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 지원센터는 파출부 소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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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쟁점으로 자립생활 지원센터, 지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라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자립생활 지원센터에 대한 지원 여부 문제는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이미 논란이 예고됐던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 자체가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생활 이념에 근거해서 시행되는 거고, 이에 따라 현재 활동보조인을 파견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만든 자립생활 지원센터에 대한 지원 여부는, 활보 서비스 시행과 함께 부차적으로 반드시 제기될 수밖에 없었던 문제였던 것이다.
때마침 최근 자립생활 지원센터들이 한 목소리로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자립생활 지원센터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에 맞춰 이 문제의 본질을 알아봤다.
자립생활 지원센터들 심각한 운영난에 봉착
먼저 이 문제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낄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건, 미국에서 시작된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생활 이념은 시설을 벗어나자는 탈시설화가 그 배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자립생활 이념에 근거해서 설립되고 있는 자립생활 지원센터들은 운영이 어렵다며 센터들을, 이용시설이라는 명분을 달았지만, 시설로 인정해서 운영비 등을 지원해줄 것을 정부나 지자체에 요구하고 있다. 어느모로보나 모순일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중증장애인들의 삶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자립생활 센터들에게 무작정 이념에 충실하게 운영하라고 말 할 수 없다는 데 이 문제 해결의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중증장애인들이 만든 자립생활 지원센터가 서울에 24개 지역에 40여개 합쳐서 약 64개의 자립생활 지원센터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중증장애인들 사이에 설립 붐이 일어서 우후죽순 센터가 설립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충분한 기반 없이 자립생활센터가 만들어지다 보니 복지부의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자립생활 지원센터는 심각한 운영난에 봉착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자립생활 센터들은 주수입이 활동보조인을 소개해 주고 받는 중계 수수료가 거의 전부이다. 센터들은 활동보조인들이 받는 시간당 7천원의 임금에서 1천원이나 많으면 1천5백원을 중계 수수료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돈으로 전화비와 활동보조인의 상해보험비 그리고 교육비를 지원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게 자립생활 지원센터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시간당 임금이 조금 오르긴 하지만 활동보조인의 건강보험을 비롯한 4대 보험료와 퇴직금까지 센터들이 부담해야 되기 때문에 이 상태대로라면 많은 자립생활 지원센터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자립생활 지원센터들의 하소연이다.
그래서 수수료 외에 센터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고, 센터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센터를 장애인 이용시설로 인정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최소한의 인프라를 갖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무실과 상담실 체험홈 등을 마련해 주고 1명 이상의 직원 인건비를 지원해 줘야 한다는 게 센터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센터들이 지원을 받으려면 지원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근거가 되는「장애인 복지법」에 지원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개정돼서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 복지법」시행령 개정안에도, 활동보조서비스 지원 기준안이 포함됐지만, ‘활동보조서비스 지원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국가 또는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함.’이라는 조항만 들어갔고, 구체적으로 자립생활 센터를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은 누락됐다.
그래서 현재는 자립생활 지원센터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셈이다. 굿잡 센터의 김재익 소장은 “시행령에 자립생활 지원센터가 이용시설로 들어갔으면 지원규정이 마련됐을 텐데 빠져서 아쉽다. 최근 서울시에 지원 여부를 타진했더니 복지법 시행령에 센터가 들어갔으면 서울에 있는 24개 센터 모두 지원이 가능했는데 누락돼서 지원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복지법을 다시 개정해서라도 자립생활 지원센터에 대한 지원 조항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인지 친목모임인지 구분 안되는 곳도 있어
그런데 자립생활 센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는 3년 전 부터 시범사업으로 10개의 자립생활 센터를 지원했고, 올해에는 규모를 늘려서 기존에 지원해 오던 자립생활 지원센터 10곳에는 1억원씩, 신규 지원센터 10곳에는 5천만원씩 예산지원을 했다. 내년에는 20곳 모두에 약 1억 1천만원씩을 지원할 예정이라는 게 복지부 재활지원과 담당자 얘기다.
하지만 복지부에서 지원하는 자립생활 지원센터가 20개라는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복지부 예산 지원과 관련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똑같은 자립생활 지원센터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데 어느 센터는 정부가 지원하고 어느 센터는 지원하지 않는 근거가 뭐냐고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자립생활 지원센터들은 따지고 있는 것이다.
근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자립생활 지원센터 지원 여부에 있어서 가장 큰 관건은 바로 이 근거, 달리 말하면 자립생활 센터가 도대체 뭔지에 대한 기준이 국내에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구체적이고 뚜렷한 자립생활 센터에 대한 기준이 부재하다 보니 현재 자립생활 지원센터 내부에, 가령 장애인 두 세 명이 모여 자립생활 지원센터를 만드는 등 센터 같지 않은 센터가 난립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자립생활 지원센터들이 인정하고 있는 문제였다.
서울 굿잡 자립생활 지원센터 김재익 소장은 “어느 게 자립생활 지원센터인지 기준이 마련 되어 있지 않다보니 자립생활센터인지 친목 모임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또 자립생활 지원센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현재 센터들은 활동보조인 중계 서비스만 하고 있고, 그래서 심지어는 자립생활 지원센터가 아니라 파출부 소개소라는 자조적인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었다.
결국 현재의 자립생활 지원센터는 본래의 역할을 못하고 있고, 그래서 장애인 자조모임과 자립생활센터를 명확히 구분하고, 또 시급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잣대를 마련해서 이게 자립생활 지원센터라는 모델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게 현장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자립생활 지원센터에 대한 기준 마련해야
자립생활 지원센터 지원 여부에 대해 복지부 재활지원과 담당자는 언급했듯이 현재 자립생활센터 간판은 누구나 달 수 있으니까 모든 센터를 지원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고, 자립생활 지원센터 기준에 대해 물어보자 현재 운영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답변 했다.
구체적으로 센터 지원 여부에 대해, 복지부 담당자는 센터들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시설에 포함되는 걸 요구하고 있고, 센터가 시설에 포함되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겠지만, 자립생활 센터 설립이 탈시설화 운동으로 시작된 건데 센터들이 시설이 되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당분간 자립생활 센터들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은 불가능 하다는 게 복지부 입장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원 여부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자립생활센터 지원에 대한 조례 제정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재 파악된 지방자치단체만 해도 전남 광주에서는 관련 조례가 제정돼서 내년부터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고, 서울에서는 강남구 성동구 송파구 등이 조례를 준비하고 있으며, 지역은 인천 연수구 그리고 경상북도 등이 관련 조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복지부도 지역에서 조례를 제정해서 자립생활 지원센터를 지원하는 것은 국고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혀 조만간 관련 조례 제정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안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조례안은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내에서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이에 필요한 사업과 재정적 지원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지자체 장은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센터의 설립 운영 및 사업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조례가 제정되면 지역에서 자립생활 지원센터에 대한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립생활 지원센터 지원 여부에 대해 우송대학교 이채식 교수는 “일본은 자립생활지원센터가 아니면 활동보조인 중계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자립생활센터가 지역의 소규모 장애인 작업장으로 인정받아서 지자체에서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자립생활 지원센터가 활성화 되려면 예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전에 자립생활센터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고, 하나의 통일된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폭이 넓더라도 우선 자립생활 지원센터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모델이 마련돼야 하며, 그런 다음 자립생활 지원은 어차피 지방비로 충당해야 할 부분이 많으니까 지역에서 조례 제정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게 이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최근 내년에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 예산으로 750억 예산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내년에 장애인 복지 주력사업으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건데, 과연 자립생활 지원센터에 대한 지원 없이 원만한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가 가능할까? 의문이다.
조만간 자립생활 지원센터에 대한 지원 여부가 장애계의 뜨거운 이슈로 제기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그에 대한 답은 과연 뭘까, 장애계에서 활발한 토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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