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조합원이냐 원칙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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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9일 청주시청 앞에서 열린 장애인단체 기자회견 ⓒ미디어 충청
청주시의 무소불위 폭력,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공무원노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와 청주시지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8일 청주시가 420장애인차별철폐충북공동투쟁단(이하 충북공투단)에게 전투경찰과 시청 공무원들을 동원해 폭력을 가했음에도, 공무원노동조합은 보름이 다 되도록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원칙과 조합원의 입장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셈이다.
지난 8일 청주시는, 장애인들이 남상우 청주시장에게 성실교섭을 요구하자 전투경찰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청주시 공무원들이 장애인들에게 가한 폭언과 폭력, 말 바꾸기 등의 행동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또 14일에는 청주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2층 소회의실에서 7일을 기다려 온 충북공투단 대표 6명을 청사 밖으로 강제 퇴거시키는 과정에서도, 전투경찰을 배치하고 장애인을 담요로 말아서 끄집어내면서 비난 여론은 더 커졌다.
급기야 15일 사회복지과 안에 있는 엘리베이터에 중증 장애인이 타고 있음을 알고도 엘리베이터 전원을 껐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져 “공무원이 장애인을 상대로 어디까지 폭력을 휘두른 것이냐”며 지역 노동계가 경악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일부 공무원들과 지역 노동계는 “청주시가 장애인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 청주시지부 조합원들이 일부 있었을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공무원노조 충북본부와 청주시지부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의견들이 술렁이고 있다.
공무원노조 충북본부 “투쟁에 동의하나 힘이 없어 안타깝다”
공무원노조 청주시 지부, 조합원 눈치 보느라 전전긍긍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 충북본부 장성유 본부장은 “장애인들의 투쟁에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공무원노조의 힘이 청주시장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도 이 점이 너무 안타깝다”며 “요즘 이 문제 때문에 청주시에 근무하는 하위직 공무원들이 욕을 많이 먹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상급자들의 명령에 움직이는 것이라 고민이 클 것이다. 실제 하위직 공무원들은 장애인들의 투쟁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조합원들은 상급자들의 명령에 대해 자주적인 판단이나 행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진퇴양난이다. 하위직 공무원들이 상급자의 명령을 선별해서 수행하는 권리가 보장되어 있거나 문화가 조성되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또 “노조 차원에서 농성 투쟁에 연대하고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지만, 아직 공식적인 계획이나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시일이 조금은 걸릴 것”이라며 “여력이 된다면 공무원노조가 청주시와 장애인 단체 사이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공무원노조 충북본부 청주시지부의 김현기 지부장은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진압과정에서의 폭력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부 운영진들은 조합원들이 노조에 등을 돌릴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실상 청주시지부는 조합원을 조직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린 만큼 조합원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셈이다.
▲ ⓒ미디어 충청
공무원노조 청주시 지부의 향후 행보가 관건 일각에서는 청주시가 올해 공무원노조 선거 후보자를 직접 물색 중이라는 소문이 있기 때문에 청주시지부가 몸을 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낮은 상황에서 청주시가 후보자를 내게 되면, 선거에서 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청주 지역의 민주노총 소속의 한 노동자는 “이렇다면 어용 노조와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공무원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청주시지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조합원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가만히 있을 것인지, 노동조합의 원칙에 따라 장애인 단체에 사과할 것인지, 이후 조합원들을 어떻게 다독일 것인지가 노조를 바라보는 조합원들의 시선을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지부 김현기 지부장은 “아직 청주시지부가 이번 문제에 대해 개입 여부나 입장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찌됐던 청주시가 교섭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에게 폭력을 사용했다는 것과 남상우 청주시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공무원노조 충북본부와 청주시지부의 향후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무원노조가 조합원들의 탈퇴여부에 급급해 원칙 대신 뒷짐만 지고 있다가는 조합원과 원칙 둘 다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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