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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희오토 또 계약해지 통보,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평가점수근거로 계약해지, “무단결근 한번 한적 없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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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충청]

동희오토 트림반에서 근무하는 안미경씨가 11월 19일자로 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30대의 안씨는 2007년 11월 19일에 동희오토 하청업체에 입사한 1년차 비정규직 노동자로, 법정 최저 시급 3,770원보다 20원 많은 3,790원을 받으며 일했다.

트림반에서 차 뒤쪽 브레이크 등 달기, 사양지 붙이기, 자제 투입, 에어콘 파이프 달기의 4가지 공정을 돌아가면서 라인 작업했다는 안씨는 주위 동료들에 의하면 무단결근 한 번 한 적 없고, “성실하기로 소문난”노동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는 17일 근무평가를 근거로 안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무단결근 항목이 평가서에 적혀 있었으며, 근무평가는 본인에게 제대로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주위 동료들은 안씨가 그동안 동희오토 사내하청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의 활동을 지지하자 회사가 보복성 조치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안씨는 “오늘 흘린 억울한 눈물을 다시는 흘리고 싶지 않다”며 “잠시만 시간을 내어 내 글을 읽어 달라.”고 호소했다. 미디어충청에 보내 온 안씨의 글 전문을 싣는다.

   
계약해지 통보 받은 안미경씨
안녕하세요. 저는 트림반에서 근무하고 있는 작업자 안미경이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한참을 울다가 용기를 내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10월17일 야간 첫 타임이 시작되자마자 키퍼가 와서 ‘소장면담’이라고 얘기하는데 올 것이 왔구나 했습니다. 계약해지 통보. 전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니 조금 떨렸습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소장, 총무, A직 반장 이렇게 셋이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을 겨를도 없이 뜬금없이 흰 봉투를 내밀더군요. 계약해지 통보서였습니다. 당황스럽진 않았는데 봉투를 내미는 소장의 태도가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 너무 수치스러웠습니다.

제가 해고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평가서를 작성한 다네요. 제가 평가점수가 안 좋답니다. 그래서 해고를 한 다네요. 작업자라고 무시하는 건지 쳐다보지도 않고 다른 업무를 보며 별일 아닌 것처럼 대하더군요. 저에겐 생계가 달려있는 문제인데, 그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나오니까 기분이 너무너무 상했습니다.

근무평가서? 무단결근 한번 한적 없는 제가 어째서 근무평가가 나쁜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평가기준이 뭔지 누가 평가하는 건지 평가서를 보여 달라고 했고, 준비해온 수첩에 내용을 적으려고 하니까 뺏어가더군요. 언뜻 보니 근태사항에 무단결근 뭐 이런 조항이 보였고, “저는 무단결근 한 적이 없는데요.” 했더니 또 피식 비웃어버리더군요. 너무 속이 상해 더 이상 그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어떨지 모르지만 난 인정할 수 없다. 나는 결근 한번 한적 없다.”라고 말하고 나왔습니다.

사무실을 나오긴 했는데, 너무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제대로 욕이라도 한번 해 볼걸 하고 후회가 됐습니다. 이대로 안되겠다 싶어 다시 사무실로 올라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속에서 열불이 나 안 되겠다. 야~ XX놈아 너~ 인생 그렇게 살지 마! 사람 짤라 놓고 잘 살 줄 아냐~ 이 XXX야~”했더니 소장은 또다시 피식 웃으면서 총무에게 “녹음기 가져와 녹음해”라고 하더군요. 떨리긴 했지만 욕을 한 바탕 하고 나니 속이 조금 풀리더군요.

라인에 돌아와서 일을 하는데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작업대에 있는 콤비램프를 집어 던지고 싶었습니다. 차체를 확 긁고 싶고, 확 뛰쳐나가고 싶고 기분이 너무너무 상했습니다. 예상은 했었는데 소장이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가 자꾸만 마음속에 떠올라 속에 천불이 났습니다. 사내하청 1년 계약직, 우리 같은 비정규직의 비애가 이런 것이구나.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가슴속에 비정규직 네 글자가 박혀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어제는 제가 집에서 가져온 떡을 작업자들과 같이 나눠먹고 있을 때, 고00 사장이 웬일로 라인에 나와 있기에 떡 좀 드세요 했더니 “이런 건 배고플 때 줘야지” 하며 농담을 했습니다. 그러고선 다음날에 바로 해고를 하다니? 떡이 너무 아깝습니다. 사람 짤라 놓고 떡이 목에 넘어갔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사장은 보통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해고시킬 작업자에게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농담을 건네는 사람, 정말 우리와 같은 인간인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힘이 없어서 당하는 건가 생각하니 또 화가 나더군요. 아무리 노동의 대가로 쥐꼬리만큼의 돈은 받지만 오늘 이 상황에서 너무나 서럽고 참으려고 입술을 깨물어도 눈물은 계속 흘렀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괜찮아 잘 될 거야 하고 위로해주는 동료였습니다. 노동조합이라도 나서서 억울한 일을 막아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송00 노동조합 위원장을 떠올리니 오히려 한숨만 나옵니다. 매달 꼬박꼬박 조합비는 떼어가면서 정말로 작업자를 위해서 하는 일이 도대체 무엇인지. 이런 노동조합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오늘, 태어나서 가장 서러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말 많이 서러웠습니다. 오늘 흘린 억울한 눈물, 다시는 흘리고 싶지 않습니다. 다시는 저와 같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작업자가 생겨선 안 됩니다. 우리에겐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든든한 동료, 진짜 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함께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철조망으로 가려진 동희오토
작성자안미경 (동희오토 하청업체 노동자)  cmedia@cmed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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