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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채만 안 잡으면 과잉진압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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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여경의 장애여성 머리채 잡은 사진, 시위 괴담으로 변모해

시민들의 ‘미친소’ 수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눈과 귀를 막은 채 촛불집회까지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 24일, 시민들이 이를 반대하는 거리행진을 시작한 후, 경찰이 연행해간 시민만 111명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25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상담게시판에는 당시 촛불집회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 중에 찍힌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 상황에서 여경이 집회에 참가한 장애여성의 머리채를 잡은 모습이었다. 이 여성은 휠체어 이용인이고, 팔에 깁스를 한 상태였다.

이 사진은 이튿날부터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하며 촛불집회에 대한 과잉진압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를 보도한 중앙 언론들의 기사 내용들을 보면 기가 차고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인터넷 ‘시위 괴담 난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가 차로 점거 시위로 양상이 변해가는 가운데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른바 '시위 괴담, 진압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 경찰의 시위대 해산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인 이러한 괴담은 사실을 왜곡하는 형태로 인터넷 공간에서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또 시위 참가자들의 불법 행동 지침이 올려지기도 했다.
(중략)...

다음의 토론 게시판에 올라온 '경찰이 시위대 머리채를 잡고 있는 장면' 사진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손을 물린 여경이 손을 빼는 순간인 것으로 확인됐다. 머리채를 잡고 있다는 주장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ㅁ일보


‘촛불집회 머리채 잡힌 사진의 진실은...’
경찰이 불법 도로시위대를 강제해산에 나서면서, 시위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과잉진압'이라며 경찰을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평화시위를 폭력 진압했다"며 사진이나 동영상, 목격담을 잇달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이 게시물들은 급속하게 유포돼 경찰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중략)...

지난 25일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에는 '경찰이 시위대 머리채를 잡고 있는 장면'이라며 사진 한 장이 올랐다. 언뜻 보면 한 장애인 여성을 경찰이 둘러싸고 있고 그 중 한 명이 이 장애인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는 듯하다.

그러나 이 장면은 이날 새벽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손을 물린 여경이 황급히 손을 빼는 장면으로 밝혀졌다. 여경이 아파서 손을 빼는 순간, 이를 다른 각도에서 찍어 머리채를 낚아채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ㅈ일보


위 보도들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장애여성에게 물린 여경이 손을 빼는 상황을 과잉 진압하는 장면으로 왜곡해 사진을 찍은 것이며, 이는 전경의 정당한 집회 해산을 모함하고 있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ㅈ일보는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머리를 낚아채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인권과 폭력 둔감한 이명박 정권, 중앙언론 상황 그대로 드러낸 사건

필자는 그간 촛불집회가 어떤 사안에 대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새삼스럽게 다시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당시 집회는 ‘미친소’가 우리 식탁에 오르지 않기를 기원하는 시민들의 간절함이 모인 자리였다. 여기에는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참여한 가족부터 중고등학생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촛불을 들고 평화스런 집회를 열고 있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촛불 집회마저 폭력적으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빚어진 모습을 담은 사진에 대해 (메이저라 하는) 중앙 언론들은 과잉진압은커녕, 당시 상황을 왜곡한 사진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여경은 “여성이 손을 물었기 때문에 손을 빼는 과정이었다.”고 주장한단다. 이에 대해 당사자는 “여경이 내 머리채를 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이 여성은 휠체어 이용인이며 팔에 깁스를 한 상태다. 그리고 다수의 여경이 우르르 몰려들어 이 여성을 휠체어에서 끌어내리려고 폭력적으로 진압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 여성이 여경들의 폭력에 대항해 자신을 방어할 수 있었을까.
하반신이 자유롭지 않고, 팔까지 사용할 수 없는데 말이다. 장애 여부를 떠나서 누구라도 이 상황에 처했다면 극도의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행진도중 강제 연행되고 있는 시민들 ⓒ참세상
이번 사안은 이명박 정부과 중앙 언론이 인권과 폭력에 대해 얼마나 둔감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물론 여경이 이 여성의 머리채를 잡았느냐도 중요한 사안일 것이다. 허나 그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다.
휠체어 이용자를 휠체어에서 강제로 분리하는 것은 비장애인의 다리를 강제로 떼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팔에 깁스까지 한 사람에게 여경 다수가 몰려들어 이 여성을 끌어냈다.

비장애인이며 폭력 상황에 단련된 다수의 여경이 자행하는 진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고에 이 여성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이러한 상황에 처한 집회 참가자에게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과잉진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반인권적으로 진압을 자행한 해당 기동대부터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친소’ 수입을 반대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작성자최희정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가)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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