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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 운영, 불황 없는 개인사업?”

‘소망의 집’ 사건으로 본 현 개인운영신고시설 관리감독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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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하도 빨리 변해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라는 말조차 동의가 잘 안 되는 것이 요즘 세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그 ‘강산’보다 더 굳건하게 변치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사회복지시설이 생활인에게 가하는 인권유린, 횡령 등이 그렇다.

나쁜 몇몇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는 상황이라고 항변하고픈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항변하기 전에 복지시설의 문제가 왜 반세기동안이나 근절되지 않는지, 왜 자정조차 못하는지부터 해명해야 할 것이다.

  undefined       ▲ 마산시에 위치한 소망의 집 전경 ⓒ전진호 기자     후원품은 썩어나가는데 생활인들은 배곯아

최근 불거진 ‘소망의 집’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복지시설이 아직도 반인륜적이며 반인권적인 패악을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직접 현장에서 본 ‘소망의 집’은 오히려 모든 소망을 포기해야 버틸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한겨울 칼바람이 그대로 들이닥쳤을 깨진 유리창과 닫히지 않는 방문, 햇볕조차 들지 않는 방. 그 안에 사람들이 있었다.

이미 용량을 초과해 곰팡이마저 들끓는 재래식 화장실 대신 요강을 써야 했고, 생리대조차 받지 못하기 일쑤였다. 그 건물에 씻을 수 있는 곳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사방은 악취가 진동했다.

쏟아지는 후원품은 겹겹이 자물쇠로 잠근 십여 개의 창고에서 썩고 있었고, 심지어 유통기한이 7년이 넘어 곰팡이가 핀 라면도 뒹굴었다.

그리고 시설장은 생활인들의 생계비와 장애수당도 ‘알아서’ 관리하고 있었다. 상주하지 않는 직원 이름 올려서 인건비 챙기고, 주부식비 영수증 조작해서 챙기고, 그렇게 ‘알아서’ 제 몫 챙겼다.

복지부가 만든 인권사각지대, 개인운영신고시설

‘소망의 집’은 개인운영신고시설이다. 다시 말해서 정부가 복지시설 명패를 달아 준 신고시설이다.

정부가 복지시설을 해도 좋다고 한 곳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의아할 것이다. 그런데 복지시설이 이렇게 패악을 부릴 수 있게 구멍을 숭숭 뚫어놓은 장본인이 바로 복지부다.

장애인이 생활하는 개인운영신고시설은 지난 2002년 6월에 시작했던 ‘미신고복지시설 양성화정책’(이하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 시에 복지부가 만든 행정용어다.

당시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의 기본 방침은 우선 법적 기준 미달인 미신고 복지시설을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허가해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시설 수요를 맞추기 위해 개인의 복지시설운영을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당시 복지부는 미신고 복지시설들을 법인시설화 하기 위해 신고시설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1천 억여 원에 가까운 기금을 건물 신개축에 퍼부으며 투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화한 법적 기준에 미달인 미신고 복지시설들은 여전히 존재했고, 복지부는 이를 폐쇄하는 대신 기준을 더 완화해 ‘개인운영신고시설’이라는 복지시설 간판을 달아줬다.

이렇게 무턱대고 운영 기준은 낮춰놓고, 정작 중요한 관리감독 체계는 뒷전이었다. 복지부도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 초기에는 가칭 개인운영신고시설관련법을 만든다 어쩐다 할 만큼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렇게 떠든 사람 중 누구도 기억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았다. 애초부터 미신고복지시설 양성화정책은 복지부의 시설 늘리기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undefined       ▲ 식당 입구에는 이미 상해버린 두부들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 ⓒ전진호 기자     ‘소망의 집’은 전국에 널렸다

‘소망의 집’ 시설장 부부는 개인운영신고시설에 입소한 생활인들의 생계비와 장애수당을 관리 감독할 행정 체계가 없는 현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했다.

복지부는 개인운영신고시설을 분명 신고시설로 분류하면서도 재가장애인 기준으로 생계비와 장애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복지부는 생계비와 관련해 “개인운영 신고시설은 기초법상 보장시설은 아니나, 동 시설에 수급자가 거주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시설장을 급여관리자로 지정한다”고 밝히고 있다.(2008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그리고 장애수당은 재가장애인이 받는 장애수당을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으니 사실상 관리 감독할 행정체계가 없다.

결과적으로 복지부는 관리감독 할 행정체계조차 없이 신고시설을 늘리는 데만 급급해 개인운영신고시설이라는 괴상한 시설 형태를 만들었고, 시설장에게 생활인들의 생계비와 장애수당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이는 복지시설 생활인의 생계비와 장애수당을 이용해 재산을 불리려는 사람들에게는 떡 벌어진 잔칫상이 차려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폐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사람들은 결국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들이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복지부는 2010년까지 개인운영신고시설을 늘릴 방침이란다.

‘소망의 집’은 개인운영신고시설 운영자가 저지를 수 있는 횡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허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전국 165개소에 달하는 장애인 개인운영신고시설에 입소한 3천 명의 장애인들이 현재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실태조사조차 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전국에 ‘소망의 집’은 얼마든지 있다. 단지 들키지 않았을 뿐이다.

복지부는 ‘개인운영신고시설’이 시설장 개인사업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복지부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조차 보장하지 못한다면, 복지부 스스로가 존재 의미를 포기하는 것이다.
작성자최희정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활동가)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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