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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다시 빈곤을 묻는다

경기침체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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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내년 경제성장률은 3.3%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경제성장률 7%의 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거기다 주가폭락에 유가폭등, 환율은 1달러당 1,500원까지 올랐고, 서민들은 제2의 IMF를 체감하고 있다. 그들은 “오르지 않은 건 월급밖에 없다.”며 지갑을 꼭꼭 닫았다.

꼭꼭 닫힌 게 어디 지갑뿐이랴. 그나마 최소한의 의식주는 보장받은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현실에,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은 추워진 날씨에 웅크린 몸만큼 마음도 닫힌 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빈곤 장애인들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서울역 구역사 앞에서 얇은 이불을 덮은 채 잠이 들어 있는 한 장애인의 모습 ⓒ 김태현 기자 일자리 없다면 기초생활수급권이라도

우선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빈민문제연구소 같은 기관들을 대상으로 요즘 장애인들이 어떤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한결같이 장애인들의 상담 요청이 예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고 이야기했다. 대신 의뢰하는 상담주제는 예전에 비해 양상이 바뀌었다고.

예전에 장애인들이 상담기관의 문을 두드리면서 물어보는 주제는 주로 ‘내가 몇 급 장애인인데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경기침체를 반영해서인지 ‘내가 장애인인데 어떻게 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상담 건수의 다수를 차지한다는 게 장애인 상담기관과 단체 관계자들의 말이었다.

경기 침체로 직장을 구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정부에서 주는 혜택을 받으려는 장애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상담기관 관계자들은 장애인들이 직장을 구하는 것도 힘들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그나마 직장에 다니던 장애인들마저 실직하게 되고, 실직 장애인들이 늘어나면서 어떻게 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는지 문의하는 장애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주거문제도 가난한 장애인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로, 소득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값싼 공공임대주택으로 옮겨가고 싶은데, 자격이 되는지 문의하는 장애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상담기관 관계자들의 말이었다.

높아지는 물가, 줄어드는 후원, 대책 없는 복지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기초생활수급자 재가장애인들일 것이다. 그런 장애인의 사정을 가장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복지관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고자 서울의 S복지관 외 여러 복지관을 대상으로 실태를 알아봤다.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후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 어려움을 호소하는 장애인들은 늘어나는데, 한 번씩 목돈으로 들어오던 후원금도 요즘은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장애인 개인이 복지관과 정기적으로 결연을 맺은 후원자까지 후원을 중단하고 있어서, 도움을 주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돈 뿐만 아니라 후원물품 또한 많이 줄어들어서 장애인들에게 제공하던 점심도시락 제공 서비스 같은 경우 대상자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복지관측은 물가는 자꾸 오르는데 기초생활수급비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생계를 이어나가기도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장애인들의 실상을 전했다.

게다가 요즘같이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비를 아끼려고 추운 방 안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지내다 병을 더 키우는 장애인들이 많다고 한다.
복지관 관계자는 복지관에서 지원한 기름보일러는 폭등한 유가로 인해 함부로 켜 볼 엄두를 내지 못해 무용지물이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또 심각한 것은 의료비 문제였다. 국가에서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장애인라도 꼭 필요한 치료비에는 많이 부족한 실정.
게다가 기본적인 진료 외에는 지원이 되지 않는 검사비 등이 포함되는 제한이 있어 다른 기업복지재단 쪽에 지원 요청을 하는데, 그마저도 바로 도움을 받기는 어렵단다.

한 복지관담당자가 전해준 사례에 따르면 어느 60대 장애인 부부는 부인이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경제활동이 가능한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 했다고. 또 근육장애로 지체장애를 가진 아버지에게서 유전으로 장애를 물려받은 자녀도, 국가에서 지원되지 않는 엠알아이(MRI)검사나 의료보호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비싼 의약품을 구입할 수 없어 사실상 치료를 못 받고 있다고 한다. 5명의 어린 자녀를 둔 한 뇌병변 장애여성은 백혈병까지 겹쳐 고생하면서도 수술비를 구하지 못해 병을 더 키우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또 장애가 있는 부모들은 자녀들의 학비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복지관 담당자들 전언이다. 대학등록금이 부족해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어렵게 빚을 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장애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기초생활수급자의 60% 이상이 1인 가구라는 것이다.
장애인의 특성상 독거 장애인들이 기초생활수급자에 대거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생계비는 최대한 많이 받아야 월 35만 원 정도. 장애인 수당을 받는 장애인들은 생계비에다 수당을 더해 월 50만 원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장애 급수가 낮아 월 2만원의 장애 수당밖에 지원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최대한 지원받을 수 있는 돈이 월 40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거비와 통신비를 내고 나면, 그야말로 끼니를 거를 수밖에 없다는 게 복지관 관계자들이 전하는 빈곤 장애인들 실태였다.

장애인들이 대거 수용되어 있는 생활시설의 경우는 어떨까.
지역에 있는 몇몇 생활시설들의 경우는 두세 달째 후원금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정부보조금 외에 난방비는 후원금으로 해결해 왔는데, 후원금이 끊겨 어떻게 겨울을 나야할지 막막하다며 하소연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 어디론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노숙인의 모습 ⓒ김태현 기자 고용, 경기침체로 두 번째 위기 겪어

경기침체가 가속화 되면서 고통을 받기는 고용 현실도 마찬가지였다. 장애인 고용을 알선하고 있는 기관과 단체 관계자들은 장애인 고용이 예전에 고용장려금 축소로 한 번 위기를 맞았는데, 지금 경기 침체로 두 번째 위기를 맞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취업해 있는 장애인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장애인들이 다수 취업해 있는 경기도 오산에 있는 한 반도체 회사의 경우, 삼성전자의 하청을 받는데 이번 달 삼성전자에서 발주하는 원청 물량이 끊겼다고. 이런 상황이라 이미 고용되어 있는 장애인근로자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 고용알선 기관 관계자의 말이었다.

장애인 고용 알선 단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또 하나 힘든 것은, 고용장려금 지원에 대한 기대 때문에 그나마 그동안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이었던 영세 사업장도 장애인 대신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 어느새 사업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리 잡고 있어 장애인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졌다고 한다.

또 이런 상황이지만 취업을 원하는 장애인들은 대부분 단순 사무직을 원하는데, 장애인을 사무직종에 고용하려는 사업장은 드물기 때문에 장애인 고용이 힘들다는 이야기도 고용알선 기관과 단체관계자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노숙장애인, 갈 곳이 없다

그러면 거리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어떨까.
노숙장애인들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11월 19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11도. 올 들어 가장 춥겠다는 일기예보가 있던 날, 낮 12시경 청량리를 찾았다. 청량리역 부근 굴다리에는 허름한 차림의 사람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길게 줄 서 있었다. 그 줄은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인 ‘밥퍼’까지 이어진다.

이 사람들은 왜, 언제부터 갈 곳 없는 노숙인이 되어 이 줄에 서 있게 된 것일까.
‘밥퍼’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 노숙인 중 지체 장애를 가진 사람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다가가 말을 건넸더니, 의외로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올해 마흔 여덟이라는 그 남성은 28년 전 골수암으로 다리를 절단하고 의족을 사용 중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팔까지 마비가 와 장애 등록을 하고 기초생활수급권을 신청해서 받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2년 간 교도소에 복역하게 돼 수급권이 박탈되어 못 받게 됐다고 했다. 게다가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가족들과의 갈등으로 집을 나와 시설과 재활원을 전전했는데, 시설 내의 다른 사람들처럼 가족들의 후원을 받지 못해 더 이상 지내기 어려워져 나와서 길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의 일상은 간단하다. ‘밥퍼’에서 아침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오후엔 근처 제기동에 있는 ‘작은예수회’가 운영하는 급식소에서 밥을 먹고, 또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밤이 되면 근처 숲 속에 천막을 치고 자는 게 전부.

술은 마시지 않고, 가끔 구걸로 볼펜 등을 팔기도 하지만 겨울엔 장사가 되지 않아 하지 않는단다. 그래도 근처에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아 끼니 걱정도 없고, 노숙인 상담센터에서 연결해준 근처 시립병원에서 무료로 약을 탈 수도 있단다.

   
제기역 근처 무료 급식소. 노숙인을 비롯해 한끼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길게 줄서 있다. ⓒ 김태현 기자
기초생활수급권을 다시 신청하지 그랬냐는 질문에 그는 “주거지는 근처 교회 목사님이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내가 이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게을러진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노숙생활을 ‘유랑’이라고 표현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겠지만, 그 곳에 있던 많은 노숙인들은 그렇게 삶에 체념한 듯 보였다. 그들도 한때는 열심히 살아보려 애쓰던 사람들일 텐데, 무엇이 그 끈을 놓게 만들었을까.

발길을 옮겨 지하철 제기역 근처에 있는 ‘작은 예수회 소망의 집’ 급식소를 찾았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시간이었지만 이 곳 또한 급식소 앞에 노숙인들이 길게 줄 서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좁은 실내에 식탁이 늘어져있고, 따듯한 밥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줄서있던 노숙인들이 들어와 다함께 성호경을 긋고 기도를 한 후 밥을 먹는다.

천주교에서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인 ‘작은 예수회 소망의 집’의 오성근 소장은 이곳을 찾는 하루 평균 500명 이상의 노숙인들 중에는 사실 집이 있는 사람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그런 걸 알아도 어차피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일 테니 맘 편히 식사할 수 있게 배려한다는 것.

오 소장에게 이곳을 찾는 장애인들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더니, 장애인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들이 많다고 한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나 매일 오는 장애여성도 네댓 명 정도 있다고.

‘소망의 집’에서는 식사를 하러 오는 노숙인들에게 꼭 2백 원씩 받고 있다고 한다.
2백 원씩 받는다고 급식소 운영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마는, 어차피 이곳은 천주교에서 나온 사람들과 봉사자들이 함께 일하기 때문에 인건비는 걱정 없고 각 교구 소속 성당이나 기업 등에서 적게나마 후원을 받기 때문에, 운영은 어려워도 돈을 벌고자 함이 아닌 그들의 ‘자존감’을 일깨우려는 의도로 조금이라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이런 도움에만 익숙해져 스스로 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는 뜻. 그는 덧붙여 “급식소를 쉬는 날은 아예 끼니를 굶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목요일)도 마음이 편치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급식소를 나오는 길에,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한 노숙 장애인을 만났다. 유난히 어깨를 움츠린 그 장애 남성은 조심스레 사연을 묻는 기자에게 “묻지 말라.”는 짤막한 대답을 남기고 자리를 피했다. 무심한 듯 한 표정과 눈빛에서 처연함이 느껴져 기자도 더 이상 말을 건네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젊은 남자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정신장애 3급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가족들이 자신을 책임 못 지겠다며 한 교회 쉼터로 보내 그곳에서 7년을 살았지만, 적응하지 못해 결국 나오게 됐다.

길거리에서 자며 건축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거처 주소가 없어서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기자에게 주소를 마련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머뭇거리는 사이 그는 기대할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말없이 자리를 떴다.

    청량리 역 부근 무료급식소에 줄 서 있는 노숙인들 ⓒ김태현 기자 시설에서 나와 시설로 돌아간다?

서울역으로 자리를 옮겨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상담소를 찾았다.
그곳에서는 찾아오는 노숙인들을 쉼터와 연결시켜주어 일을 찾고 다시 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컨테이너박스 3개를 길게 붙여놓은 그 곳을 찾아오는 노숙인들은 잠깐 쉬어가는 이들까지 합해 하루 평균 40~50명, 걸려오는 전화도 하루 평균 10통 이상이라고 한다.

상담직원들이 추정하는 서울역 부근 노숙인만 해도 거리 노숙, 쪽방·피시방 등 비주거공간 노숙인까지 합하면 200명 이상. 요즘 경기불황이 찾아오면서 초기 노숙인들이 늘어난 걸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노숙 장애인들의 비율은 10%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게 상담원의 말이었다.

그러나 눈으로 분간하기 어려운 경증장애를 가진 이들이 더 있을 수도 있고, 상담원들이 외부로 나가서 상담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동권에 제약을 받는 노숙장애인들이 더 있을 수 있다고.

게다가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 때문에 거리를 배회하던 노숙인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눈에 띠어야 도움이라도 줄 텐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어 더 걱정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간 서울지하철 숙대입구 역 근처에 있는 ‘다시서기센터’ 본부에서 현장지원팀의 이형운 팀장의 입을 통해 노숙 장애인들의 실태를 알 수 있었다.
노숙인들은 보통 거리노숙인, 시설노숙인, 비주거공간(쪽방, 피시방 등) 노숙인으로 나뉘는데,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거나 일용직 노동을 하며 고시원에서 지내는 노숙인도 많지만, 노동을 할 수 없거나 기초생활수급비조차 받을 수 없는 노숙장애인들은 높은 가격(월 25만원 이상)때문에 아예 주거공간을 포기하고 나와 길에서 지내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고시원들이 1층에 있지 않고 장애인 편의시설이 미흡한 것도 장애 노숙인이 주거공간을 포기한 큰 이유 중에 하나.

그리고 이 팀장이 전하는 한 사례에 따르면, 요즘은 전동휠체어를 탄 노숙장애인들이 눈에 띄고 있는데,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지하철 안이 따뜻하기 때문에 대개 지하철 객차에서 잠을 잔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돌봐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용변 처리를 못해 똥기저귀를 찬 채 이틀을 지낸 장애인들을 만난 적이 있다고.

문제는 ‘다시서기센터’에서 연결해주는 노숙쉼터에서 지내는 노숙인들은 보통 일용직 노동일을 나가는데, 장애인들은 일하기 어려우므로 쉼터에서도 반기지 않고 장애인들도 가기 꺼려해 연결해주기 힘들다는 게 이 팀장 말이다.

   
청량리 지하도에서 만난 노숙 장애인 ⓒ김태현 기자
또 알콜중독이나 기타 정신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쉼터는 있지만 일반적인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전용 쉼터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결국 충북 음성 꽃동네 등의 대형 시설로 보내는 방법밖에 없단다.

그러나 오랜 가난을 겪으며 산 장애인들이 갑갑하고 열악한 시설로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에 이 팀장은 현장에 나가 거리에 있는 장애노숙인들을 만나 설득하는 게 어렵다는 고초를 털어놨다.

이 팀장은 노숙장애인들을 시설로 보내는 것이 최선책이 아닌 것은 알지만 점점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 행여 얼어 죽기라도 할까봐 같이 가자고 하면, 그들 대부분은 집에서 부담을 느끼고 나온 경우가 많은지라 자학을 하며 “차라리 길에서 죽겠다.”며 버틴다고 한다. 그런 장애인들에게 침낭 두 개를 주고 올 수 밖에 없는 날엔 자신도 자괴감이 들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현재 ‘다시서기센터’에서는 거처가 없어 기초생활수급권을 신청할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해 임시주거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시서기센터’의 모든 활동가들이 노숙장애인들을 자신의 가족 일원으로 받아들여 그들에게 주소를 만들어주는 것. 그렇게 해서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게 된 장애인들이 꽤 있었다.

이렇게 경기침체로 빈곤 장애인들은 너도 나도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가진 자들을 위한 종부세 완화 정책을 펴 2008년에는 5,443억 원이던 재원이 2009년에는 1,971억 원으로 대폭 줄어들 예정이다.

진정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라면 부자를 위한 감세 정책보다, 그래서 가진 자를 챙기기 보다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부터 챙기는 게 우선 아닐까. 추운 겨울 또 다시 얼어 죽는 장애인이 생기지는 않을 지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작성자김태현 기자  husisara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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