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법, 탈시설 견인할 수 있을까
장애인차별금지법과 탈시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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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0월 5일 사회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연대회의에서는 '장차법과 시설'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소연 기자 | ||
아직도 시행령 제정과 실무조직을 제대로 꾸리기 위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기존 법제정 운동이 시행령과 행정조직을 꾸리는 작업 등을 소홀히 하여 형식적인 법규로 남거나 법의 목적이 왜곡되곤 했던 경험을 돌이켜 볼 때 장차법 제정운동은 귀감이 될 만하다.
이토록 힘든 과정을 무릅쓰고 법 제정을 위해 수많은 장애인 단체를 하나의 깃발 아래 불러 모은 ‘꿈’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장차법은 이들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까? 장차법은 장애인의 현실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장애차별 당사자인 시설생활인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많이들 궁금해 한다. 일간에서는 장차법이 제정되면 탈시설은 절로 이루어진다고들 말하기도 한다.
실제 장차법은 사회복지시설 뿐 아니라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가정과 같은 사적(私的) 공간에서 벌어지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차법이 제대로 작동하면 시설 내 인권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으며 나아가 탈시설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장차법은 불과 1~2개 조항에서 포괄적으로 시설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실제 적용되는 상황은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장차법 시행에 앞서 시설생활인의 관점에서 장차법 제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관련 내용은 어떠한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법 취지를 살려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지난 10월 5일 사회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연대회의(시설인권연대)에서는 ‘장차법과 시설’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날 간담회는 시설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해 장차법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글은 이 날 발제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장차법은 법 제30조에서 5개 항목에 걸쳐 가족·가정·복지시설 등에서의 차별금지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항에서는 ‘가족·가정 및 복지시설 등의 구성원은 장애인의 의사에 반하여 과중한 역할을 강요하거나 장애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의사결정과정에서 장애인을 배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항에서는 ‘가족·가정 및 복지시설 등의 구성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의 의사에 반하여 장애인의 외모 또는 신체를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항에서는 ‘가족·가정 및 복지시설 등의 구성원은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의 취학 또는 진학 등 교육을 받을 권리와 재산권 행사, 사회활동 참여, 이동 및 거주의 자유를 제한·박탈·구속하거나 이를 행사하는 것을 배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했다.
제④항에서는 ‘가족 가정의 구성원인 자 또는 구성원이었던 자는 자녀 양육권과 친권의 지정 및 면접교섭권에 있어 장애인에게 장애를 이유로 불리한 합의를 강요하거나 그 권리를 제한·박탈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⑤항에서는 ‘복지시설 등의 장은 장애인의 시설 입소를 조건으로 친권포기각서를 요구하거나 시설에서의 생활 중 가족 등의 면접권 및 외부와의 소통권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설생활인 당사자 의사와 참여 강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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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숙경 활동가. ⓒ소연 기자 | ||
첫째,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당사자 의사를 존중하도록 규정하여 시설 입소 등 복지서비스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사와 참여가 강제됐다. 이에 따라 당사자의 동의와 관계없이 보호가 필요하다는 판단만으로 장애인에 대한 시설보호를 당연시해 온 현행 시설 정책과 사회적 관행, 행정부와 사법부의 인식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자. ①항과 ②항은 당사자의 의사도 묻지 않고 가족과 시설 또는 시설에서 일방적으로 생활인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는 행위가 차별행위임을 밝히고 있다. 시설 생활인은 이 법에 의해 본인이 원하지 않는 서비스에 대한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 있으며 의사결정과정에서 자신을 배제한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생활시설 등의 장애인 복지서비스 기관들은 서비스 실천 과정에서 당사자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서비스 과정에서 권리에 기반한 욕구 사정이나 이용자 참여를 강조하고 있는 최근 서비스 패러다임과 자립생활이념과 상당부분 일치하는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를 ‘의사에 반한다’고 볼 것인지, 또 지적장애인 등 의사능력이 취약한 사람들의 의사판단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 서비스 실천상의 의미는 매우 달라진다.
즉 의사에 반한다는 의미를 ‘모든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본인 의사를 묻도록 의무화해, 의사를 묻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로 적극적으로 해석 할 것인지, 아니면 ‘직접 반대의사를 표현한 경우를 의사에 반하는 것(소극적 입장)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또 생활시설 생활인 등 이용자 대부분이 자기표현이 쉽지 않은 장애인임을 고려해 볼 때 의사능력이 취약한 사람에 대한 후견인제도, 의사소통보조, 통역서비스 등을 통한 의사소통 지원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를 판단하도록 할 경우 이 법은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현행 시설과 서비스 상황에서는 시설 입소 등 서비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사자 의사를 반영할만한 절차가 없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큰 데, 이럴 경우 사실상 공급량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어렵거니와 본인 의사에 반하여 결정할 경우에도 문제를 제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설 입소 등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권리 주체로서 당사자 의사가 존중되기 위해서는 서비스 계약제도 도입과 서비스 최소 기준 제도화 등을 통해 본인의사를 묻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지적장애인 등 의사능력이 취약한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당한 이유란 어떠한 경우를 말하는 지 역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비록 정당한 이유를 갖더라도 본인의사에 반한 서비스 결정은 반인권적이며 위헌적 요소가 있을 수 있으며 의사판단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부분이 과도하게 삽입된 것이란 의문이 든다.
일상적인 권리 침해 대한 처벌 가능
둘째, 시설에서 생활인을 대상으로 벌어져 온 일상적인 권리침해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졌다. ③항에서는 누구도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에 반한 시설입소를 추진하거나 권리행사를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인의 의사에 반해 생활시설에 입소하거나 퇴소를 거부당한 장애인은 장차법에 의한 권리구제가 가능하게 됐다.
동시에 그동안 마땅한 관련 규정이 없어 처벌하지 못했던 복지시설 강제입소와 퇴소권 박탈, 시설 내 감금, 시설생활인의 사회참여와 재산권 행사를 제한해왔던 가족, 시설과 종사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 역시 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의사능력이 취약한 사람들의 의사판단과 입증문제, 서비스 계약제도, 서비스 기준 제도화 등을 통한 ‘당사자 동의절차 의무화’를 위한 사회적 노력을 필요로 한다. 역시 정당한 이유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
사회와 단절을 제재
셋째, 시설 생활인에 대한 사회로부터의 단절을 제재할 수 있게 돼 생활인들의 사회적 관계유지가 수월해 졌다. ⑤항에서는 상습적으로 행해져온 친권포기각서, 외부소통권, 면접권 제한을 금하고 있다. 이중 친권포기각서는 시설 입소자격을 제한해 놓은 상황에서 생활인을 무연고자로 만들어 입소시키기 위한 방편중 하나다.
이러한 비인간적 행위를 금지한 것은 타당하지만 거주서비스 공급량이 부족하고 시설수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현행 시설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역시 규제도 쉽지 않거니와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임을 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이 필요하다. 또 외부와의 소통권과 면접권의 경우 시설 안에서 이루어지는 면접과 소통을 포함하여 시설 밖에서 이루어지는 면접과 소통을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서비스계약제로 최소기준 제도화 미룰 수 없어
마지막으로 시설 문제에 있어 장차법의 접근은 규제중심으로 네거티브 접근일 수밖에 없다. 서비스 최소 기준 등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차법이 작동했을 때, 우려되는 최악의 경우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한 서비스 방임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본인 의사에 반해 무엇인가를 했을 경우 처벌 받지만 마땅히 해야 할 서비스를 하지 않은 경우는 아무런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약삭빠른 시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서비스 계약제도, 서비스 최소기준 제도화 등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한편 본인 의사에 반한 시설 입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장차법과 달리 「장애인복지법」 제 34조는 국가와 지자체장등 장애인복지실시 기관에 의한 장애인 시설 입소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기관이 당사자 의사 존중의무를 벗어나 있는 것이다. 이 역시 보완이 필요하며 조치제도 자체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은 전 세계적으로 장애인 복지서비스에서 강조되고 있는 철학일 뿐만 아니라 인권 관점에서 특정 개인의 거주를 국가가 조치한다는 것은 반인권적일 수밖에 없다.
작성자박숙경(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활동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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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마니님의 댓글
심마니 작성일복지 정책이란 말만 같고 되는것은 아녀 나라가 잘살아 돈이 있어야지 단기간에 되는게 아니니까 하나씩 풀어야지 니들만 살구 우리는 죽으란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