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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부담 핑계 삼는 정부, 장차법 퇴색 시킬건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쟁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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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이하 장차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장차법 관련 단체들이 시행령 제정을 위해 본격적인 조율을 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이하 장추련)와 정부는 이미 2차에 걸친 간담회를 통해 양측의 쟁점사항을 정리했으며, 오는 10월 말경에 마지막 조율을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5일, 정부와 장추련의 2차 간담회가 있었다.이 날 간담회에 정부 측에서는 복지부, 노동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행정자치부, 정보통신부, 국무조정실, 법제처, 국가인권위원회, 방송위원회, 경찰청에서 관련부서 담당자가 참석했고, 건설교통부는 불참했다.

장추련에서는 임종혁, 신동진위원장, 김광이 부위원장과 조한진, 배융호, 최영묵, 김철환, 염형국, 황지성, 정진호 법제위원들이 참여했다.

2차 간담회에서 드러난 장차법 시행령의 쟁점들을 <함께걸음>이 뽑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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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차법 시행령 제정을 위해 지난 10월 5일 정부측과 장추련이 2차 간담회를 했다.  
 

쟁점 1 <교육>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교육기관의 범위 어디까지?

장차법은 ‘교육기관과 책임자는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교육을 받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관련법에 의거한 영재교육기관, 교원 등의 연수기관, 공무원 관련 훈련기관까지만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장추련은 정부안을 포함, 그 외에도 직업능력개발훈련시설, 국가나 지자체가 위탁 운영하는 교육기관, 도서관이나 박물관, 학원, 자동차운전학원, 사이버 교육기관 등을 포함하자는 입장이다.

이 중에서 특히 쟁점이 된 것은 바로 사교육기관인 학원.

교육부는 “규모가 영세한 학원이 많은 현 상황에서 학원까지 포함하면 반발이 심할 것이다. 학원연합회 측에서 수용을 하지 않고 있다.”며 공교육 정도만 포함하면 되지 않겠냐는 속내를 비췄다.

그러나 배융호 장추련 법제위원은 “장애인도 사교육에서 배제되면 안된다. 장애인이 사교육을 선택할 수 있으려면 학원서도 장애유형과 정도를 고려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현재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에도 500㎡이상 시설에는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 학원도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고 년차별로 확대해야 한다.”고 맞섰다.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학교나 특수학교에 대해서 교육부는 장차법 시행 후 1년이 경과하는 시점에서 편의제공을 하도록 의무화하자는 안을 냈고, 장추련은 법 시행과 동시에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쟁점 2 <노동>  기업은 언제부터?

장차법은 ‘사용자는 장애인이 해당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와 장추련은 편의를 제공할 적용대상 사업장 규모와 시기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정부는 법 시행 2년 경과시점부터 상시 1천명 이상의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 정부와 지자체를 적용하자는 입장. 장차법 시행의 적용을 받는 사업장을 근로자 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장차법 시행 5년차에 상시 50명 이상 100명 미만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까지만 포함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장추련은 2009년부터 근로자 3백 명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해 2013년에 1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장애인 근로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장애인고용팀은 “기업의 비용 부담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장애인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 미국 ADA(장애인차별금지법, The American with Disabilities Act))도 근로자가 15인 이상인 사업장까지만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니 우리는 최저 적용 사업장은 50인 이상으로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고 밝혔다.

장추련 조한진 법제위원은 “미국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 미국은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직종이나 수준이 굉장히 다양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의 노동 현실이 아주 열악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조 위원은 “미국 ADA은 장애인 근로자에게 편의제공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지 않았다. 최저 적용 사업장은 ADA의 예를 들면서 왜 장차법 적용사업장은 단계적으로 확대하려고 하는가. ADA를 적용하고 싶으면 통일성 있게 해야 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장추련 임종혁 위원장도 “정부의 안대로 하면 장차법 시행 1년차에도 장애인 근로자의 차별은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최소 3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건데, 이건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애인 고용을 줄이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이것은 또 다른 틀에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undefined       ▲ 정부 안을 듣고 있는 장추련 위원들.     쟁점3 <여성>   장애여성 근로자의 모성권 보장 어떻게?

장차법은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금지’를 선언하고 장애여성 ▲근로자에게 장애 유형 및 정도에 따른 원활한 수유지원 ▲자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소통방식의 지원 ▲그 밖에 직장보육서비스 이용 등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여성인 근로자에 관한 편의제공에 대해 여성가족부와 장추련은 적절한 수유시간 제공, 장애상태에 따른 수유도구 비치에 대해서는 일단 합의를 봤다.

그러나 장추련이 주장하는 독립적인 수유공간 설치, 보육수당, 자녀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활동보조인, 수화통역사 등), 산전후 휴가일 추가지급에 대해서 여성가족부는 시행령에 포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장추련의 김광이 법제위원은 “장애여성 근로자는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른 섬세한 편의제공이 필요하다. 이러한 내용을 의무화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정부에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결국은 장애여성 근로자를 위한 편의제공으로 발생할 비용부담에 대한 기업의 반발을 여성가족부도 내심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쟁점 4 <시설물 접근 이용과 이동>   편의증진, 얼만큼?

장차법은 시설물 접근․이용에 대해서 ‘시설물 소유 관리자는 장애인이 당해 시설물을 접근 이용하거나 비상시 대피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

이동 및 고통수단 등에서 대해서도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접근 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 거부하여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주무부서인 복지부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고, 건설교통부는 아예 불참했기 때문에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복지부 장애인정책팀은 “우선은 기존의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과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수준에서 시설물이나 이동에서의 편의증진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위 관련법들을 개정하면 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장추련 배융호 법제위원은 “정당한 편의제공은 시설, 설비, 비품, 서비스, 절차와 방법을 포함한다. 그리고 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편의제공의 한도를 정해 그 안에서 편의를 제공하자는 의미다. 그런데 정부가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측 안의 골자는 위 법률에서 권장 사항으로 되어 있는 피난 대피 시설을 의무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시설 부분만을 규정하고 있는 위 법률로만 편의제공을 하겠다는 것은 이 영역에서 발생하는 장애인 차별은 사실상 묵인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존의 법률로 장애인 차별이 개선되지 않아서 장차법을 제정한 것이 아닌가.”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undefined       ▲ 간담회에 참석한 정부 각 부처 담당자들.     쟁점 5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  장애인 위원 가능할까?

장애인차별시정기구인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이하 소위원회) 장차법 제정과정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사항.

장차법 제정과정에서 장애계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 차별이 장애인의 전 생애에서 매우 포괄적으로 가해지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독립적인 차별시정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현재 장차법에서 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 안의 조직으로 포함, 조직 및 업무, 권리구제 등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준용토록 규정됐다.

간담회에서는 소위원회의 위원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와 시정명령 기한이 쟁점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위원장 1인과 7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법무부의 인권국장과 법무부가 임명한 장애인 차별 문제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관계전문가를 위원으로 구성하자고 했고, 시정명령 기한은 90일로 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장추련은 위원장 1인을 포함한 3인의 상임위원과 6인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하되, 위원 중 3인 이상은 장애인 당사자를 포함하자고 주장했다.

법무부 인권정책팀은 “소위원회는 자문기구의 성격이다. 행정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장애인이 위원으로 들어오는 것은 법무부가 수용하기 어렵다. 그리고 소위원회는 상시 기구가 아니고 법무부 장관에 의해 소집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정명령을 위해서는 최소 90일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추련 임종혁 위원장은 “소위원회는 장애인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실질적인 기구여야 한다. 따라서 장애인 차별에 감수성이 있는 당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사건을 진정할 정도면 상황이 아주 극박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 상황 안에 놓여 있는 사람에게 3달이나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60일 내에 시정명령을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제 장차법 시행이 불과 6개월 남짓 남은 시점이고, 시행령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시행령 안은 앞으로 규제완화위원회와 법제처에서 타 법률과의 관계를 고려해 수정을 하고, 국무회의에 상정돼 의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부는 2~3개월이 소요될 이 과정을 고려해 오는 11월에 장차법 시행령은 입법 예고 할 예정이라고 한다.

간담회에서 정부는 장차법 시행으로 늘어날 사회적 비용에 대한 정부와 민간 부담을 우려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장추련 조한진 법제위원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장차법을 시행하고자 하는 정부 의지가 필요하다. 기존법 테두리 안에서만 장애인 차별을 개선하겠다고 하면 장차법을 제정한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추련의 박옥순 사무국장은 “장차법이 규정한 ‘정당한 편의 제공’은 ‘합리적인 배려’가 아니다. 즉 장애인 차별 문제는 시혜가 아닌, 사회가 당연히 보장해야 하는 권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고 밝혔다.

장애계의 오랜 숙원이던 장차법이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되느냐를 좌우하는 것이 시행령이다. 시행령에 장차법을 제정한 본래 의미를 담을 수 있도록 정부와 장애계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때다.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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