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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기획Ⅳ 관계자가 말하는 ‘S재단의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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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S재단과 관련해 최근 여러 의혹들이 추가로 불거지고 있다.
이미 밝혀진 횡령 등의 문제 외에도 인권침해 논란까지 일고 있어서 장애계가 이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사회복지시설 담장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대해서 종사자나 생활인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회복지의 현주소다.

<함께걸음>은 이 재단 산하시설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관계자들이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전한다.
참여자의 신변 안전 우려 때문에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상황임을 미리 밝혀둔다.


“말 안 들으면 밥 주지 마”

함께걸음(이하 함께) : 어려운 상황에서도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S재단을 두고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서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선 인권침해적인 상황이 있었다는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요,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A : 요즘은 그런 일 별로 없다고들 하지만, 예전에는 종종 있었어요. 말을 듣지 않는다고 스무 살인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을 옷을 벗겨 기저귀만 채워 밖에다 내놨던 사건도 있었어요. 그렇게 한 생활재활교사도 문제지만, 위에서 그들을 감싸주는 관리자들이 있어요. 예전에는 한마디로 ‘생활인 잘 잡는 재활교사가 능력있는 선생’으로 대접받았다니까요.

B : 이럴 줄 알았으면 증거자료 좀 만들어 둘 것을, 후회가 드네요.

C : 문제상황이 있어도 항의하기란 쉽지 않았어요. 문제제기를 하면 더 열악한 처우를 하는 방식으로 근무를 시키니까 다들 두려워했죠.

A : 찬물을 퍼부은 일도 있었는데, 여름에도 찬물을 갑자기 퍼 부으면 얼떨떨하잖아요.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죠. 멍들어 있는 경우도 많고, 묶어놓기도 했었고.

D : 지적장애가 있는 생활인들은 밥을 주지 않는 일도 종종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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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재단 산하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우. 등 부분에 폭행 자국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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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재단 산하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우. 손과 발이 모두 묶여 있다.  
 
함께 :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요?

D : 네. 밥을 굶기라고 관리자들이 그래요. 하루 세끼 굶기는 것도 봤어요. 그 친구 지적장애우였는데, 하루 종일 식사를 아예 주지 않더라고요. 그들은 밥을 주지 않으면 지적장애우들이 말을 잘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나봐요. “말 안 들으면 밥 주지 말고 간식도 주지 말라”고 그랬어요. ‘똥 싸고 오줌만 싸는 것들 먹여봤자다.’면서.

A : 간식 주는 것도 얼마나 치사한데요. 처음엔 빵 한 개씩 나오다가, 나중에는 반개씩 주더군요. 우유도 1000㎖ 짜리 나오다가 나중에는 250㎖짜리도 간간히 주다가… 나중에는 나눠 먹을 수도 없을 정도로 조금만 주는 거예요. 어떤 교사들은 그거 뒀다가 자기가 먹는 사람들도 있었고.

C : 그렇게 하는 것이 죄라는 것을 모르는 재활교사들도 많아요. 그래서 생활인들이 직원들 대상으로 인권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B : 지적장애가 있는 생활인들은 재활교사들이 양심을 걸지 않으면 힘든 부분이 있어요.

“거기 가면 사람 완전히 망가져요”

C : 정신과 약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해요. 지적장애가 있는 생활인들에게 툭하면 정신과 약을 먹여요. 그럴 때마다 의사가 진단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B : 지적장애가 있는 E씨가 있었는데, 그 분은 아픈 것을 조금도 참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 날도 뭣 때문인지,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는데, 바로 정신과 약을 먹이더군요. 그러니까 바로 E씨가 축 처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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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차용증을 받은 생활인은 이사장이 1백만 원을 갚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함께 : 법인에는 촉탁의가 있어야 하고, 정신질환 관련 약은 진단이 필요한 사항인데, 어떤 과정을 통해 약을 주나요?

C : 촉탁의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관리자가 “얘, 소리 질렀다. 약 먹여!”라고 하면 간호사가 약을 가지고 오더라고요.
정신과 약 먹던 사람도 아니었는데, 도대체 언제 의사를 만나 진단을 받았는지 약을 금방 가져오더라고요.

A : F씨 예를 들면, 그이는 옷가지를 정리하려는 집착이 있어서 마르지도 않은 옷도 서랍 안에 보관하려고 해요. 젖은 옷이라도 정리해야 맘이 안심된다면, 그냥 인정해줘야죠. 나중에 살짝 빼서 말렸다가 넣어주면 되니까. 그것을 못하게 막으니까 스트레스 받아서 문제 행동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또 약 먹이고.

C : G씨는 18살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인데, 자꾸 약을 먹이니까 “가슴이 울렁울렁 거리고 아파요.” 하는 거예요. 이제 겨우 18세인데 지금부터 그 독한 약을 먹는다고 생각을 해봐요. 한창 감성이 예민할 때인데, 정신과 약을 아침 저녁으로 먹어요.
약 안 먹었을 때는 화장실도 혼자 갔었는데, 세상에, 약을 먹으면 축 처져요. 예전에 있던 시설에서도 정신과 약 안 먹었다던데.

B : H씨는 정말 안됐어요. 약 때문에 완전히 사람을 망쳐놨다니까. H씨는 시각장애랑 지적장애랑 중복으로 있는데 문제 행동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자기를 미워하는 관리자가 오면 일부러 똥 싸서 골탕 먹이고 그랬어요. 그래서 더 미움 받았지만.
그 관리자가 H씨를 너무 싫어해서 재단 산하 다른 시설로 보냈는데, 거기 가면 완전히 사람 망가져요. 그래도 통통하고 예뻤는데, 거기 가서 더 심해졌어요.

D : 저번에 봤더니 폭삭 말랐던데….

C : 아유, 너무 많이 망가졌어요.

“감사?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닌가요?”

함께 : 관계기관이 감사를 나오면 운영을 잘 하던 곳이라고 해도 긴장하기 마련인데, 서울시 감사 받았을 때 어떤 상황이었나요.

B : 일주일 전부터 난리 났었어요. 이리저리 서류 옮기고, 숨기고. 감사 준비 하느라 계속 야근했어요. 주로 서류 때문에 그랬는데, 무료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유료시설로 보내 일을 시켰고, 회장님 농장이라는 곳에 보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원래 근무처에서 일하는 사람 명단부터 외우라고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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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감사 일주일 전부터 재단 측은 생활재활교사들에게 여러 가지 암기 수칙을 외우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이 내용 중 일부가 팀장 노트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함께 : 왜 그런 상황이 벌어지나요. 무료시설 종사자 인건비는 정부가 지원하고, 유료시설 종사자 인건비는 재단이 지출해야 할 돈인데요. 무료시설 종사자를 유료시설로 파견하면, 무료시설 안에 있는 생활인들은 어떻게 하죠?

B : 남은 사람들이 더 맡아서 하는 거죠. 법적으로는 2.5명인가에 생활재활교사 1명이라고 하던데, 무료시설에서는 보통 5명당 교사 1명이었어요.

함께 : 장애우들을 돌봐야 할 생활재활교사들이 농사도 지었다던데 무슨 말이죠?

C : 거기 가서 열무도 뽑고, 고추농사도 하고 했죠. 감사가 뜨니까, 관리자들이 그 농장에 대해서 물으면 모른다고 하라고 시키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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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단 관계자들은 생활재활교사들을 재단 관련 농장에 파견해 일을 시켰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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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씹지도 못하는 생활인들에게 제공한 밥은 반찬을 듬성듬성 썰어서 밥에 섞었을 뿐 다른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D : 부식도 재단에서 일괄구입을 해요. 재단 전체 식재료를 2.5톤 차로 가락시장 같은 곳에 가서 한꺼번에 사와요.
그러다보니까 죄다 냉동실에 넣고 보관해요. 나물도 얼렸다가 녹여서 무쳐주니 무슨 맛이 있겠어요. 나오는 반찬이 계속 나오는데, 마늘장아찌 같은 거는 하도 먹어서 생활인들이 아주 싫어해요.

C : 웃기는 건 서울시 감사 때는 반찬이 진짜 잘 나왔어요. 20년 만에 해물탕 처음 먹어봤다는 생활인도 있었으니까. 고기도 잘 나오고, 나물도 새파랗게 금방 무쳐서 나오고.

D : 서울시에서 감사하러 오신 분이 “여기는 매일 이렇게 잘 먹고 사냐”고 하던데요. 어휴, 속 터져. 관리자들은 ‘재단에서 부식을 사온다는 말 하지 말고 영양사가 사온다고 말하라’고 시키더라고요.

함께 : 이번 서울시 감사 외에도 관할구청에서 여러 번 관리감독 나갔다고 그러던데요.

D : 관리감독 오긴 했는데, 와도 우리끼리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그래요. 와 봤자죠, 그동안 관할구청이 뭐 밝혀낸 거 있어요?

A : 우린 공무원들 안 믿어요. 오면 뭘 해, 찾아내지도 못하는데.

B : 서울시 감사 때도 회장님이랑 관계 깊은, 예를 들어 친인척이나 뭐 그런 사람만 불러서 물어보던데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예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D : 이상하게도 공무원이 불러서 물어보는 사람은 정해져 있어요.

함께 : 요즘 시설 안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A : 몇몇 생활인들이 문제제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대다수 생활인들은 자신의 의사를 쉽게 드러내지 않더라고요. 사안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C : 당시와 비교하면 생활인들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원하는 것을 말하기도, 부당한 대우에 대해 항의하기도 어려웠는데, 그에 비하면 최근엔 상황이 많이 좋아진 것 같기는 해요.

함께 : 사회복지시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시설 밖에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동안 문제가 드러나 이슈화됐던 복지시설들을 보면, 거의 내부 관계자들의 고발에 의해서였죠. 우리 사회에서 시설의 담장은 너무 높아 지역사회로 나올 수도, 또 지역사회가 들어가기도 어려운 구조잖아요.

장애우 복지시설에 입소하는 장애우들의 장애정도가 점점 중증화되고 있고, 지적장애우 입소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보면, 운영자를 감시할 또다른 주체로서 시설 관계자들이 해야 할 역할도 훨씬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시설 생활인의 권익 지킴이로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귀한 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자함께걸음 편집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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