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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지원인제도 좌초하나?

노동부, 예산부족 이유로 근로지원인 제도 지속시행 난색...장차법 정당한 편의제공 어긋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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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고용을 지원하기 위한 근로지원인제도의 지속시행 여부를 놓고 노동부와 장애인 단체가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1년 시범사업으로 시행된 이 제도가 올해 9월이면 종료되는데 장애인 단체들은 중증장애인 고용 활성화를 위해 이 제도의 지속 시행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노동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어 지속 시행 여부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근로지원인제도 무엇이 쟁점인지 알아봤다.

중증장애인 취업에 큰 도움 되는 근로지원인 제도

먼저 근로지원인제도가 뭔지 살펴보자.
이 제도는 중증장애인 고용 활성화를 위해 작년 9월부터 노동부가 시범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는, 새로운 장애인 고용지원제도 사업이다.
쉽게 얘기하면, 중증장애로 인해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옆에서 업무를 보조해 줄 근로지원인을 파견해서 중증장애인이 취업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제도이다.

작년에 노동부 사회서비스일자리사업으로 시작돼서 장애인에게 50명의 근로지원인을 파견했는데, 현재는 굿잡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서울서부장애인복지관, 부산점자도서관 등 장애인 관련 7개 기관이, 노동부를 대행해서 45명의 중증장애인에게 근로지원인을 파견하고 있다.

굿잡자립생활센터 김재익 소장은 “이 제도는 취업 취약계층이 중증증장애인을 돕는 제도이다. 그래서 주로 55세 이상이 월 78만원을 받고 근로지원인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근로지원인이 하는 일은 워드 작업과 서류 심부름 등이다.”라고 실태를 전하고 있다.

노동부 규정에 따르면, 근로지원인은 취업해 있는 지체나 뇌병변장애인에게는 물건을 대신 들어주거나 이동을 지원하고, 전화를 받거나 서류 정리를 해주고, 시각장애인에게는 서류 대독이나 점역, 등 업무와 관련한 지원 업무와 정보 검색을 대신 해주고, 청각언어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 동료 또는 상관과의 대화시에 수화 통역을 지원하고, 업무와 관련된 전화 받기 등을 대신 해줘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중증장애인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밖에도 지금 취업이 거의 안 되고 있는 근이양증장애인나 척수장애인, 그리고 편마비 장애인들이 적은 숫자지만 이 제도의 도움을 받고 있어서 중증장애인 취업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지원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근로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영리 사업장에 근무하는 장애인으로 한정되어 있고, 또 이제도가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올해 8월에 사업이 끝나는데, 향후 지속 시행방안을 두고 노동부와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 단체가 입장이 달라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 감안해 비영리 사업장에도 개방해야

우선 근로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을 영리사업장 뿐만 아니라 장애인 단체 등 비영리 사업장으로도 확대해 달라는 장애인 단체들의 요구에 대해, 노동부가 4월 초에 개선안을 마련해서 발표했다.

노동부는 장애인 근로자 근로지원인사업 시행지침 변경 내용에서,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을 예전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일반 사업체에 취업 확정 되었거나 재직 중인 중증장애인 근로자 또는 사업주로 한정했는데, 개선안에서는 영리 및 비영리사업장에 취업확정 되었거나 재직 중인 중증장애인 근로자 또는 사업주라고 명시해서 근로지원인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신청 대상에 비영리 사업장을 포함시켰다.

개선안은 장애인 단체들의 요구를 일면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노동부가 발표한 개선안은, 비영리 사업장에 근무하는 장애인도 근로지원인 제도 파견을 요청할 수 있지만, 단 장애인관련시설이나 사회복지법인이나 기타 비영리 법인이 설치한 장애인 복지시설은 제외라고 명시해서 장애인 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노동부의 이런 개선안은 현재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영리 사업장 보다는 비영리 사업장, 즉 장애인 단체가 운영하는 자립생활센터나, 복지관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게 장애인 단체들의 반발 이유다.

굿잡자립생활센터 김재익 소장은 “다른 나라는 근로지원인을 파견하면서 영리 비영리 사업장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비영리 사업장 취업 이 많은데 노동부의 개선안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업 8월말 끝나는데 대안은 뭔가

근로지원인 지원제도와 관련해서 정작 더 큰 문제는 이 지원 제도가 8월말로 끝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안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는 상황이다.

근로지원제도가 지속 시행되지 않으면 먼저 문제는 현재 이 제도 지원을 받아 취업해 있는 중증장애인들이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이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이부용 사무관은 향후 구상으로, 현재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를 위한 지원방안으로 고용관리 비용 지원 제도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예산 지원을 늘려서 근로지원인 제도를 흡수하게 하는 방식으로 사업 지속 수행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지원인제도와 고용관리비용 제도 모두 장애인에게 인적지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로 근로지원제도를 존속시키지 않고 고용관리비용지원 제도에 흡수해서 8월 이후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게 이 사무관 얘기였다.

그러면 고용관리비용 지원제도는 또 어떤 지원제도인가,
현재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 사업주 지원제도를 보면 고용관리비용 지원 제도가 있다.

이 지원제도는 장애인을 다수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이 대상이고, 사업주가 작업지도원, 직업생활상담원, 수화통역사를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작업지도원에게는 14만원에서 70만원 사이의 임금을 지원하고, 직업생활상담원은 30만원, 수화통역사도 30만원을 지원하는데, 97년부터 이 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고, 사업주들의 반응이 좋다는 게 공단 관계자 얘기였다.

노동부의 구상은 이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을 더 늘려서 근로지원인 제도를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안에 반대하는 장애인 단체의 입장은, 고용관리비용 지원은 장애인 고용 사업주를 지원하는 방안이고, 근로지원인 지원 제도는 중증장애인 고용을 직접 지원하는, 즉 장애인 당사자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이기 때문에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노동부 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굿잡자립생활센터 이순희 사무국장은 “고용촉진공단이 노동부 연구 용역을 의뢰받아 2005년 중증장애인 고용활성화를 위한 근로지원인 제도 도입방안을 연구해서 결과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때 공단도 근로지원인 제도는 고용관리비용지원 지원제도와 성격이 전혀 다른 제도라고 얘기했고, 근로지원인제도만 놓고 봤을 때 장애인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랬는데 이제 와서 근로지원인제도를 고용관리 비용 지원제도에 통합시키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정당한 편의제공에 속하는 근로지원인 제도

결국 근로지원인 지원제도를 둘러싸고 노동부와 장애인 단체의 입장이 많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향후 이 문제 어떻게 진행될까,

이 제도 지속 시행 여부와 관련해서 주목되는 게 올해 7월이다.
까닭은 노동부가 지난 달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앞으로 중증장애인고용 활성화를 위해 7월에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을 개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때문에 7월에 있을 법 개정에서 중증장애인 고용 활성화를 위해 근로지원제도가 반드시 법조문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장애인 단체들의 입장이었다.

관련해서 주목되는 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시행이다.
장차법 고용영역에서는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근로자와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제공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회사가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할 경우 차별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봤을 때 근로지원인 지원 제도는 장애인이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편의제공’에 속하기 때문에 법 개정 때 반드시 근로지원인 제도가 명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지원인 지원제도는 현재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이름은 다르지만 채택해서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 고용 관련 지원 제도이고, 중증장애인의 생산적 활동에 투자하는 지원이기 때문에 꼭 존속되어야 한다는 게 역시 장애인 단체들의 입장이었다.

결국 노동부는 그동안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만 주로 지원해 왔는데, 이제는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에도 지원하라는 게 장애인 단체들 주장의 핵심으로 읽혀지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원활한 워드 작업이 힘들어 취업이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나 사고력은 비장애인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으니까 누가 옆에서 워드작업만 지원해 주면 뇌병변장애인도 충분히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증장애인에게 유휴 인력으로 근로지원인을 파견해서 직업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건 언뜻 보면 꿈처럼 보이지만 절대 실현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이 소비적 기생계층이 아니라 생산 활동에 참여해서 당당하게 세금을 내는 계층으로 인식되도록 근로지원인 지원제도는 확대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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