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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자립생활, 연금이 우선”

장애계 대선 요구안 집중분석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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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진호 기자  
 
장애인들에게 ‘지역사회서 생활하는데 가장 힘든 게 무엇인가’를 물으면 거의 대부분은 ‘노동’과 ‘빈곤’문제를 꼽는다.

장애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당 대선 후보들에게 ▲장애인 노동권 보장 ▲장애인 연금 ▲탈시설을 위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등 자립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항목들에 대한 정책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함께걸음>은 이들 요구안이 나오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정리했다.


장애인 노동권 보장

2005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가능 연령대의 실업률이 비장애인 3.9%인데 비해 장애인은 29.2%(중증장애인 36.9%)로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임금소득과 급여소득이 모두 없는 장애인의 비율이 무려 49.5%로 OECD평균인 20.6%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등 장애로 인한 일자리 배제는 빈곤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설사 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대부분이 제조업에 몰려있으며, 급여액수는 형편없다.
고용촉진공단이 발표한 2007년 1/4분기 산업별 취업 수 현황을 살펴보면 취업한 장애인 3천455명 중 제조업에 취업한 이가 1천105명으로 가장 많았고, 관리직인 교육서비스나 공공행정에는 각각 40명, 22명이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역시 70~99만 원의 임금대가 전체의 52.2%를 차지해 급여만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리는 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취업은 어렵고, 일자리를 얻는다 하더라도 생활자체가 안 되는 수준의 액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생활하거나, 그마저도 안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시설입소를 택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1990년부터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도입해 현재는 50인 이상 기업에 대해서 2% 이상의 장애인을 의무고용토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100인 이상 기업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장애인 고용률은 2000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1%를 넘겼고, 2002년 말 의무고용률이 1.18% 수준에 머물 만큼 저조하다.
‘장애인을 채용하느니 차라리 부담금을 내겠다’는 기업들의 잘못된 인식도 문제지만, 기업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정부도 문제가 있다.

한국은 장애인 고용에 대한 법적 접근을 제외한 국가재정 지원이 2백억 원으로 GDP의 0.002%에 불과한 실정. 네덜란드 0.62%, 오스트리아 0.5%, 독일 0.25%과 비교했을 때 크게 뒤처지는 수치다.

장애계는 장애인의 노동권 확보를 위해 ▲의무고용률 2%의 엄격한 적용 및 중증장애인 우대정책 실시 ▲장애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고용지원 대책 마련 ▲근로장애인 최저임금제 적용제외 규정 삭제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열심히 일해도 돈은 받을 수 없어?

이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근로장애인의 최저임금제 적용제외 규정을 꼽을 수 있다.

최저임금제의 목적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에 목적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최저임금법」 7조 및 시행령 6조에는 ‘근로자의 정신 또는 신체의 장애가 업무수행에 직접적으로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자로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경우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한다.’고 규정돼 있다.

문제는 이 법을 악용하는 사업주가 많다는 것.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에게는 ▲30~60만 원의 장애인고용촉진장려금 지급 ▲각종 편의시설 등 무상지원 ▲고용관리 유지를 위한 관리비용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지나 실제 현장에서는 많은 장애인들이 근속수당, 정근수당, 가산임금은 물론 당연히 지급해야 할 임금조차 주지 않는 사업장이 태반이다.

2007년 노동부 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를 받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의 월 평균 임금은 22만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근로장애인과 동일업무를 하고 있는 비장애인에게 능력 차이에 대해 물어본 결과 ‘별 차이가 없다’는 답변이 46%에 이르며, ‘능력대비 임금수준이 부적절하다’는 응답도 43.7%에 달해 현행 최저임금제 적용제외 규정이 큰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저임금제 적용제외 규정을 삭제할 경우 오히려 고용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측면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증장애인나 지적장애인 등의 노동이 ‘수익창출’보다 ‘일할 수 있는 공간마련’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정당한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요구며, 취업장 마련을 위해서는 별도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00년 재가 취업 장애인 중 자폐성장애인의 월평균 소득이 ‘0원’이라는 통계는 우리사회가 장애를 핑계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착취하고 있는지, 얼마나 차별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장애인 연금법 제정

자립생활 이념이 확산되던 2000년,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주도로 ‘장애인 연금법’ 제정 움직임이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이어지자 장애계는 한껏 기대에 찼다.

그러나 정부의 무관심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등 장애계의 시급한 현안과 각 단체별 이해관계에 파묻혀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없이 다음 정권으로 바통을 넘기게 됐다.

장애인 연금의 필요성은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2005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가구의 월 평균소득은 157만2천 원으로 같은 시기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3백1만9천 원의 절반수준인 52.1%에 불과할 정도로 소득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국민기초생활보호대상자 비율이 13.1%로 비장애인 가구비율 6.8%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비율의 통계 결과는 장애로 인해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든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장애관련 각종 수당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공공부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마저도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에 대해 책정하지 않는 등 열악한 수준이어서 실질적인 지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마찬가지다.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가입자가 장애를 입게 되는 경우, 연금가입자가 되기 이전에 장애를 입게 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장애연금의 지급대상이 되지 않는다.

2005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적 연금에 가입해 있는 장애인은 28.6%에 불과하며 노후생활로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이 86.1%에 이르고 있다.

연금법 공투단, 무기여 사회수당 방식 제안

앞서도 설명했듯 장애인들이 노동을 통해 빈곤문제를 탈출하는 길은 굳게 막혀있는 게 현실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결국 장애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받을 수 있는 ‘장애인 연금’제정이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장애인 표심을 의식한 듯 대부분의 대선후보는 장애인 연금 도입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나 후보별로 ▲대상자 우선순위 ▲지급 수준 등을 놓고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장애계는 ‘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투쟁단’(이하 연금법 공투단) 등을 결성해 장애계가 원하는 장애인연금제도 도입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당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이들이 내놓은 장애인 연금방식은 ‘무기여 사회수당’.
기본급여와 생활급여로 나뉘는 2층 구조로 설계돼 있다.

기본급여는 소득고하와 상관없이 장애가 있는 모든 장애인에게 지급하는데, 현행 장애수당의 틀을 반영해 장애정도와 연령에 차등을 둬 18세 이상의 경우 중증은 15만 원, 경증은 5만 원을, 18세 미만인 경우에는 중증 22만 원, 경증 12만 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생활급여는 18~64세의 중증 장애인(1~2급 장애인,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은 3급까지 포괄)를 대상으로 소득수준 하위 80%를 포괄하는 방안을 내놨다.

특이한 것은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소득수준 측정을 가구소득이 아닌 개인소득을 기준으로 측정하며, 소득보전을 위해 현행 최저임금액인 78만8천 원의 1/3수준인 25만 원을 지급하는 안으로 의견을 모았다.
연금법 공투단이 계측한 1차년도 장애인 연금법 총 예산은 약 2조9천억 원. 이는 기초노령연금의 2009년도 예산이 3조4천억 원으로 잡혀있는 것과 비교해봤을때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따라서 장애인 연금의 제정여부는 전 장애계가 대선주자와 정부를 얼마나 압박하느냐로 공을 넘겼다.

장애인 단체별로 이견을 보이고 있긴 하나 필요성에 대해 동감하고 있고,「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과정에서 이미 한목소리를 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차기정권에서의 장애인 연금 제정이 암울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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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진호 기자  
 
지난 11월 19일 서울시의회 한나라당 나은화 의원이 시정 질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천3백 명의 장애인이 생활하는 사회복지시설을 위해 서울시가 쏟아 붓는 1년 예산은 약 516억 원이라고.

이를 1인당으로 나눠보면 약 1천820만 원. 이 액수를 시설장이 아닌 시설 생활인 당사자에게 지급한다면 장애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지출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만한 액수다.

이런 현상은 서울뿐만이 아니다. 전국 대부분이 장애인 복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시설지원예산으로 편성해 놓고 있어 정작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지원은 극히 미비하다.

이 사실은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예산부족으로 인한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이 안 됐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에게 지원 못하는게 아니라 ‘시설수용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지원 안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5년 장애인복지 시설 수 및 생활인원 현황’을 보면 2002년에 213곳(1만7천959명)이었던데 비해 2005년 265곳(1만9천668명), 2006년에는 288곳(2만598명)으로 증가하는 등 해마다 4백~1천 명가량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없어 시설 행을 택하고 있다.

시설종류별 증가추이를 보면 지체장애인 시설이 2002년 32개(2천355명)에서 2006년 30개(2천281명)로 줄어든데 비해 지적장애인 시설은 2002년 86개(7천512명)에서 2006년 122개(8천15명)로 크게 증가했으며,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역시 2002년 71개(6천608명)에서 2006년 102개(8천38명)로 늘어났다.

이 통계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양상이 경증에서 중증, 지적장애인 위주로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장애특성상 자기주장을 제대로 할 수 없거나, 하기 힘든 이들이 시설로 모이고 있으며, 이들을 상대로 한 크고 작은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법 자체서 시설 생활인보다 시설장 입장 대변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처음 시설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6.25 직후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한 고아원에서 출발해 장애인 시설로 탈바꿈해왔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개인 재산을 털어 시설 등을 운영해왔으나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이 제정되면서 인건비는 물론 시설 운영비 등 시설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받아 운영하는 사실상 ‘공적기관’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성람재단이나 동향원 사례가 말해주듯 많은 시설장들은 여전히 개인소유로 착각하거나, 수익사업체마냥 운영하고 있어 비리와 인권침해의 온상이 되고 있으나 시설운영을 규정해놓은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기존 「사회복지사업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는 대부분 시설이 전액 국가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시설의 공공성을 감시하고 민주성을 보장할 수 있는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엄청난 혈세가 투입됐지만 이 돈의 사용처에 대한 관리 감독은 허술하기 짝이없다.
지난 1996년 에바다농아원 사태를 계기로 시설 내부의 비리와 인권침해 상황이 알려지면서 1997년「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이 이뤄졌으나, 대부분의 사회복지법인 이사회가 친족이나 지인들로 채워져 있어 마음만 먹으면 지원금 횡령이나 각종 인권침해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전혀 알 수 없는 등 제도적 허점을 그대로 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06년, 성람재단의 비리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자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됐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지난 2006년 11월, 이사 정수의 1/3 이상을 시설장, 시설생활인, 시설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하는 사람으로 임명하게 하는 등 ‘공익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회복지사업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재가복지서비스 우선원칙 통해 시설 거주는 최후의 선택’이라는 탈시설 원칙을 담고 있는데, 시설 생활인들의 시설운영 참여와 인권보장, 입·퇴소권 보장 등의 명시는 사회복지법인대표들과 한기총으로 대표되는 기독교계의 거센 반발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의 입법예고안 역시 ▲사회복지법인 이사 수를 확대(5인→7인 이상) ▲국고보조를 받는 시설법인은 이사 정수의 1/4 이상을 시·도 사회복지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 ▲이사의 1/3이상은 사회복지분야, 감사 중 1인은 법률회계분야 전문가로 각각 임명하도록 하는 등 미약하나마 ‘공익이사제’ 도입에 찬성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업법」개정안은 또 한 번 쓰디쓴 눈물을 삼켜야 할 상황이다.
지난 9월 12일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원회는 현애자 의원과 정부안을 제외한 6개의 「사회복지사업법」을 병합한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11월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

‘공익이사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일단 이견이 없는 내용을 중심으로 처리한 후 현애자 의원안과 정부안을 다시 논의하겠다.”라고 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

시설의 주인은 ‘시설장’이 아니라 ‘시설 생활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작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장애계는 대선 후보들에게 공익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회복지사업법」개정에 대해 정책제안을 내놓기에 이르렀으며, 대부분의 후보들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사회로의 시발점이 될 「사회복지사업법」개정, 차기 대통령은 어떻게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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