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운동,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이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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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화, 자립생활운동으로 이어져
<함께걸음>의 창간은 1988년 3월에 이루어졌다. 이 해는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장애인 운동이 막 시작된 시기다.
이 해 4월 18일 서울에서 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들의 대규모 시위가 처음 벌어졌다. 그렇지만, 운동은 시작됐지만, 장애인 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이론은 부재했다. 그래서 <함께걸음>은 1989년 호에서 월간지 최초로 장애인 운동의 이론 정립을 모색하는 기고문을 5회에 걸쳐 나눠 실었다. 사회화된 장애인 개념, 복지 개념, 한국 사회 내의 장애인 계층, 한국 장애인 복지 현실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 등이 그 제목들이다.
그런 다음 <함께걸음>은 90년 초에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운동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놓고 몇 차례의 기획 좌담회를 개최했다. 그 때 참석자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들이 나왔다.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장애인 운동이 무엇이냐는 것부터 논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장애인 운동을 다음 두 가지로 분류해 봤습니다. 첫째, 장애인 운동은 인권차원의 운동이고 이익집단 차원의 운동이다. 둘째, 장애인 운동은 사회변혁 운동의 차원이다. 이 두 가지 견해는 서로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가 운동을 하고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장애인 운동을 사회변혁운동차원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장애인 운동이 인권이나 이익집단 차원의 운동이 되면 사회구조의 한계 때문에 제약받고 변질되어 장애인이 인간답게 대접받고 살아가는 사회에 도달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 이익·인권을 모두 포함해서 결국 궁극적인 사회변혁차원까지 도달해야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솔직히 장애인 운동의 목표는 복지 아닙니까? 장애인의 열악한 삶을 개선하려면 결국 복지가 필요하고, 결과도 복지로 나타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장애인 운동은 우리의 현실과 실정에 근거한 주체적인 움직임이 되어야 하며 또한 장애인 문제만의 독특함을 도외시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장애문제는 전체 운동 속에 포함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우리스스로 풀어나가야 되며, 이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만들어지는 논리가 바로 올바른 장애운동의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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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생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 <함께걸음 자료사진> | ||
그래서 <함께걸음>은 90년 호부터 장애인 운동의 이론 마련을 위해 일본의 급진적인 장애인 운동가 구스노끼 도시오의 ‘장애 해방이란 무엇인가?’의 번역 연재를 시작한다. 그 다음, 지금도 장애계 관계자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고전, 미국의 장애인 운동을 본격적으로 다룬 ‘동정은 싫다(No Pity)’를 장기간에 걸쳐 번역 연재했다.
이런 번역 연재로 인해 입에 올리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장애 해방이 장애인 운동의 구체적인 목표로 제시될 수 있었는데, 먼저 구스노끼 도시오는 장애인 운동의 원칙으로, 장애인 운동의 주인공은 가능한 장애인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 장애인들의 해방 대상은 장애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차별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것.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같이 살아가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해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동정은 싫다는, 당시 수용시설에 들어가는 것이 장애인 복지의 전부였던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수용시설을 벗어나서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탈시설의 근거와 당위성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제시한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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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정원(현 동향원)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모습 <함께걸음 자료사진> | ||
장애인복지 전체 예산의 67%를 차지하는 비율에서 알 수 있듯이 시설중심의 정책, 이것이 한국 장애인복지의 역사이며 현주소인 것이다.”고 지적한 후 “더 이상 장애인은 동정적 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권익이나 인권이 보장되고, 명실공히 선택권이 주어지는 소비자로서 인정되어야 하며, 아무리 훌륭한 시설을 갖춘 시설복지보다는 재가복지, 가족복지 나아가 장애인 스스로의 참여와 통합이 더 나은 복지 성취와 인권 보장의 지름길이기 때문에 반드시 탈시설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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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학생2님의 댓글
학생2 작성일
이젠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장애계를 선도하는 월간 함께걸음의 창간 2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이부장님 더욱 건강하시고 날카로운 필력 오오오래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한기자 , 노기자 함께걸음을 함께했던 이들은 지금 뭐하고 계신지 바뀐모습들 , 근황들 알고싶네요 20주년 기념으로 함께했던분들 간담회는 어떤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