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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자립할 수 있는 세상을 향하여"

제1회 장애민중대회에서 만난 발달장애 아동 부모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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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약 50여 개의 가족용 텐트가 세워졌었다. 이 텐트는 장애민중대회를 주관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각 단체들이 노숙농성을 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특히 지역에서 올라온 장애인교육권연대 소속 가족구성원들의 텐트가 많아서 눈길을 끌었다. 장애가 있는 아이와 형제, 그리고 부모가 함께 텐트 앞에 ‘00네 집’이라는 이름표와 요구안이 적힌 작은 현수막을 걸고 함께 노숙농성을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기자는 그 중 두 가족을 만나 사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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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자 씨와 딸 이윤임 양      ⓒ 최희정
   
“시설은 아무리 잘 지어봤자, 시설”

경남 함안에서 올라온 김운자(45) 씨.
김 씨는 딸 이윤임 양(12. 발달, 지체장애 1급)을 계속 업고 있었다. 비 때문인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 때문인지, 윤임 양은 엄마 등에 코알라처럼 붙어있었다.
12살이면 업힐 나이가 아니지만, 윤임 양은 혼자 움직일 수도 없고 의사소통도 어려운 중복 장애가 있다.

“화장실조차도 혼자 갈 수 없기 때문에 제가 항상 이렇게 업고 왔다갔다해요. 이렇게라도 살아 있어줘서 감사하죠. 그렇지만 아이가 점점 크니까 힘에 부치기는 해요. 더 늙으면 어쩌나 싶어요.”

   
ⓒ 최희정
   
김 씨는 경남장애인교육권연대가 경남교육청을 상대로 교육권 투쟁을 할 때 함께 했다. 김 씨는 그 과정에서 ‘희망’을 찾았다고 말했다.

“교육권연대 투쟁을 하면서 미비할지라도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주 작은 변화라도 그것이 모이면 큰 물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장애가 있는 내 아이와 다른 아이를 위해서 살아서 계속 투쟁하면 장애인을 차별하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저는 확신해요.”

김 씨는 텐트에 ‘정신지체, 발달장애,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지원법을 제정하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아이를 시설에 보내고 싶지 않아요. 내 아이가 지역에서 자립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내 생전에는 내가 지지하고 도울 테니, 그 다음부터라도 정부가 지원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김 씨는 “시설은 아무리 잘 지어봤자, 시설 아니냐”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설이 아니라 훗날을 위한 자립지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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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자 씨와 아들 경배와 찬양이.             ⓒ 최희정
   
“자립할 수 있는 세상을 향하여”

경남 창원시에서 왔다는 최길자(37)씨. 최 씨네는 이번 결의대회에 남편과 발달장애가 있는 두 아들이 함께 올라와 텐트서 이틀 밤을 보냈다.

최 씨는 “우리가 부모된 도리를 할 테니, 국가도 국가로써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성실히 져야 합니다. 이 아이들도 국민이니까요.”라며 정부의 책임을 촉구했다.

최 씨는 경배(9, 발달장애 1급)와 찬양(7, 발달장애 1급)이를 10여 년간 키웠지만, 앞으로 10년은 또 어떻게 버텨야 할지 두렵다고 말했다.

경배와 찬양이는 현재 1시간에 2만 3천 원씩을 내고 언어치료와 동작치료 교육을 일주일에 두 번 받고 있는데, 석달치 교육비가 대략 1백만 원 든다고 했다.

   
ⓒ 최희정
형편이 어려운 최 씨에게 이런 사교육비는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재활승마, 수영, 미술 등... 돈만 있으면 다 시키고 싶지요. 하지만 교육비가 승마는 하루에 5만 원이고, 수영은 40분 수업에 2만4천 원이나 합니다. 우리 형편으로는 꿈도 못 꾸지요.”

최 씨는 ‘정신지체, 발달장애,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생애주기별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제가 죽어도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역에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부가 보증하는 기관이 아이들의 연금과 수당을 정직하게 관리해 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으면...그게 제게 남은 단 한 가지 소망이예요.”

인터뷰를 마치고 최길자 씨는 경배와 찬양이를 불러들여 품에 안았다.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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