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들을 얻은 나의 대학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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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충청]
대학시절...
대학 시절은 나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시간들이었다.
물론 작고 좁은 시설에 있을 때 보다는 넓은 곳에 적응하기도 힘들고 여러 명이서 도와가며 살다가 장애인이라고는 학교 기숙사에 혼자뿐이고 3~40명 되는 국어국문학과 역시 장애인은 나 혼자였다. 한편으로는 동물원에 원숭이가 된 기분이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나한테만 손을 내밀고 눈길을 보내고 내가 행동하는 하나하나 관심 깊게 참견하고 그런 것들이 그 사람들에게는 호의고 배려였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부담이었다.
무엇보다 싫었던 건 입학하고 첫 시간표는 친구들과 여럿이 친해지라고 조교선생님께서 일괄적으로 시간표를 짜주신다. 나 역시 짜 주셨지만 다 바꿔야만 했다. 하나같이 계단이었을 뿐 더러 엘리베이터 역시 없는 곳이 허다했다. 그래서 난 혼자 시간표를 조정하여 외롭게 수업을 들어야만 했다.
솔직히 장애인들이 그것도 나처럼 중증장애인들이 평범한 대학교를 들어가서 비장애 학생들과 동등하게 수업을 들으며 학습을 따라가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
초등학교 때부터 통합교육을 받아 일반학교에서 공부를 해온 학생들은 조금 덜 힘들 수 있겠지만 나처럼 시설에서 특수학교를 다녔다가 대학교만 통합교육을 받는 입장이라면 정말 남들 보다 2~배가 아닌 10배 정도는 노력해야 한다.
공부뿐만이 아니다. 일상생활이 그렇다. 예를 들자면 사교문제에서도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비장애 학생들은 한 발자국만 다가가면 되겠지만 장애학생들은 한 발자국이 아닌 적어도 세 발자국은 다가가야 하며, 다가섰다가 상대방의 친구가 겉모습의 장애로 인해 뿌리칠 그 아픔 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한 가지 더, 비장애인들은 편안한 추리닝을 입어도 아무렇지도 않지만 장애인들은 겉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옷이라도 깔끔하고 예쁘게 멋있게 단정하게 입어야지만 타인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적어도 난 그렇게 느끼고 생각한다. 장애인들이 씻지도 않고 옷도 대충입고 다니고 자기 스스로를 챙기지 않는다면 더 얕보고 무시할 것이다.
이런 점 역시 실제로 경험해 보았다. 주말에 시험기간이라 추리닝에 편안한 복장으로 세수만 하고 도서관에 가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해보면 들어놓고도 그냥 지나가 버린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도 예쁘고 단정하게 입고 꾸미고 돌아다니면 먼저 다가온다. 이런 점들로 보아도 장애인일수록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힘든 일도 있었지만 대학시절 나에겐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들을 많이 얻었다.
힘들고 지쳐도 헤쳐 나가는 법을 배웠고 많은 비장애인들 속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당당함을 얻었고 4년이라는 시간이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평생을 함께 갈 수 있는 친구들을 얻었고 힘든 일에 있어서는 감싸주시고 잘못 된 길을 갈 때에는 충고해주시고 기쁠 때는 배로 기뻐해 주실 수 있는 지인들이 생겼다.
‘배움’이라는 것, ‘교육’이라는 것... 책으로만이 배울 수 있고, 졸업을 해야지만 배우고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지식을 얻으려고 학교를 들어갔지만 지식보다는 지혜와 사는 법과 사랑을 하는 법과 또한 사랑 받는 법을 배워 나왔다. 지식은 조금 부족하지만 돈을 주고는 배우지도 사지도 못하는 것들을 너무 많이 얻어갈 수 있어서 난 너무 감사하다.
장애인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지식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배울 수 있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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