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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차별 받는 장애인, 촘촘한 사회안전망 필요

장애계 대선 요구안 집중분석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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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진호 기자  
 
장애가 있는 여성, 자기결정권을 존중받지 못하는 장애아동·지적장애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이중 차별을 받게 되는 계층이다.

이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장애계는 어떤 요구안을 내걸었을까? 범장애계대선공약실현공동행동(이하 범장애계공동행동)은 세 계층에 대한 정책과제를, 장애인공약만들기공동행동(이하 장애인공동행동)은 지적장애인 관련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두 연대체가 내놓은 정책과제를 중심으로 관련 요구안 내용을 풀어내고자 한다.

장애여성

장애여성 폭력, 사회의제화 시급

장애여성은 ‘장애’ , ‘여성’이라는 이중 억압의 상황에 놓이지만, 장애계나 여성계 어느 곳에서도 적절히 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왔다.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스러움을 수용할 수 없는 ‘몸’을 지녔다는 이유로 무성(無性)적 존재로 취급받으면서, 가사노동·육아 등과 같은 여성의 역할은 고스란히 떠맡고 있다. 성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됨은 물론이다.

이에 범장애계공동행동은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 등 모성보호와 자녀양육과 관련된 제도 마련 ▲여성장애인의 종합상담소(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설치 및 중장기적인 보호시설 확충 등의 장애여성 관련 요구안을 주장했다.

2005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여성의 82.4%는 임신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출산 경험이 있는 장애여성 중 61.6%가 적절한 산후조리를 받지 못하였고, 아이를 양육하는데 있어서 사회적 지원이 부족해 장애여성 대부분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여성이 임신을 희망하지 않는 이유로 ‘육아부담’(30.1%)이 가장 높은 답변을 얻은 것이 이러한 상황을 뒷받침해준다.

장애여성의 모성권 보장을 위해 범장애계공동행동은 우선 전국 장애여성의 임신·출산·육아 관련 수요조사를 장애여성의 현실을 최대한 담보할 수 있도록 실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확한 수요조사가 이뤄져야 보다 실효성 있는 장애여성 모성권 보호 정책이 수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우미 제도에 있어서도 장애여성의 특성에 맞게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성주의 관점, 장애여성에 맞는 전문지식을 갖춘 도우미 양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복지관 및 장애인 단체 등에서 임신·출산·육아 도우미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서비스의 질과 지역적 편차가 심한 상황이다. 또한, 도우미 사업이 1년 단위의 프로젝트 형식을 띠고 있어 사업이 종료하는 12월에서 사업이 시작하는 다음해 2월까지 장애여성이 최소한의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없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범장애계공동행동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 중심의 서비스 지원이 아닌 장애여성의 욕구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재편·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여성이 중첩된 차별로 인해 각종 폭력 상황에 쉽게 노출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하 여장연)에서 조사한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실태조사’(2006)에 따르면 68.6%의 장애여성이 한 번 이상 가정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가정폭력을 당하는 최초의 시기는 1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많은 장애여성들이 각종 폭력상황에 쉽게 노출됨에도 피해자를 지원할 상담소와 전문 보호시설은 턱없이 부재한 실정이다.

2006년 여장연 자료에 의하면 성폭력 상담소는 11개소, 보호시설은 5개소에 불과한데, 이는 성폭력 상담소가 10개소, 보호시설이 2개소였던 2003년과 별 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범장애계공동행동은 성폭력 상담소와 보호시설을 최소한 전국 16개 시·도를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이후 특별시, 광역시 단위로 더욱 확대, 추가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장애여성의 폭력 문제를 사회의제화 하기 위해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구체적인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장애여성에 대한 폭력을 예방, 근절하기 위해 「성폭력특별법」 제8조 개정, 「가정폭력방지법」에 장애여성 관련 조항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성폭력특별법」 제8조의 경우 장애여성 성폭행 사건 발생 시 재판부가 ‘장애’를 ‘항거불능’ 상태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장애인 성폭력 문제에 실효성 있게 쓰이지 못하는 형국이다.

장애아동 - 교육권 확보

“장애인 교육예산 7%까지 확대하라”

“개정한 「특수교육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장애인의 교육받을 권리, 학습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교육예산 대폭 확충이 불가피하다.”

범장애계공동행동은 장애인 교육권과 관련 첫 번째로 예산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예산이 있어야 특수학급도 짓고, 장애아동에 대한 적절한 교육 보장도 이뤄지는 법이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이하 교육권연대)가 집계한「특수교육법」 시행으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9천778억여 원. 현재 한국 장애인 교육예산은 총 교육예산 대비 3.7%에 불과한 실정이다.

교육권연대는 장애인 교육예산을 선진국의 대략적인 평균치인 7%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며, 이를 위해 9천778억여 원의 추가비용을 장애인 교육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실효성 있게 시행하기 위해 지방으로 이양된 장애아동교육지원사업을 다시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교육부는 2008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2007년에 비해 약 4조3천718억 원이 증액되었기 때문에 지방교육 재정에 여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은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복지예산의 지방이양은 지방교육청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교육복지 수준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크므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교육권연대는 장애인 교육예산에 대한 중앙정부의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지방비 100%로 장애인 교육예산이 지급되는 것에서 국비와 지방비 비율을 7:3으로 조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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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진호 기자  
 
두 번째로 제기한 교육 관련 요구안은 ‘장애학생의 완전한 교육기회의 보장’.

교육권연대는 특수교육교원 1만3천여 명을 증원하여 장애학생의 교육기회 보장 및 교육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교원 1인이 장애학생 5.6명을 담당하고 있어, 교원 1인에 장애학생 2~3명을 담당하고 있는 일본, 호주에 비해 특수교육교원이 담당해야 하는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권연대는 “특수교육교원은 과도한 업무 부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장애학생은 개별화교육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범장애계공동행동은 특수교육교원 1만3천여 명을 증원하여 전체 일반 교원의 7%까지 교원 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기하고 있다.

통합교육을 위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할 특수학급이 제대로 설치되지 못한 부분도 심각한 문제.

교육권연대는 “초등학교의 경우를 제외하고, 유치원·중학교·고등학교의 경우 특수학급 설치비율이 절반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장애학생들은 근거리 지역의 학교에 취학하지 못하고 원거리 지역의 학교에 취학해 통학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범장애계공동행동은 182개 시·군·구교육청별로 특수학급 1개 이상 설치하여 장애학생이 근거리 지역에서 유·중·고 과정 일반학교로의 진학(전학)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적장애인

“‘지적장애인 지원법’ 제정하라!”

지적장애인 문제는 장애계에서 인권침해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얘기될 정도다.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노동력 착취, 생계비 횡령 등은 줄어들기는커녕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평생 노예처럼 부려먹는 경우, 지적장애인라는 이유로 혹독하게 시집살이 시키는 시어머니, 사람노릇하며 살기 힘들다며 장롱에 가둬 지적장애인을 숨지게 한 사건 등 쉼 없이 지적장애인 관련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은 자기결정권이 부정되다보니 쉽게 폭력에 노출되고, 인권침해를 당해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거나 불리한 판결에 처하게 되는 등의 상황에 놓인다.

내년 4월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지만, 장애계서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권리구제 부분이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지적장애인등의 지원법’을 제정해 지적장애인의 자기옹호와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과 사회활동 참여를 보장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적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해 제기되고 있는 또 하나의 정책과제는 ‘성년후견제도’다.
성년후견제도란 정신상의 장애에 의해 판단능력이 불충분하여 법률행위를 하는 데 있어 의사결정이 곤란한 사람에 대해 그 판단능력을 보충하는 제도다. 현재 프랑스(1968), 오스트리아(1983), 영국(1985), 일본(1999) 등 각국에서 도입·실시되고 있다.

현행 민법에는 판단능력이 미흡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금치산, 한정치산제도를 두고 있으나, 이 제도가 지적장애인을 보호하기보다 억압하는 기제로 쓰이곤 했다. 일찌감치 관련 활동을 펼쳐왔던 성년후견추진연대는 성년후견제가 도입될 시 이들에 대한 권리구제도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금치산 선고를 받을 경우에는 결혼 외에 어떤 권한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재산권, 취업, 참정권 등 국민으로 누려야 할 권리들을 모두 박탈당한다. 때문에 재산 갈취, 노동력 착취, 불공정 계약 거래 등의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성년후견제는 이들에 대한 권리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계는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한 나라의 공통점은 행위무능력자 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였다.”며 “무능력자로 일단 선고되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사소한 행위조차 단독으로 할 수 없으므로 피보호자의 자기결정권의 존중에 어긋나고 잔존능력을 활용할 수 없다. 이에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되 본인의 경솔한 행위로 인해 불행을 초래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성년후견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성자소연 기자  cool_w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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