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지꽃과 토마토 키우며 자립 꿈 꿔요”
지적장애인들의 일터 해피투게더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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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투게더 농장 식구들 ⓒ김태현 기자 | ||
지적장애인, 왜 2차 산업에만 매달려야 하나?
‘해피투게더 농장’은 지난 2004년 경기도의 지원으로 장애인 직업개발연구센터가 설립한 장애인 농장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은 주로 지적 및 자폐성 장애인들이다.
실태를 보면 현재 대부분의 지적장애인 보호작업장의 직업훈련과목은 목공예, 볼펜조립 등 단순노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보호작업장 관계자들에게 시장 개척 의지가 없어 한 복지관에서 시작하면 온갖 복지관에서 따라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장애인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장애인들을 2차 산업으로 몰아가고 있다.
직업재활연구센터 소장인 한신대 재활학과 오길승 교수는 “지적장애인 직업군이 2차 산업 중심의 단순 제조업에만 편중되어 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1차 산업으로 직업군을 넓혀 다양한 직업 종사 가능성을 연구하고, 그들의 직업적 흥미를 유발해 적성에 맞는 직종을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농장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렇게 장애인들이 좀 더 다양한 직업군에서 폭넓게 일하고 근로 능력을 인정받게 되면, 나아가 현재 보호 고용된 지적·자폐성장애인들의 낮은 임금(평균 월 5만 원 이하) 소득 수준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또한 그들에게 넓은 자연 공간 안에서 각종 동·식물들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행동적 정서적 치료 효과를 최대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그들의 독립적인 생활보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카네이션을 옮겨심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해피투게더 농장)
충분한 직업훈련 통해 시장경쟁력있는 농산물 수확 가능 직업개발연구센터의 임유신 팀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 해피투게더 농장에서는 채소·화훼·동물 등에서 장애인생산적합품목을 발굴하고, 장애인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직업훈련을 통해 장애인들이 직접 생산하고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립형 직업재활모델’을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 7명 중 6명은 농장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한다.
아침 7시에 기상해 식사를 하고 마당에 있는 여러 종의 개들을 돌보고 나면, 오전 9시부터 일이 시작된다. 팬지·비올라·카네이션 등 화훼류와 토마토·딸기 등 과채류, 향긋한 허브까지 때에 따라 계절에 맞는 품종을 심고 키우는 일을 한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공차기 등을 하며 여가시간을 보내고 나면 오후 6시 경까지 또 다시 일이 시작된다.
장애인들에게는 조금 힘든 일과가 아닌지 임유신 팀장에게 물었더니, 그래도 이렇게 ‘일을 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것이 지적장애인들의 자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임 팀장 말이었다. 게다가 격한 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들에게도 무리가 되지 않고, 가끔 놀이공원을 가는 등 여가생활도 즐기기 때문에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것. 물론 많지는 않은 액수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수도 지급한다는 게 임 팀장 말이었다.
농장에서 주력 생산하는 품종은 팬지, 비올라, 토마토, 카네이션. 그 중에서도 팬지·비올라는 특별한 재배기술이 없어도 비닐하우스에서 일정하게 적당한 온도만 맞춰주면 잘 자라고, 단순직무에 노동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지적장애인들이 키우기 쉽다고 한다.
또한 생산비용도 낮은데다 겨울에 키워 봄에 출하하면 여름동안 페추니아·메리골드 등 다른 화훼류를 키워 연중할 수 있기 때문에, 봄부터 가을까지 화단을 조성해야하는 기관 및 기업의 꾸준한 수요에 대비할 수 있어 가장 선호하는 작물이라고.
게다가 현재 장애인 우선 구매제품에 화훼류가 포함되어 있어, 구매를 원하는 단체나 기관에 우선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화훼류 중 팬지·비올라는 거리관상용으로 현재 화성시와 구매계약이 진행 중에 있으며, 기자가 농장을 방문한 날 비닐하우스에서 상토를 담던 것도 며칠 후 들어올 팬지를 심기 위한 준비과정이란다.
오길승 교수는 “농업은 그 종사자가 영농을 하는 과정에서 요령이나 지름길을 찾기보다는 꾸준한 노력과 원칙을 지키면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순수함을 가진 지적장애인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농업에 적합한 성격이라 여겨지며, 그러기에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고 안전한 농산품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해피투게더 농장)
체계적인 경영을 통한 자립모델 확립 모색 현재 장애인들이 일하는 농장 형태의 작업장은 이곳 말고도 더 있다. 그러나 “해피투게더 농장은 다양한 작물 재배를 시도하고, 기업이나 기관과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점에서 다른 곳과 차별성을 띤다.”는 것이 임유신 팀장의 말이다.
해피투게더 농장에서는 단순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아닌, 체계적인 영농사업을 추진하고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개발할 수 있는 하나의 ‘자립모델’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이곳에서는 장애인들이 생산하기 알맞은 품목을 시도해 소량으로 재배해 본 후 연구해서 그 중 적합한 것들을 선별해 대량생산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품종 재배를 시도할 계획이다. 이로써 얻게 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기업이나 기관과 연계해 자문하는 방법으로 기술·경영의 효율화를 꾀하고, 나아가 정책 제안 등으로 사회 공헌에 이바지하는 인큐베이팅 교육을 실시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이 해피투게더 농장 사업의 최종 목표란다.
이어진 임 팀장 말에 따르면, 이를 위해 직무분석 및 작업공정에 대한 자료집도 발간했고, 현재도 꾸준히 지적장애인 생산가능 작물을 발굴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농촌진흥청과 같은 농업관련기관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맺어 자문·교육훈련·기술지원을 받고, 선진 영농기술 습득을 위해 직원 연수를 실시하며 주변 지역 벤처농업인에게도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고.
임 팀장은 농장을 운영하며 주변에 사는 농업인들과 친하게 지내게 됐는데, 그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영농 기술을 연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명을 받을 때가 많다며, 이들 같은 농업인이 많다면 1차 산업이 더 이상 저물어가는 직업군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농장 사업이 아직까지는 근로자 수도 적고 크게 이룬 성과도 미미하지만, 얼마 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것을 기점으로 근로자수와 지원을 늘려 사회적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인정적인 판로를 개척하게 되면 농장이 자립형 사회적기업의 모델이 되어, 장애인들의 농장 운영이 전국적 사업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임 팀장의 말이었다.
해피투게더 농장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편 다른 장애인복지관이나 기관, 기업들과 연계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미 송산 어린이집 등 8개 기관의 어린이들이 농장을 방문해 체험학습을 했으며, 원예치료프로그램을 도입하여 10월 말 현재 29개 기관에서 농장을 체험하며 지적장애인근로자들과 함께 했다고.
오길승 소장은 “농장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을 통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장애에 대한 사회 인식이 개선되고 장애인들의 사회 통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닐하우스에서 키우고 있는 다양한 허브들 ⓒ김태현 기자
농장, 일터로 자리 잡으려면 지자체와 사회적 지원 절실 경기도는 농장설립 당시 5천만 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2억2천700만원을 농장에 지원했고, 농촌진흥청에서는 8명의 박사들이 ‘해피투게더 농업기술봉사단’을 꾸려서 새로운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또 ‘농우바이오’라는 농업회사는 종묘와 상토 등을 저렴한 가격에 농장에 보급하고 있다. 임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돈을 지원해서 장애인 직업을 연구하는 연구센터는 해피투게더 농장이 유일하다며, 농장이 있는 화성시 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고, 이런 지자체와 각계의 지원이 농장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밑받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성과로 올해 토마토 등을 팔아서 1천 5백만 원의 수입을 올렸는데 내년에는 화성시에 화훼류를 납품하고 더 좋은 농업기술을 배워 생산력을 높여 수익을 증대할 계획이란다. 이미 화성시장애인원예자립장에 농업기술을 자문해줬고, 남는 이윤은 장애인 급여로 사용하고 있다고. 이런 성과들로 올해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된 것이며, 이를 토대로 앞으로 농장을 사회적기업화 할 계획이다.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면 현재 일하는 6명에 14명의 인건비를 더 지원받아 고용할 수 있어 20여 명 가량의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단다. 그렇게 규모를 늘려나가 농장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다른 기관이나 장애인 부모들이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되어 1차 산업이 더 발전하는 데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는 게 임 팀장의 말이었다.
임 팀장은 화훼를 가꾸는 농사가 지적장애인 직업으로 유망하다고 주장한다. 지역에서 땅을 구입하는 비용은 높아도 임대료는 저렴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들고, 온도가 일정한 비닐하우스에서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력도 필요로 하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로관상용으로 화훼류를 원하는 지자체의 꾸준히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지적장애인이 충분히 도전해 볼만 하다는 것. 토마토 생산 또한 재배는 화훼류보다 조금 까다롭지만, 맛있게 키우기만 하면 판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임 팀장은 덧붙여 2년 정도 농장을 운영하다보니 재배기술은 외부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데, 지적장애인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경영 마인드까지 갖춘 인재를 찾는 게 어렵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결국 지적장애인들이 1차 산업에서 성공하려면 우선구매제도의 확립을 통해 보호된 시장이 필요하고, 책임자가 사업 운영에 대한 벤처 정신과 장애인들과 함께 일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임 팀장의 말이었다.
기자가 농장을 방문한 날, 해피투게더 농장에는 반가운 손님들이 와 있었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을 통해 피지공화국에서 장애인정책과 공무원과 시각장애인협회 관계자 등이 견학을 온 것. 그들은 농장 측에서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을 주의 깊게 들은 뒤, 농장을 한 바퀴 둘러보며 농업관련기관에서 발명한 최신 농업기술과 장애인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장애인근로자들과 친근하게 사진까지 찍은 피지공화국 관계자들은 농장을 떠나기 전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에 감명 받았다. 피지에 돌아가면 프로그램을 우리 실정에 맞게 바꾸어 적용해보고 싶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해피투게더 농장’이 진심으로 농장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바람처럼, 체계적으로 성장해 장애인들과 그의 가족에게 희망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농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작성자김태현 기자 husisara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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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준님의 댓글
박은준 작성일일반장애인들은 마음놓고 일작업은 할수있지많 지체장애인들은 일하기가 너무 힘들것같습니다.지체장애인 당사자분들이 앉아서 일을 할수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