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기업협회, 기부금 영수증 발급사기
대전서 벌어진 50억 후원 빙자 사기 사건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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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기업협회 홈페이지
무작위로 전화 걸어 후원금 기부 요청 수억 원도 아니고 무려 50억 원이다.
장애인 후원을 빙자한 텔레마케터 사기 사건의 정점을 보여주는 사건이 대전에서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 수사 2계는 지난 2일 불법 장애인 복지단체를 설립한 뒤 기부금을 모금해온 김모씨(47)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성모씨(32) 등 2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관할 시청에 허가를 받지 않고 장애인 후원단체를 만든 뒤 성모(42)씨로부터 기부금 명목으로 4만원을 받아내는 등 지난 2005년 3월께부터 최근까지 모두 전국 8만6천여 명의 시민들로부터 35억6천여만 원 상당의 기부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구속된 김씨 등은 지난 2005년 3월께 대전시 동구 용전동에 '한국장애인기업협회 중부재활사업단'이라는 장애인복지단체를 세운 뒤 텔레마케터 지모(32)씨 등 22명을 고용,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후원금 기부를 요청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씨 등은 전화번호부에 나온 번호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장애인과 독거노인들을 도와달라"며 시가 5천원 상당의 김, 화장지, 세제류 등을 지로용지와 함께 보내 기부자들로부터 금품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가 언론에 보도된 사건 내용이다. 그런데 수사 경찰이 밝힌 사기 사건의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언론 보도 내용과 약간 차이가 있다.
텔레마케터에게 4만원 한 구좌 당 수당 1만원 지급
사건을 직접 수사한 대전 경찰청 이태경 형사에 따르면, 먼저 사기 금액이 35억 원6천만 원이 아니고 50억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 형사에 따르면 “피의자가 대전에 두 개의 단체를 만들어서 사기 행각을 벌였는데, 한 단체는 2003년부터 텔레마케터 사기 행각으로 14억7천만 원을 편취했고, 또 한 단체가 35억3천만 원, 그래서 드러난 사기 액수만 합해서 50억 3천3백만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장애인기업협회라는 장애인 단체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구속된 김 씨등 피의자들은 모두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였고, 이들은 벼룩시장 등 생활정보지에 텔레마케터 모집 광고를 내 주로 주부들을 모은 뒤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게 이 형사 말이다.
피의자들이 텔레마케터에게 제시한 당근은 4만원 한 구좌 당 수당 1만원이었다. 후원에 대한 답례품이라고 보낸 김, 화장지 등의 물품 금액이 5천원 미만인 걸 감안하면, 피의자들은 한 구좌 당 최소 2만5천원을 앉아서 벌었다는 말이 된다.
드러난 사기 피해자만 자그마치 8만6천명이고, 한 사람당 2만5천원을 곱해 보면 엄청난 금액의 사기 액수에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의 사기 수법은 언급된 대로 전국 전화번호부 책을 펼쳐 놓고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장애인 단체인데 도와주면 답례품을 보내 주겠다.”고 얘기한 다음 사람들이 계좌로 돈을 보내면 조악한 물품과 함께 한국장애인기업협회 이름으로 된 기부금 영수증을 보냈다는 게 이 형사 말이다.
이 형사는 텔레마케터들도 사기 방조 혐의로 처벌할 계획이며, 유사 사기 단체가 대전만 해도 몇 군데 더 있어 수사를 확대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기집단으로 전락한 장애인 단체
여기서 의문점 하나를 제기할 수 있겠다. 경찰과 언론은 사기에 동원된 장애인 단체가 관할 시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유령단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내막을 알아보면 장애인 기업협회는 중소기업청 감독 하에 있는 사단법인이다. 따라서 지부가 됐든 어쨌든 장애인 단체가 선량한 시민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정황이 성립된다.
그러면 기업협회 입장은 뭔지, 서울 화곡동에 있는 기업협회 중앙본부에 전화를 건 결과 회장도 없고, 사무국장도 없다면서 대전지부로 연락하라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기업협회 대전 지부는 경리라는 직원이, 지부장 부인이 병원에 입원해서 지부장에게 연락이 안 된다며, 어떻게 기업협회 이름으로 기부금 영수증이 발행됐느냐는 질문에는,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없다고 말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말이 나온 김에 잠시 과거를 회상해 보면, 올해 상반기에도 안양에서 유사한 사건이 적발됐다. 그때 담당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사기 사건에 많은 장애인 단체가 관련되어 있어서 얘기하기가 조심스럽다.”는게, 형사 말이었다. 당시 받은 느낌은 장애인 후원을 빙자해 시민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소위 장애인 단체가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장애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장애인 단체가, 물론 일부라는 말을 덧붙일 수밖에 없지만, 드러난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기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어떨 것인가,
지금 이 순간도 어디선가 사기 집단은 분주하게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을 텐데, 대처 방안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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