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카드, 주민등록증 구별 할 수 없는 것은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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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이 화폐에 이어 장애인 복지카드와 주민등록증의 규격이 동일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장애인등록증 점자 미표지에 의한 장애인 차별 사건으로 인권위에 진정한 사건에 대해 인권위가 복지부를 상대로 개선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은 작년 9월 전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소장 허주연)가 인권위에 진정한 사건이다.
당시 연구소는 진정서에서 비장애인들은 실감하지 못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현재 소지하고 있는 장애인복지카드와 주민등록증이 규격과 재질이 똑같아서 제대로 구별을 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었던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한 시각장애인의 경우 할인된 열차표를 구매하기 위해 역 매표소에서 장애인 복지카드를 제시했는데, 발매원으로부터 고객님 이 카드는 장애인 복지카드가 아니라 주민등록증인데요. 복지카드가 있어야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을 들어야 했고, 결국 할인 열차표를 구매하지 못하고 정상요금을 내고 열차표를 구매해서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한 시각장애인은 은행에 가서 금융거래를 위해 주민등록증을 제시해야 했는데, 구별을 못해 집에서 주민등록증 대신 복지카드를 가져와서, 은행원이 장애인 복지카드는 신분증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거절하는 바람에 은행 업무를 보지 못한 적이 있다고 피해사례를 적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어느 시각장애인 부부의 경우 남편이 부인의 장애인 복지카드를 본인 복지카드로 오인해서 소지하고 다니다가 낮 뜨거운 일을 당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 전남 연구소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전남 연구소는 장애인복지카드가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에게 많은 불편을 끼치고 있고, 이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며 작년 9월 국가인권위에 이 사건을 진정하게 된 것이다.
장애인복지카드, 시각장애 있는 이의 편리성 고려치 않아
인권위는 8월 20일자로 발표한 이 사건에 대한 권고문에서 장애인 등록증에 점자 표기를 하지 않은 것이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인지 여부에 대해 “특히 다른 카드와 섞이거나 자신만의 표시가 없어졌을 때 중증시각장애인이 장애인 등록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 경우 자신의 개인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거나 범죄에 악용될 위협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처럼 피진정인(복지부)이 점자가 표기되지 않은 장애인등록증을 발급함으로써 중증시각장애인들은 장애인등록증의 내용을 인식하고 행정절차 및 서비스에 참여하는 데 현저한 어려움이 있고 결과적으로 중증시각장애인에게 불리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바 이는 장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이어 피진정인(복지부)은 장애인 등록증의 물리적 공간부족과 기술적 곤란함을 들어 시각장애인이 인식할 수 있는 장애인 등록증을 제작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장애인 복지카드의 목적 및 용도에 비추어 보아 시각장애인이 장애인등록증을 구별하지 못하여 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는 제도의 취지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며, 현재 개발되고 있는 기술들을 검토해 볼 때 그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기술적인 가공을 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이 인식할 수 있는 장애인 등록증을 제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렵고 그러한 개선 노력이 박대한 비용을 수반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을 발생시킨다고 볼 만한 사정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피진정인이 중증시각장애인에게 발급하는 장애인 등록증에 점자표기를 하지 않은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 2조 제 4호가 규정하는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피진정인(복지부)에게 중증시각장애인이 장애인 등록증의 내용을 인식하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개선 조치할 것을 권고한다는 게 인권위의 결정문 주요 내용이다.
인권위, "복지부는 복지카드의 목적과 용도에 맞게 점자표기 등 시각장애인 편의 보장해야" 개선 권고
한편 이 사건에 대해 인권위 권고 결정문이 나오기 전 담당부처인 복지부 장애인 정책과 담당자를 인터뷰한 결과 “복지부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서 구별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복지부 장애인 정책과 관계자는 우선 “이번 진정 사건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난 후 처음 복지부를 상대로 진정된 사건이라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신분증 카드 제작은 조폐공사가 담당부처인데 조폐공사에 문의한 결과 지폐와 마찬가지로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고, 예산이 많이 들어 장애인 복지카드를 별도로 제작하는 방안은 사실상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구체적으로 신분증 카드 규격을 함부로 못 바꾸는 게 가령 지하철의 경우 특정 프로그램이 인식되어 있어서 카드 규격이 다르면 기기가 오작동을 하게 되고, 그래서 지하철 전체 프로그램을 모두 바꿔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담당자 말이었다.
이어 “장애인 복지카드의 경우 신용카드 형태의 복지카드도 있는데 신용카드는 국제적인 규격이 정해져 있어서 장애인 복지 신용카드만 규격을 다르게 할 수 없다.”는 게 담당자 말이었다.
복지부 "어려움 따르지만 개선토록 하겠다"
장애인 단체 "복지부 개선방안, 특별한 것 없다"
결국 보건복지가족부가 찾은 해결책은, 지방자치단체에 지시해서 지역에 있는 점자도서관에 의뢰하는 방법을 통해 시각장애인용 복지카드는 점자 스티커를 별도로 만들어서 붙여주는 방안이었다.
복지부 담당자는 “이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고 비용이 적게 든다.”면서 복지부 차원에서 시각장애인 복지카드의 경우 점자 스티커를 별도로 부착하는 방안을 곧 제도화해서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을 덜어주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런 복지부 개선 방안에 대해 진정을 제기한 전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허주현 소장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생산 단계에서 어려움을 덜어줘야지 카드를 발급한 후 스티커를 덧붙여 주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는 게 허 소장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발급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 허 소장의 이어진 지적이었다.
사실 현재 시각장애인용 복지카드에 대해 점자 스티커를 붙여서 복지카드를 발급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없는 게 아니다. 대표적으로 서울 관악구의 경우 현재 장애인 복지카드를 시각장애인들이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투명 라벨지를 이용해서 점자로 표시해 주고 있어서 시각장애인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결국 복지부 방침은 이런 관악구 사례를 전국화 하겠다는 구상이어서 특별히 새로운 것이 없는 방침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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