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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더이상 장애인이 기어야 할 일이 안생기길 바랍니다

전북 이동권 투쟁 모습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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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전동휠체어 또는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누군가의 지원이 없이는 속된말로 ‘방구석에만 쳐 박혀’ 있어야 할 이들이 이 신통방통한 물건 덕분에 사회로 나올 수 있게 된 거죠.

그럼 여기서 질문하나, 엔진이 장착된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는 도로로 가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인도로 다녀야 할까요?

정답은 인도입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휠체어는 차마(車馬)에 속하지 않은 ‘보장구’입니다.
행정자치부령공고 제329호에 의하면 도로교통법상 보행자로 보는 신체장애인용 의자차를 의료기기의 기준규격에 맞는 수동휠체어, 전동휠체어 및 의료용 스쿠터로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즉 휠체어를 탄 장애인 등은 반드시 인도로 다녀야 하고, 도로로 나섰다가 사고라도 날 때에는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 따르는 거죠.

하지만 얼마 전 글을 올렸듯 휠체어를 타고 인도로 다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곳곳에 세워져있는 볼라드부터 가로수, 버젓이 인도에 주차해있는 승용차,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각종 턱까지... 휠체어를 가로막고 있는 인도의 장애물들은 수도 없이 많건만 다닐 수 없는 인도로 다니지 않으면 ‘본인손해’를 강요하는 게 우리나라 준법정신의 현실입니다.

더욱 황당한 것을 꼽아볼까요.
바로 저상버스 문제입니다.

예전보다 많이 보급돼 버스를 타는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경험해보셨으리라 생각하는데, 이 저상버스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타기 편하도록 제작한 턱이 낮은 버스를 말합니다.

문제는 이 저상버스를 탑승하기 위해서는 도로 구획정리가 제대로 돼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안 돼 있어 저상버스에 탑승하려면 휠체어를 탄 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로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면 승차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게다가 차량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저상버스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일은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지하철이나 장애인콜택시 등 저상버스가 아니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체수단이 있는 서울지역은 그나마 낫습니다. 문제는 지방 중소도시인데, ‘예산문제’등을 이유로 장애인의 이동권은 철저히 외면 받고 있습니다.

촬영, 편집 : 전북시설인권연대
제작지원 : 전주영상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전북시설인권연대를 중심으로 한 이동권공대위가 오늘(23일) 오후 2시부터 전주시청 앞에서 교통약자에 대한 이동권 증진계획 수립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습니다.
현재 전주시에는 2만 명의 장애인이 있으나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는 단 3대뿐(장애인콜택시 6대), 이중 시내버스는 단 한대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교통과장은 매년 두 대씩 늘리는 등 연차별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동권공대위는 “60년 뒤에나 법이 규정한 것이 가능하다”며 강하게 반발하며 일반버스 타기 투쟁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이해해라’, ‘입장 난처하게 만들지 말라’ 등 이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말들뿐이었습니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은 경찰관들이 나서서 이들의 버스탑승을 막은 사실입니다.

   
▲ 일반버스에 탑승하려는 장애인을 막아서고 있는 경찰 ⓒ참소리
이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완산경찰서 서장실을 찾았으나 이번에는 계단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결국 10여명의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몸’인 휠체어를 버리고 온몸으로 기어서 서장실까지 올라갔지만 이미 퇴근 후.
어렵사리 완산경찰서 서장에게서 사과를 받아냈지만 어떤 게 바뀔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버스정류장으로 몰려가 일반버스 타기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또다시 이들의 행동에 대해 경찰이 달려들어 막고, ‘이동에 불편을 줬다’며 시민들이 욕을 할지 궁금합니다.

   
▲ 완산경찰서 서장에게 직접 사과를 받기위해 휠체어를 버리고 서장실로 향하고 있는 중증장애인들 ⓒ참소리
자신들이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요.
“버스가 없으면 승용차 끌고 다니면 되지 않느냐”라는 답변이 안 나오기를 빕니다.
최소한의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차디찬 콘크리트 계단을 기는 장애인들이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빕니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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