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 체감온도는 -36.5°
본문
![]() |
||
| ▲ ⓒ윤미선 기자 | ||
성탄을 3일 앞 둔 시청 앞 광장에서는 지역사회의 이방인이 아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물결을 이뤘다.
영하 8°의 날씨에 언 손을 입김으로나마 녹이며 손에는 빨갛고 노란 엽서 한 장씩을 꼭 쥔 채 그들은 울부짖었다. 매서운 바람에 꽁꽁 얼어버린 차가운 몸과 마음을 휠체어에 의지하고 ‘그래도 내일은 어제보다 낫겠지.. 우리가 핏대 세워 외치는 마음들이 언젠간 실현될 날이 오겠지...’ 그들은 이렇게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또 시청 앞으로. 노숙농성장으로.. 또 다시 모여든다.
시청 앞에 나와 가만히 이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 보자면 높다랗게 올라선 성탄트리도. 그 옆을 씽씽 지나가는 스케이트 부대도. 흥청망청 술자리의 동창모임,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모임들로 분주한 비장애인들의 연말연시를 무색케한다.
“더 이상 장애인들이 죄인처럼 수용시설에 살아가는 것을 반대한다.”
“장애인을 수용시설에 가두기 위해 시설을 짓기위한 예산 책정과 정책을 폐기하라.”
“시설생활인의 탈시설권리와 장애인자립생활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예산 보장하라.”
“서울시는 석암재단 베데스다요양원 대규모 시설이전을 승인하지 말라.”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이하 탈시설 공투단)의 요구는 바로 이거다.
요구는 간단했다. 시설에 갇힌 그네들에게 유리너머로 바라만 보던 비장애인의 평범한 일상은 성탄절 산타가 짊어지고 오는 보따리 속 선물만큼이나 값지고 귀한 희망이었구나.
젊었을 땐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쇠사슬을 감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도 불사했던 새하얀 머리를 어깨까지 길게 내려묶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집행위원장의 한 마디가 걸작이다.
![]() |
||
| ▲ ⓒ윤미선 기자 | ||
와아~ 하는 함성과 웃음이 함께 모여있는 이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추위로 벌개진 얼굴은 웃고 있지만 ‘자유와 독립생활’을 위한 갈망으로 가득찬 그네들의 심장은 활활 타오르리라.
높다랗게 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시청 앞 트리 옆에 ‘1+1= 행복입니다.’ ‘사랑을 나누는 성탄 되세요.’라 이야기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져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처럼 나눔을 실천하고자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십시일반 사랑이 모아지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은 영하 8°의 추위에도 영상 100°를 향해 돌진한다.
올해는 여느 해와 달리 시청 앞 사랑의 온도탑 옆으로 비스듬히 하나의 온도탑이 더 세워졌다. 장애인인권온도다. 장애인인권온도는 영상 100°를 달리는 사랑의 온도탑과는 정반대로 -36.5°다.
그도 그럴 것이 장애인들의 삶은 곳곳이 시설비리고 인권유린이다. 얼마 전엔 장애아동을 개줄로 묶어놓더니 전북의 한 장애인시설은 성폭행과 수급비 횡령, 시설비리로 폐쇄됐단다.
사람의 체온이 싹 다 빠져버린 -36.5°의 냉혈한이 인권유린으로 얼룩진 2008년도의 장애인인권 체감온도다.
“시설비리와 인권유린으로 고통받아 온 석암재단 베데스다요양원 생활인들은 대중교통과 편의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골로 또 다시 이전해야 할 판이다.”
“서울시가 내놓은 탈시설 정책과 장애인주거정책의 수치는 터무니 없는 수치다. 이제 장애인을 수용시설에 가두기 위해 투여한 예산을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아갈 수 있는 예산으로 대폭 변경해야 한다.”
![]() |
||
| ▲ ⓒ윤미선 기자 | ||
물론 서울시가 앞장서 자립생활지원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은 환영할만하지만 그 지원규모나 실효성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장애인들의 독립생활을 마련하기엔 역부족이다.
냉혹한 -36.5°의 장애인인권온도를 시청 앞 시민들에게 열어둔 채 서울시가 공표한 서울시 시정계획 ‘비전하우스’의 가상 준공식을 가졌다. 서울시가 내놓은 비전하우스의 터무니없는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체계를 풍자한 셈이다.
![]() |
||
| ▲ ⓒ윤미선 기자 | ||
이제 장애인들은 손에 쥔 알록달록 색색의 엽서를 꺼내들고 삐뚤빼뚤한 글체로 바람을 하나 둘 적어간다. 몸이 많이 불편해 직접 글자를 채워넣지 못하는 이들은 함께 온 활동보조인과 함께 행여나 한글자라도 빠질새라 또박또박 희망을 이야기한다.
서울시에, 아니 지역사회에 당당한 독립주체로 함께 살아가고자하는 그네들의 바람은 차곡차곡 쌓여 순록의 눈썰매를 끌고 온 산타가 아닌 퀵 서비스로 서울시에 전달된다.
퀵 서비스라, 과연 2008년도를 살아가는 최첨단의 도시 서울이다. 퀵으로 빠르게 전달되는 바람과 마음만큼이나 장애인의 삶도. 인권도 하루 빨리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2008년 성탄절 전날까지 시청 앞 광장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장애인수용시설 반대, 탈시설 권리 쟁취를 위해 노숙농성을 벌일 탈시설공투단의 성탄절은 어떨까?
베들레헴 마굿간에서 태어난 아기예수가 가장 낮은 마음으로 큰 사랑을 나눴듯이 차별과 편견, 인권유린 없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자하는 장애인의 마음에도 희망의 밝은 빛이 내리쬐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아직도님의 댓글
아직도 작성일
장애인들이 수천명 죽는다고 해도 눈 하나 움직일 괭무원 있으면 나와 보시오~~~~~~~~~~
부족하지만 제가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된다면 대형수용시설 하나 해체 할 때마다 월급 100만원 올려 준다고 하면, 줄줄이~~(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