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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왜곡" 지적한 조선일보는 진실을 취재했나?

보도사진 출처없이 사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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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소리]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에 대한 경찰의 진압방식을 두고 과잉대응이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수언론이 경찰의 대응에 손을 들어주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미 쇠고기 협상을 비판하며 시작된 서울 청계광장 촛불문화제는 횟수와 날짜가 거듭될수록 더욱 광범위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애초 청계광장 문화마당에 앉은 채 진행되던 시위모습도 쇠고기 장관 고시를 정부가 강행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지난 주말부터는 문화제가 끝난 뒤 일부 참가자들이 가두시위에 나서는 양상으로 변화됐다.

하지만 "우리 목소리를 왜 듣지 않느냐"는 하소연과 함께 거리로 뛰쳐 나온 각계각층의 시민들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는 "관련자 엄벌"이란 경고 뿐이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현장 경찰들이 문화제 참가자들을 대하는 태도도 점점 거칠어지며 연행자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보도사진 지목... "네티즌 유포 게시물 중 진실왜곡 적지 않아"

이를 본 시민들은 온라인을 통해 "촛불문화제 폭력 진압 반대한다"는 서명을 받는 등 항의의 목소리를 내는 반면 동아일보는 26일 "누구를 위해 '청와대로 쳐들어가자'고 하는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사설로 촛불참가자들의 행동이 특정세력의 배후지시에 의한 것이란 논조를 취하기도 했다.

27일 조선일보의 대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날 조선일보는 '핫이슈' 면을 통해 촛불문화제에서 반정부 구호가 부쩍늘고 있어 배후세력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의 보도를 냈다. 해당기사의 보조기사는 특히 눈에 띄었다.

"'과잉진압' 사진·동영상 사실왜곡 적잖아"란 제목의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네티즌들이 (경찰의 과잉진압의 증거라고) 유포하고 있는 게시물들 가운데는 사실과 다르거나 진실을 왜곡한 것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민중의소리>가 보도한 사진 한 장을 게시하며 온라인 상에서 유포되는 왜곡 게시물로 소개했다.

"언뜻 보면 한 장애인 여성을 경찰이 둘러싸고 있고 그 중 한 명이 이 장애인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가는 듯하다. 그러나 이 장면은 이날 새벽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손을 물린 여경이 황급히 손을 빼는 장면으로 밝혀졌다. 여경이 아파서 손을 빼는 순간, 이를 다른 각도에서 찍어 머리채를 낚아채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란 게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

하지만 사진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강 아무개(43세)씨의 주장은 다른다. 그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머리카락을 분명히 잡혔고 심지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25일 새벽 5시 경 경찰의 연행과정에 항의하던 중 "소리 지르고 발버둥을 치니까 한명이 머리카락을 잡아챘다"는 게 강 씨의 당시 상황 설명이다.

그러면 조선일보가 "손을 빼는 장면으로 밝혀졌다"고 단정지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해당 기사를 작성한 이 아무개 기자는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여경과 경찰청에 확인을 했다. 경찰청 동영상도 봤다"고 밝혔다. 사진에 등장하는 여경의 증언을 들었고, 당시 현장을 담은 경찰청의 동영상을 보고 확인을 했다는 것.

하지만 <민중의소리>의 취재결과 이 아무개 기자의 말은 사실과 조금 다르다.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는 <민중의소리> 기자와 만나 "동영상은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청에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선일보 기자의) 동영상을 보여달라는 요청은 있었지만 보여준 적은 없다"면서 단지 "찾아보겠다고만 (그 기자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강 아무개씨가 연행되던 당시를 담은 경찰청의 영상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있지도 않은 영상이라 이 아무개 조선일보 기자에게 보여주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반론 취재는 없고...경찰 발표만 듣고 기사화 한 듯

조선일보 기사의 근거는 경찰 측의 발표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찰은 지난 26일 경찰청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최근 한 인터넷 매체에서 보도한 사진에서 장애여성의 머리를 잡아챘다고 보도했지만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민중의소리> 사진 출력물을 들어보이며 설명했다.

당시 명영수 서울경찰청 경비1과장은 "자체 조사결과 이 사진은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여성을 인도로 옮기는 과정에서 여경의 팔목을 물어서, 이 여경이 팔을 들어 올리는 장면"이라고 말했었다. 조선일보의 이날 보도와 일치하는 상황 설명이다.

여기서 문제는 조선일보가 관련 상황을 보도하면서 장애인 강 아무개씨에게 최소한의 반론도 듣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 이 아무개 기자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고 말했지만 반론 취재를 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 <민중의소리>의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이 아무개 기자는 보도에 이용된 사진의 출처가 <민중의소리>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밝혔다. 27일자 조선일보에는 관련 사진의 출처를' 포털사이트에서 떠돌고 있는 사진'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이 아무개 기자는 "사진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한 취재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내가 찾은 것이 아니라 후배들이 찾았다. 이런 게(조선일보 기사에 통칭된 '왜곡게시물') 인터넷에서 돌고 있다고 하길래 찾아보라고 했다"고만 답했다.

작성자제정남 기자  think4ever@voiceofpeopl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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