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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청계광장으로!"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활동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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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용산철거민 사태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가 수배생활을 시작하면서 인권단체 활동가들에게 보내온 편지글이다. (편집자 주) 

안녕하십니까?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입니다.

아침 상황실에서 이 편지를 씁니다. 오늘은 참으로 어수선한 날입니다.

용산 4구역에서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어제부터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오늘 아침에도 150명의 용역들이 나와 있다고 합니다. 오후 2시에는 보수단체들이 현장에서 전철연 해체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겸한 집회를 한다고 합니다.

저들에게도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있겠지만, 그래서 변형된 집회인 기자회견을 통해서 입장을 밝히고자 하겠지만, 저런 표현의 자유조차도 용인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참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오늘은 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에 대한 결정이 나오는 날입니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구인장 발부와 같은 어정쩡한 상태가 아니라 확실한 영장 발부가 오히려 낫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수배 생활이 공식화되는 것이겠고, 그런 끝에 어느날에는 감옥에 가야할 날도 있겠지요.

그런 날의 시작일 따름입니다.

그제는 상황실 사람들에게서 박수를 받았습니다. 드디어 장례식장 골목을 지키는 경찰들이 내 사진을 들고 검문을 시작했다는 거지요.

사진이 실물보다 잘 나왔다고 축하한다고 그러더군요.

지난 3월 7일의 가두시위 과정에서 있었던 경찰 폭행 사건을 갖고 정부나 경찰들이 난리르 치고 있습니다.

서울시경 산하에 특별수사본부가 만들어졌고, 이 수사본부는 정확하게 용산범대위로 방향을 맞추고 있습니다.

도저히 수평적 조직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저들은 공동집행위원장인 저에게 최종적인 혐의를 뒤집어 씌우려 합니다.

투쟁현장에 없어도 모든 투쟁의 결과는 저의 책임이 됩니다. 영광스럽게도!

오늘 다시 하루가 시작됩니다. 아마도 이 시간에는 용산 4구역에서 철거작업이 시작되었을 겁니다.

평택 투쟁을 상기하면 빈집 철거를 막기 위해 활동가들이 빈집 지붕에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어제도 포클레인에 철거민들이 매달렸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어떤 충돌이 있을지 모릅니다.

아무쪼록 투쟁도 좋지만 철거민들이 몸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오늘 이렇게 급작스럽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두 개의 집회에 함께 해 주실 것을 당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철거현장에서 오후 2시에 집결하겠지만, 오후 2시에 탑골공원에서는 철거민 구속자 석방 촉구 목요집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후 7시에는 청계광장에서 다시 구속된 철거민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촛불문화제를 개최합니다.

동료들이 불구덩이 속에서 죽고, 가까스로 생존한 망루 농성 철거민 중 6명이 구속되어 있습니다.
이충연 위원장의 사연을 잘 아실테지만, 그는 아버님과 농성 중에 아버님을 잃었음에도 상주로서 노릇을 못하고 무릎 수술을 받지도 못한 채 수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특히 오늘 오후 7시 청계광장 촛불문화제에는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대거 참여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게 연락을 하실 때는 용산범대위 상황실 전화 02-795-1444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많은 얘기할 수 있지만,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투쟁하지 못해 못내 죄송합니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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