이 작년 1분기에 비해 감소세가 상대적으로 덜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 모두 40%가 넘는 취업자 수 급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런 통계 수치는 분명 장애인 고용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공단 측은 “아직 1분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3월말까지 고용 추이를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공단 내에 위기관리 팀을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장애인 고용율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되풀이하며 강조하고 있었다.
물론 공단 얘기대로 통계 집계 기간이 아직 한 달 여 넘게 남아있기 때문에, 언급한 수치를 들어 장애인 고용이 급감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앞으로 한 달여 정도의 기간 안에 장애인 고용 동향이 작년 동분기 대비 플러스로 반전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회의적이라는 지적도 가능할 것이다.
저임금 업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용 현황
이쯤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장애인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고용의 질이라는 점이다. 즉 취업 후 임금수준이 어느 정도가 되느냐는 것이 관건인데, 장애인고용포털사이트 집계를 보면, 월 200만 원 이상 임금을 받는 업체에 취업한 장애인 수가 올해 1분기에는 단 15명에 그치고 있었다.
작년 동분기에는 294명이 200만 원 이상 임금을 받는 업체에 취업했다고 나와 있는 통계와 비교하면, 비교적 고임금을 받는 장애인 취업자 수가 무려 94% 급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하나 고용 통계를 보면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이 장애인 근로자 다수가 70만원에서 99만원 미만의 임금을 주는 업체에 취업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저임금을 주는 업체에 취업해 있는 장애인 수는 작년 1분기 2천216명, 작년 4분기 1천888명 올해 1분기 774명으로 취업 장애인 수의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령 공단 집계 자료에 따르면, 작년 1분기 장애인 취업자 수 4천633명 중에 1백만 원 미만의 임금을 주는 업체에 취업시킨 장애인 수가 2천458명으로 반이 넘고 4분기 3천600명 중에 서는 2천078명을 1백만 원 미만의 저임금을 주는 업체에 취업시킨 것으로 나와 있다.
이런 통계를 보면 장애인들의 경우 취업도 힘들지만, 취업했을 경우에도 다수가 저임금을 받는 업체에 취업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리고 통계와 관련해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건, 공단 측은 취업시킨 장애인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런 1백만 원 미만의 저임금을 주고 장애인을 고용하는 업체의 다수를 일반 사업장이 아닌 사회적 기업 등의 보호된 작업장 성격을 띤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직설적으로 말하면, 공단 측이 일반 기업이 아닌 정부가 사실상 임금을 지급하는 사회적기업과 장애인 작업장 등에 취업한 장애인 수까지 취업자 수에 포함시켜서 장애인 취업자 수를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것이다.
실태를 알아보면, 고용이 힘들어지면서 정부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설립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미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 218개에 이르고 앞으로 1천여 개 까지 사회적 기업을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실정은 이 사회적 기업에 장애인들 다수가 취업해 있고, 장애계에서 앞으로 사회적 기업 외에 대안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현실일 정도로 장애인 고용이 급격하게 사회적 기업에 쏠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적기업의 대다수는 고용된 장애인에게 정부가 지원해 주는 월 83만7천원의 최저임금 밖에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점이다.
업종도 대부분 복사용지 제작과 장갑 제작, 디엠 발송 등 단순한 업종 일색이고, 정부로부터 임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간도 최대한 2년에 그쳐서 이 기간이 지나면 장애인들이 다시 실업상태에 놓일 수밖에 구조에 놓여 있다.
즉 사회적 기업 같은 보호를 받는 업체는 장애인 취업의 대안이 결코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대안이 될 수 없는 작업장에 장애인들이 들어간 것을 취업시킨 통계로 잡고, 양보해서 사회적 기업 등이 아니더라도 통계에서 보듯 월 1백만 원 미만의 저임금을 주는 업체들에 장애인들의 다수를 취업시켜 놓고, 경제위기가 와도 장애인 고용은 끄떡없는데, 우리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공단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만약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직원들에게 월 1백만 원 미만의 임금을 준다고 하면 남아 있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공단은 여전히 낙관적인 입장, 현장에서는 위기감 느끼고 있다고 주장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외에 장애인 고용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장애인 단체와 기관 등의 취업담당자 말을 종합해 보면 일반 기업체의 장애인 고용 의뢰가 작년에 비해 50% 이상 감소했고, 심지어는 최근 한 달 동안 일반 기업의 장애인 고용 의뢰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취업알선 기관도 있었다.
대신 자립생활센터와 사회적 기업 등 보호된 작업장의 고용 의뢰는 꾸준하다는 게 취업알선 담당자들의 전언이었다.
한 담당자는 “요즘 취업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기업에서 똑같은 조건에서는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는다. 대기업들은 직접 고용 대신 포스코의 포스워드처럼 간접 고용으로 대체할 것이고, 결국 대다수 장애인 고용은 앞으로 세금이 투입되는 사회적 기업 같은 보호된 사업장에서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었다.
이렇게 고용 현장에서는 심각한 위기감이 싹트고 있는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현재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장애인 고용이 부진할 경우 책임 추궁을 당할 것을 염려해서인지, 어떤 위기의식도 갖고 있지 않고 있었다.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공단의 최종적인 답변은 “대기업은 고용 부담금 감면, 중소기업에는 고용 장려금이 메리트로 작용해 오히려 위기 때 장애인 고용이 늘어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이런 낙관적인 입장을 접하고 드는 솔직한 느낌은 제발 공단 측 바람대로 경제위기와 상관없이 장애인 고용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단 한 명의 장애인라도 더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물론 고용의 질은 따져봐야 하겠지만, 공단은 장애인들에게 할 일을 다 하는 기관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장애계 일부에서 제기하는 공단 무용론이 무색해 질 수 있도록 공단의 분발을 촉구해 본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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