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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꼭, 독립된 인권위!!"

추위 속 명동성당 농성 중인 인권활동가들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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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후, 현재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는 밤낮으로 인권활동가들이 이에 항의하는 농성을 진행 중이다.

갑자기 동장군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천막도 치지 못한 채 길바닥에서 이들은 잠을 청하고 아침을 맞는다. 이들은 온 몸을 던져 “독립적 인권위여야 한다!”고 이명박 정부에 맞서고 있다. 영하의 추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권마저 통폐합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저급한 인권감수성이다.
이 추위에 오늘도 명동성당에서 농성 중인 한 활동가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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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투쟁속보를 마무리 하고 명동성당 들머리에 나가봅니다. 영하 10도로 떨어진 새벽날씨를 자랑이나 하듯, 매서운 바람에 귀가 떨어져나갈 것처럼 아립니다.

인적이 드문 명동성당 들머리를 지키는 건 경찰차 한대와 독립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보장을 요구하며 차가운 바닥에 누워 노숙농성을 하는 인권활동가 십여 명입니다.

오늘 낮부터 시작한 독립문 앞 기자회견에 이어 명동성당 들머리 앞 촛불집회까지 모두 칼바람 속에 잠바 하나 두르고 10여 시간을 버텨서 그랬는지 모두들 죽은 듯 잠을 청합니다.
지켜보는데 대롱 눈물이 고입니다.

바람 막아줄 천막하나 치지 못했습니다. 명동성당의 내쫒음이 두려워 매서운 바람에 얼굴이 얼고, 발이 얼고, 손이 얼어도 그저 추위에 발만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자정이 넘은 시각 몰래 몇 장의 스티로폼을 들머리에 깔았습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이 사온 침낭을 하나씩 챙기곤 들머리에 누웠습니다. 추위를 막아줄 것이 없어 낮에 쓰던 현수막을 덮고 사람들이 하나둘 잠을 청하기 시작합니다.

혼자 몸조차 가누기 어려운 규식 씨는 작은 몸부림에도 침낭이 떨어지면서 어쩔 줄 몰라, 입으로 침낭을 덮어보려 애쓰지만 역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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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저 자리에 제가 누워있었습니다.
수 십 년 만에 찾아온 한파라며 사람들이 종종 걸음을 치던 엄동설한에 저랑 15명 남짓한 활동가들은 독립된 인권위를 세워야한다며 천막하나 못치고 스티로폼과 비닐에 의지해야했습니다.

2001년 새해 첫날을 비닐 위에 내려앉은 얼음을 깨며 시작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너무나 추워서 잠이 들면 눈을 뜨는 것이, 눈을 뜨면 그 추위에 잠을 자야하는 밤이 오는 것이 너무 두려웠습니다.

근데 바로 지금, 그때 제가 느꼈던 그 두려움과 참혹함으로 나와 함께 동고동락하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 누었습니다.

이제 갓 만 20살을 넘은 재영과 누리를 비롯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규식이형, 이제 낼 모레면 오십을 바라보는 박래군 선배까지 모두 10여명의 인권활동가들이 차디찬 길바닥 위에서 한데 잠을 잡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 항상 이런 처참함은 항상 우리의 몫이 되는지를...
사람들은 인권위와 무슨 원수가 져서 인권활동가들이 인권위 설립부터 독립성 보장에 이르기까지 온 몸을 내걸어 투쟁해야 하냐며 악연이라고 했습니다.

때로는 상대하기도 싫은 인권위 때문에 왜 길거리에서 처참하게 하루를 보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저라고 그 악연과 이해하기 어려움에 마음이 가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이렇게 악을 쓸 수 밖에 없는 건, 우리사회에 너무나 많은 힘없고 소외되고 서러운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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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인권위에서 '피난처'를 얻은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투쟁은 단순히 인권위를 지키는 것을 넘어, 저 불순한 이명박이 저지르는 인권 탄압을 제압하는 신호탄입니다.

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아쉽습니다.
옆에서 온기를 나눠 줄, 서러운 마음에 따뜻한 마음을 나눠줄 한 사람이 그립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동이 트겠지요.
그리고 오늘도 계획된 투쟁을 향해 거리로 달려 나가고, 또 다른 활동가들이 저 들머리를 지키며 '독립된 국가인권위원회 보장'을 요구하겠지요.

모두들 성한 몸으로 눈을 뜨길, 그리고 새로운 많은 이들이 마음뿐 아니라 몸으로도 내일 저 들머리를 채워주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 농성, 선전전 등을 위한 재정이 필요해 불가피하게 분담금을 걷고 있습니다.
투쟁에 참여하는 단위별 상황에 맞게 내시면 됩니다.
국민은행: 375302-04-133859 (예금주 유해정독립)

※ 농성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받습니다. 대형 비닐이나 침낭 등이 있으신 분은 명동성당 농성장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작성자유해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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