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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감액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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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충청]

한나라당은 걸핏하면 ‘잃어버린 10년’을 운운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그들의 잃어버린 10년을 찾는 길은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 그리고 이젠 그 길을 찾다 찾다 못 찾아서 결국엔 그들의 특기인 억지춘향이 도진 모양이다. 그들의 잃어버린 10년을 찾는 길 중에 하나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더 죽음의 거리로 내모는 것에서 해답을 찾은 모양이다. 그래서 더더욱 가슴이 답답하다.

지난 18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을 필두로 30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향상에 기여한 반면, 최근 금융위기로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어 최저임금법 위반과 취약계층 고용기회의 축소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 수습근로자의 수습기간 연장 및 고령자의 최저임금감액제 적용 등을 고입함으로써 저소득근로자의 생활안정과 취약계층의 고용기회 확대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한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이런 개소리가 어디에 있는가!

독자분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얼마인 줄 아시는가?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3,770원에 월 787,930원이고, 내년에는 고작 230원 인상된 시급 4,000원에 월 836,000원이다.
과연 시급 4,000원으로 요즘 같은 세상에 먹고 살 수 있을까? 이번달엔 가스비와 전기비가 올랐으며,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나 전철은 언제라도 요금인상을 할 기세다. 심지어 지금도 무척 오른 기차도 오를거라 하니, 이는 가히 시민들 보고 밖에 괜히 돌아다니지 말고 조용히 집에나 있으면서 돈 아끼라는 정부의 친절한(?) 소비억제 서비스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31명이 발의안 ‘최저임금개정안’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다.

한나라당에서 발의한 최저임금 개정안을 보면,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쉬고 있는 60세 이상의 고령자노동자들이 많다며 이들에게 일자리를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고령자의 최저임금을 감액적용해서 그 돈으로 일자리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또한,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이 학교에서는 직업훈련을 받지 못했기에 재교육을 통한 업무 수행 능력을 위한 재교육에 들어가는 돈이 엄청나다며 지금의 감액제도 3개월을 6개월로 연장하자는 것이다. 더욱 기가 차는 내용은 현재 3D 업종에 우리 젊은이들이 외면하고 경시하여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량 채용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나가는 임금이 가중되기에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대한 3D 업종에 집중시키되 최저임금 감액 적용을 하잔다.

이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리인가?

과연 우리 젊은이들이 3D 업종을 외면하고 경시하여 취업을 하지 않은 것인가. 단연코 필자는 부정한다. 지금의 최저임금 3,770원이 비싸다고 아우성인데 그래봤자 월 80만원 채 안되는 임금이다. 그런 임금을 받고 힘든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군다나 요즘같이 대학 등록금이 1천만원에 육박하는 시대에, 전체 사교육비가 20조 400억원이나 투입되어 교육을 받는 세대에게, 사회에 나와서 10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일하라고 한다면 과연 어떤 젊은이들이 얼씨구나 하고 일을 하고 싶어 하겠는가? 아무리 상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그러진 않을 것이다.

과거, 온 몸이 부셔질 듯 아픔속에서도 쫓겨날 것을 두려워 묵묵히 몇 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일하던 주방가구를 만드는 금속 노동자들이 있었으며, 새벽부터 전날 학생들이 버린 더러운 쓰레기를 손수 직접 분리수거하며 청소를 하던 대학 청소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조차도 모르고 월 40~50만원에 한 달 내내 일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최저임금 시급 3,770원이 비싸다며 월 80만원도 안되는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체불하는 악독 기업주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경총의 요구에 그 얼마 안되는 최저임금 마저도 감액하자고 하니 이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들의 잃어버린 10년 찾기 운동이 아니겠는가.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조치로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거기에 고령노동자의 일자리 창출 및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함으로 최저임금 감액제도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법 개악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한다.
반드시 이 미친 개악안에 대항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돈 더 달라 하기전에 고작 얼마 안되는 돈 마저도 깎겠다는 그들의 머릿속을 나는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만약에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 노동자들의 삶은 더더욱 비참해 질 것이 뻔한 노릇이다.

지난달 30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주최한 ‘최저임금개선 토론회’에서 중소기업 업체 사장은 방청석을 향해 “당신들이 3D 업종 일을 거부하기 때문에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임금을 주고 사오는지 알고 있는가” 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 사장의 발제 후에 나는 질문 겸 의견으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최저임금이 매년 올라서 고작 4천원 때문에 회사 운영하기 어렵다고 그렇게 징징 거리실거면 차라리 그만 두세요. 힘든데 뭐하려 그렇게 운영하세요!”

임금만이라도 제대로 주라. 그럼, 누구든 열심히 일 안 하겠는가?

작성자민영기 (민주노총 공공노조 미조직비정규부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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