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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인 아름다움에 반기를 들었던 누드시리즈

<함께걸음>과의 인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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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업으로 살고 있는 사람에게 뜬금없이 사진이 아닌 글로 ‘<함께걸음>과의 인연을 얘기해 달라.’는 주문이 도착, 부담스러움에 거절하기에는 <함께걸음> 성인식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시위 표지에서부터 시작했으니, <함께걸음>과는 거의 4년 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셈. 그동안 내지가 흑백에서 칼라로 바뀌었고 제호는 신영복 선생님의 필체로 거듭났으며 잡지 사이즈는 아담한 B5 규격으로 변신했다.

2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장애인 언론으로써 그 자리를 지켜온 <함께걸음>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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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걸음  
 
편집부에서는 내가 누드 전문 사진 기자로 인식되어있는 모양인데, 맞다.^^ 비주류 누드 사진 전문가. ‘장애를 드러내자.’는 우리의 취지, 말 그대로 장애 있는 몸을 맨살로 보여주는 것만큼 직접적인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많은 말보다 강하고 즉각적인 한 컷의 주장, 가히 사진이 가장 좋은 수단인 것은 확실하나,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카메라가 권력이 되고, 모델(주로 여성)이 대상이 되며, 작업 이후 나온 사진은 수많은 시선들에 노출, 그 시선들이 다시 하나의 권력이 되어 피사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항상 누드 사진에 따라붙지 않았던가. 이 가운데 가장 피해를 입게 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야기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누드를 표지에 내놓는 ‘누드 시리즈’ 작업을 하면서 누드 사진을 바라보던 기존의 시선, 주류의 틀에서 자유롭기를 원하며 작업했다. 이 작업은 우리 사회가 원하는 획일적인 아름다움에 반기를 들고, ‘다른’ 아름다움을 제안하는 통쾌하면서도 소중한 시도였다.

가슴 설레며 작업을 하였는데, 작업하는 동안에는 엄숙함을 넘어 어떤 경건함까지 느끼곤 했다.
편견의 시선 탓에 동네 목욕탕에도 잘 가지 않는 장애인들이 내 앞에 나체로 있는 상황이었지만,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가 권력이 되기는 커녕 모델에게 끌려 다니기 일쑤였다. 이는 ‘내 몸은 이렇거든, 그런데?’ 식으로 자신의 몸을 내보이며, 사회가 말하는 아름다움에 한 방을 먹이겠다는 듯 당당한 자세를 뿜어내는 그들의 아우라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아우라에 압도당해 작업했지만, 그 압도당함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난 그러한 불편하지 않은 압도당함은 항상 불편하지 않은 결과물까지 만들어준다고 믿고 있다.
조금 더 천천히 움직이기, 한 번 더 물어보기 같은 의사소통 방식을 알게 된 나처럼, 우리 모델님들에게도 그때의 작업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으리라.

‘누드 시리즈’를 통해 장애가 있는 몸을 보는 시선이 좀 바뀌긴 했을까? 하고 성급하게 자문해 보다가도, 2008년 청와대에 보수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니 ‘앞으로 5년 (바라건대) 동안은 더욱 더 열정적으로 비주류 누드를 찍어야겠구나’라고 자답하게 된다.

바야흐로 ‘신체는 고루하다’는 기치 아래 행위예술가가 나오는 트랜스휴먼 시기에 접어든다고 하는 현재, 누군가 자기와 다른 몸을 가졌다고 해서 (물론 장애가 몸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가장 먼저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소외하고 배격하는 일은 앞으로 더 고루한 일이 될 것 같다. 함께 더불어 포스트휴먼 시대를 의논해보아도 모자랄 판에.

<함께걸음> 스무 살 잔치에 원고로나마 초대해 주어서 고맙고, <함께걸음>이 앞으로도 계속 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들춰내고 차별을 배격하며, ‘참 좋은 세상을 꿈꾸며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준하고 꿋꿋하게, 그리고 이왕이면 밝게 이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
작성자정선아(함께걸음 객원 사진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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