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FTA와 한미동맹 위해 美쇠고기 수입" > 기획 연재

[참세상]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FTA와 한미관계 개선을 위해 쇠고기 협상을 추진했다고 19일 공식 인정했다.

"미국과의 관계 회복 더 늦출 수 없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속 거부하면 한미 FTA가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며 "싫든 좋든 쇠고기 협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결정 배경을 밝혔다.

그는 또 한미FTA 체결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언급하며 "대통령으로서 이런 절호의 기회(한미FTA)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기회의 문이 닫히는 것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고, 거기다 북한 핵의 위험을 머리 위에 이고 있다"며 "안보의 측면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회복은 더 늦출 수 없었다"고 쇠고기 협상이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쇠고기 협상 배경을 설명하며 "그러다보니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자신보다도 자녀의 건강을 더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다"며 "저와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국익과 미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 '추가 협상'"

이날 이 대통령은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며 잔뜩 몸을 수그렸지만, '재협상 불가'라는 기존 입장에서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날 스스로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서는 미국과의 재협상을 요구했다"고 '재협상'이 전국민적 요구였음을 인정한 뒤 "정부는 재협상의 어려움만 설명하려고 했고, 이런 태도가 국민 여러분께는 정부가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비친 것 같다"고 성난 민심을 달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전국민적인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했다.

그는 "국내 문제라면 벌써 그렇게(재협상을) 했을 것이고, 저의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온갖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데 제가 무엇을 위해 고집을 부리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제가 '재협상 한다'고 선언했다면, 당장은 어려움을 모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미국 측에 '재협상'을 요구해 "국제사회에서 신뢰마저 잃으면 미래가 없다"는 것이 이 대통령 주장의 요지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방법으로 정부는 추가 협상을 선택한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이런 사정을 깊이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대운하,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

이날 이 대통령은 쇠고기 문제 외에도 한반도대운하와 화물연대 파업 그리고 인적쇄신 문제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대운하 문제와 관련해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또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파업이 오래 가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준다면 그 피해는 근로자를 포함해 국민 모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며 "지금은 기업도 정부도 근로자도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인적쇄신 문제에 대해서는 "청와대 비서진은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폭 개편하고, 내각도 개편하겠다"며 "첫 인사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서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람이 없도록 인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서두에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다"며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