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보는 세상
본문
|
마음으로 보는 세상
시각장애 아이들과 공익근무요원의 마음의 이야기
나는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진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학교인 시각장애 세광학교의 공익근무요원이다.
이곳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장애 아이들을 돕는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 하지만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나의 근무기간은 행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의 행복한 세광학교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점자를 배우다
나는 학교에서 공익이 아닌 임선생님이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모두 그렇게 부른다. 학교생활 2개월 정도쯤, 수업보조를 하는데 한 아이가 점자를 묻는다. 난 시각장애인이 손으로 읽는 점자를 알지 못했다.
‘나는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선생님이란 단어를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자격이 있는가? 이곳에 있는 동안은 난 아이들의 성장에 정촉매가 되어야한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수없이 손가락으로 비벼대던 점자책을 찾았다. 완벽히 이해하고 공부했다. 시각장애인 컴퓨터(한소네)도 익혔다.
지금은 손가락에 눈을 달고, 코로 세상을 느끼고, 귀로 공간을 읽어내는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더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아이들 공부를 더 도와주고 간다. 아이들을 도우면서 그리고 사랑하면서 내 공익근무기간이 행복해져만 간다.
아이들과 함께 세상구경하기 장애 아이들의 사회경험은 많이 부족하다.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주말이면(근무가 쉬는 날) 합숙원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열심히 학교생활을 한 아이들에게 주는 나의 작은 선물이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보고 요금도 내보고 소리를 듣고, 사회에서 배려한 장애시설도 둘러보고, 야구장에서 사람들의 큰 함성소리도 들어보고, 번화한 거리의 여러 소리도 접해본다. 장미꽃 냄새에 빠져보기도 하고, 수영장의 냄새도 빙상장의 온도도 느껴보며 아이들과 많은 기억을 만들어 간다.
아이들은 비록 눈으로 보진 못했어도 마음으로 더 많은 것을 보았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동안은 많은 경험을 도와줄 것이라고 다짐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이 행복해 할수록 나의 행복도 보람도 커져만 간다.
이렇게 아이들과 밖으로 나가면 따뜻한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느낀다. 백화점에서 여러 과일의 냄새를 느끼고 만져보며 신나게 돌아다니는데 어느 아주머니가 뛰어와 밝게 웃으시며 예쁘다며 과일을 주신다. 한 번은 근무시간이 끝나고 아이들과 학교공익요원들이 야구장에 갔는데 옆에 계신 아저씨들께서 요즘 공익들은 이렇게 좋은 일을 하냐며 통닭도 사주신다. 세상은 충분히 행복하다. 공익에 대한 이미지도 조금씩 좋아짐을 느낀다.
학교생활에서의 즐거운 이야기
점심시간이면 항상 놀아달라며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다. 어느 날 초등부2학년 수빈이가 꽉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많이 피곤했던 나는 장난으로 아이의 이마를 ‘콩’ 때렸다. 앞도 보이지 않은 두 눈에서 눈물이 펑펑 흐른다. 많이 아팠나보다. “미안해~ 선생님이 잘못 했어. 선생님도 한 대 때려.” 라고 아이를 달랬더니 수빈이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때려요...” 나는 순간 얼었다. 어린아이가 이런 말을 하다니. ‘아... 난 사랑받고 있구나.’ 아이들의 사랑에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주말에 밖으로 나가자는 약속에 닭똥같이 흐르던 눈물과 슬픈 표정이 행복의 웃음으로 바뀌었다.
또 한 아이가 있다. 앞도 보이지 않고 말도 못하고 자해까지 하는 9살 어린아이이다. 항상 웃으며 따뜻하게 대했더니 8개월 만에 내 이름을 어설프게 부르며 웃는다. 나의 존재를 인식한 것이다. 이래서 진심은 통한다고 하나보다.
어느 날 교실에서 대변냄새가 진동한다. 그 아이가 저지른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목욕탕으로 데려갔다. 다른 때였으면 무섭게 야단쳤을 텐데 왠지 그날은 아이도 나도 이유 없이 웃었다. 깨끗이 씻겨 기저귀를 갈아주고 배를 만져주며 장난치니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 마냥 서로 웃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내가 교실에 들어오면 내 목소리를 듣고 대변을 저지르는 것이었다. 웃기지만 웃지 못 할 사연이다. 하하하.
학교 교지에 이런 이야기를 썼었다. “사회에서 나는 어떤 이미지건 아이들에게 만큼은 천사이고 싶다.” 긴 글 중에 작은 부분일 뿐이었다. 항상 똑같은 아침. 아이들의 손을 잡고 교실로 향하는 중에 내 목소리를 들은 초등부 4학년 수연이가 “임 쌤~~~~!!”하며 달려온다. “임샘은 천사예요~~!” 아이가 손으로 내 글을 읽었나보다. 천사이고 싶다는 나를 천사로 만들어주었다. 또 다시 느낀다. 천사 같은 이 아이들을 더 사랑해야 하네.
공익근무로 끝나지 않은 일들 내가 몇 개월 후 학교를 떠나는 것을 느낀 것일까. 한 아이는 자꾸 내가 떠나는 꿈을 꾼다고 한다. 공익근무기간이 끝나더라도 아이들과 학교의 인연은 끝이 아닐 것이다. 가끔 아이들이 나를 잊지 않을까? 라는 바보 같은 걱정을 하곤 한다. 내가 아이들을 잊지 않으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장애학교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선생님이란 단어를 경험하고,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 내가 더 많이 받아버린 것 같다.
‘좀 더 마음으로 대하리. 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리. 이런 모자란 나를 응원해주며 따라주는 아이들을 사랑하리.’ 공익근무가 끝나더라도 계속 학교를 찾아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다. 내 주위의 사람들도 이런 나를 보며 봉사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당당한 공익근무요원이다
공익근무요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 하지만 나는 당당한 공익근무요원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부끄럽지 않게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공익근무기간에 좀 더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보는 내 노력이 앞으로의 삶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삶의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을 만들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당당한 공익근무요원이다.
광주세광학교 임병진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