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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스스로 변화위한 행동 취해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민사회단체 탐방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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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은영 기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87년 이후 20년이 지났다. 사람으로 치면 한창 활발히 활동해야 할 청년기인 셈.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시민운동은 이슈와 인력난, 조직 운영의 어려움 등을 겪으며 위기론이 나온 지 벌써 오래다.
이럴 때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하는 조직들이 있다면 힘이 되지 않을까? 누군가 활동가나 신생 조직을 키워내고,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조직 운영이 어려울 때마다 컨설팅하고 지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보다 20년가량 앞서 시민사회단체들이 활동을 시작한 미국의 경우엔, 미국 전역에 이런 단체가 3만개 이상 있단다. 그리고 이러한 단체들을 미국의 NGO들은 자신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지난 7월 아름다운재단과 비영리컨퍼런스 기획단이 방문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단체 중에도 이러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단체들이 있었다.

  undefined       ▲ CTWO는 미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던 1990년에 건물을 싸게 구입해서 1, 2층은 활동가 교육을 위해, 3층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3층 사무실로 올라가면 수많은 교육매뉴얼과 모금캠페인 홍보물을 볼 수 있다.ⓒ조은영 기자     풀뿌리 조직가를 키워내는, CTWO
CTWO(Center for Third World Organizing, 제3세계 조직 센터)는 유색 인종이 처한 현실을 바꾸고 그들이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새로운 활동가들을 발굴, 양성하는 단체다.

단체 이름에 ‘제3세계’라는 말이 들어가는 이유는 제3세계가 미국 바깥이 아닌,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미국 내에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고. 그런 만큼 이곳의 활동은 유색 인종의 운동 공간을 마련하고 스스로 교육 받고 교육할 수 있는 자조조직을 형성 개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종 차별을 없애가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미국 내에 존재하는 다른 수많은 활동가 교육 기관과 CTWO의 차이점은 단순한 활동가가 아니라 풀뿌리 조직가를 길러낸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곳의 모든 교육은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스스로 조직운동을 하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곳의 대표적인 교육프로그램은 MAPP(Movement Activist Apprenticeship Program, 활동가 실습 프로그램). 총 8주 중 첫 1주간은 CTWO에서 기본적인 조직, 연구방법, 행동, 모금, 팀워크에 대해 배우고 6주간 자신이 활동하고 싶은 단체에 파견돼 인턴십을 한 후 다시 1주간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올해는 16명이 교육을 받아 인종차별이 극심한 루이지애나, 허리케인 피해가 심각했던 미시시피 등으로도 파견이 됐단다.

또 다른 주요 프로그램은 CORE(Change through Organizing, Research & Education, 조직화, 연구, 교육을 통한 변화)다. 고급 교육에 해당하는 CORE는 지역사회 리더나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주로 지역주민의 생각을 파악하고 반영하도록 하고 타 단체와의 파트너십을 맺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교육은 이에 필요한 기술들만으로 이뤄져 있지 많다. 전세계 이슈를 한꺼번에 보면서 지역의 단편적인 이슈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파악하는 눈을 키우는 훈련, 비전을 가지고 일하고, 현장에서 사람과 관계를 맺는 문제까지도 교육에 포함돼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하고 경험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진단다. 

  undefined       ▲ NCDI의 베스 로잘레스 선임고문. 모금과 운동 전략에 대한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언제나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며 ‘현장’에 있을 것을 강조했다. 사진에서 그가 착용하고 잇는 것은 산소호흡기. 사고로 항상 착용해야 하지만 활동에는 별 지장이 없단다. ⓒ조은영 기자     NCDI, “비영리 조직을 컨설팅한다”
CTWO가 개인 활동가 교육에 중심을 두고 있다면 NCDI(National Community Development Institute, 전국 지역사회 개발 협회)는 조금 더 조직과 공동체에 중심을 두고 컨설팅하고 교육하는 단체다. 주로 비영리조직의 모금, 리더십, 조직 내 소통과 관련한 문제를 다루는데, 그밖에도 단체 간 혹은 지역사회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간의 이견을 조정하는 일도 한다.

NCDI는 다양한 비영리단체나 지역사회 리더와 함께 일하면서 그들을 통해 지역사회가 건강해지도록 돕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풀뿌리 조직을 성장시키는데 관심이 있다고.

이렇게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곳 역시 유색 인종과 이들의 지역사회 공동체, 그리고 그 공동체에 기반을 두고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비영리단체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CTWO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았다.

첫째가 지역공동체 안에서 이슈를 발굴하고 대응방안을 계획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최선의 답은 지역사회와 당사자가 갖고 있습니다. 단체가 해야 할 일은 공동체가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지요. 저희가 할 일은 그 단체들이 공동체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도록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일입니다.” NCDI의 선임고문인 베스 로잘레스(Beth Rosales) 씨의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NCDI 역시 이론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전수하도록 하고 있었다. 로잘레스 씨는 “좋은 리더가 되려면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형식이 아닌 실제적인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거기엔 ‘기술’만이 아니라 ‘가치’가 그 핵심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원칙 하에서 이뤄지는 NCDI의 조직 컨설팅은 보통 4일간 훈련 프로그램을 교육하고 최소 2~3년간 코치를 하면서 이뤄진다. 가장 먼저 교육하는 것은 이사회와 리더 활동가란다. 그리고 이들이 다시 다른 활동가들을 교육하는 걸 지켜보는데, 보통 이 과정만 1년이 걸린다고. 이후부터는 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코치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단, 이러한 개입은 “요청이 있을 때”만 한다. 조직 스스로 혹은 이해 당사자들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야만 변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이미 수많은 성공 사례를 경험한 NCDI는 이곳 샌프란시스코만이 아니라 미국 10개 주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 자신의 조직에도 자신들의 훈련 원칙을 꾸준히 적용시켜가고 있었다.

변화는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 시작돼야
그밖에도 미국 내에서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지원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앞서 소개했던 ‘데이터 센터(DataCenter)’처럼 연구, 조사를 돕고 지원하거나 시민사회단체에 재정 지원을 하는 재단 역시 한국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많다. 특이하게 일종의 재단처럼 운영되는데 단, 돈이 아니라 컴퓨터나 관련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을 기부 받고 필요한 단체에 배분하는 역할을 하는 ‘테크숩(Techsoup)’과 같은 단체도 있을 정도다.

또 이렇게 수많은 재단과 단체 사이에서 기부를 하는 재단과 기부를 필요로 하는 단체들의 정보를 모아두어 서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중간 매개자 역할을 하는 ‘파운데이션 센터(The Foundation Center)’ 같은 단체도 있고, 우리나라의 ‘해피빈’처럼 웹을 통해 기부를 필요로 하는 단체와 기부를 하고 싶은 개인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는 ‘유니버셜 기빙(Universal Giving)’같은 단체도 있다.

그리고 다양한 컨퍼런스와 세미나를 통해 활동가들이 구체적인 실무 기술뿐만 아니라 담론과 관련된 교육받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도 비교적 많고, 도서관이나 서점에는 하나의 섹터가 마련돼 있을 만큼 비영리 단체의 운영이나 활동의 구체적 기술과 관련된 책과 교육 자료 역시 풍부하다.

한국과 미국 시민사회단체들을 둘러싼 이러한 차이들은 20년이라는 시간 차이가 저절로 만들어 낸 것은 아닐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시민사회단체나 비영리단체들을 인큐베이팅하거나 조직 문제, 재정, 모금과 관련된 컨설팅을 하는 곳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초기 단계로 성과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한국 사회에서도 ‘시민운동 위기론’을 헤쳐 갈 좋은 결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 스스로의 자신의 문제를 열어두고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NCDI 베스 로잘레스 씨의 말처럼, 최선의 해답은 당사자가 갖고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자립생활운동의 메카, 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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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클리 대학의 지도. 휠체어 이용자가 접근 가능한 곳이 상세히 표시돼 있다. ⓒ조은영 기자  
 
이번 탐방 중에 장애인 자립생활운동의 메카인 버클리를 다녀왔다. 미국 지리에 밝을 리 없는 우리가 샌프란시스코라는 말만으로는 언뜻 떠올리기 어렵지만, 버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바트(일종의 전철)를 타고 약 1시간 안에 갈 수 있을 만큼 가깝다.

직업이 직업이고 관심사가 온통 그쪽에 쏠려 있는 사람으로서 미국 자립생활운동의 발생지인 버클리를 지척에 두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고맙게도 바쁜 탐방 일정 중에도 휴일이라고 여유 시간을 준 틈을 타 버클리를 다녀왔다.

사실 버클리 대학은 60년대 말 히피 운동의 중심지로 장애운동 외에도 반전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운동이 펼쳐진 곳이라 장애운동과 관련된 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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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클리에서 발생된 운동을 소개하는 곳. 전체의 1/3이 장애운동과 관련된 것들이다. ⓒ조은영 기자  
 
그런데 헉! 이곳에서 장애운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을 발견하고 감동. 바트 역에서 버클리 대학으로 가는 길에 이곳에서 시작된 운동들을 소개하는 창을 발견했는데 거기에 장애운동의 역사도 담아 소개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전체의 1/3을 할당해 소개하고 있었다.

70년대 초 버클리 대학 내에서 시작된 자립생활운동부터 80~90년대 ADA(Americans with Disability Act, 일종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까지 그곳엔 사진과 함께 자세한 운동의 내용을 담아 소개하고 있었다.
한참 사진을 찍고 버클리 대학에 올라갔는데, 그곳 역시 다른 곳과는 달랐다.

정문 앞에 설치된 지도에는 휠체어 이용자가 접근 가능한 경로를 상세히 표시해 놓았고, 그것도 모자라 가는 길 곳곳에, 그리고 건물의 모든 문에 휠체어 접근 경로를 표시해 두었다. 그러다보니 장애우 주차 구역을 표시해둔 것까지 포함해 장애우 마크가 학교 안에 가득하게 보일 정도. 휴일이라 건물 내부에 들어갈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지만, 곳곳에서 휠체어 이용자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우리와 교육환경이 얼마나 다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중간에 만난 DREDF(Disability Rights, Education & Defense Fund, 장애인권, 교육, 변호를 위한 기금) 관계자가 ADA 제정 이후 대중교통의 93%가 휠체어 이용자가 이용가능할 만큼 장애우 접근성 측면이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고 하더니 그 변화가 어떤지를 눈앞에서 실감하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지금 운동을 하고 있는 현장에도 언젠가는 버클리처럼 장애운동의 역사를 소개하는 표지들이 붙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한국에서는 과연 어떤 곳이 장애운동의 메카로 기억될 지, 그리고 그 안에는 어떤 장면들이 담길 것인지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 안에 이글을 읽는 당신도 함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작성자조은영 기자  blank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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