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이라면, 형기라도 있지만 시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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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 오후 2시 30분부터 진행된 ‘시설비리 척결과 탈시설권리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지역의 한 시설에 살고 있는 가 씨(가명)가 용기있는 발언을 들려줘 참석자들의 투쟁결의를 한층 더 깊게 해주었다. 시설에는 거짓말을 하고 민중행동대회에 참석했다는 가 씨.
20여년간 시설에서 생활하고 어느덧 40의 나이가 되었지만, ‘나로 살고 싶’고 앞으로 이를 위한 투쟁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발언의 마무리를 ‘투쟁!’으로 끝낸 가 씨는 시설장과 가족들이 자신의 독립과 자립생활을 탄압한다 할지라도 끝까지 자립생활을 향한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가 씨의 투쟁발언 전문이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모 시설에서 20여년간 생활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시설에서 20년을 살았고, 이렇게 큰 집회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여러분, 저는 제가 20년 동안 시설생활하면서 겪은 몇가지 일들을 여러분들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시설에 살면서 장애수당이 나오는지 몰랐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장애수당을 달라고 하니까 원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 여기서 먹고 자는 것에 만족해야 돼.”
그러면서 그냥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기가 막혔습니다. 시설장애인들은 장애수당이 없으면 돈 구경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지적장애인이 아닌 저 같은 사람은 이런 문제를 항의할 수나 있지만, 우리 시설에 있는 대부분의 지적장애인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장애수당이 있는지, 그걸 시설에서 어떻게 쓰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옷을 구입하는 비용도 국가가 지급하고 있지만 시설에서는 그것도 개인에게 주지 않습니다. 어쩌다 시설에서 옷을 사다주지만 똑같은 디자인, 똑같은 색깔, 싸구려 옷일 뿐입니다. 개개인의 개성은 무시하고 그냥 막 사다줍니다.
사람이 살면서 뭔가 앞날이 보여야 하는데, 시설에 살면서는 앞날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이 미래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지… 사람들에겐 꿈도 희망도 없습니다. 그냥 세월이 지나가는 겁니다. 무의식적으로. 꿈도 없고 할 일도 없고…
우리 몇몇이 처음 인터넷을 하려고 요청했는데 며칠간을 싸워야 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하겠다는데 왜 안해 주냐고 했지요. 자기들은 인터넷을 쓰고 있으면서 왜 우리는 안해 주는 건지. 사진도 못 찍게 했습니다. 우리가 증거사진이라도 남기려고 뭘 찍으면 원장이 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진 찍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야, 여기서 평생 살껀데 잘 보여야지. 무슨 문제 있으면 한테 와서 이야기하면 되지, 사진은 왜 찍어.”
원장은 제 평생을 시설에서 살꺼라고 단정지으면서 저를 무시합니다.
비리가 드러나도 시설운영자는 시설생활인에게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없이 뻔뻔스럽게 얼굴을 들고 돌아다닙니다. 직원들은 도대체 아는지 모르는지… 요즘 시설은 복지시설이 아니고 완전히 기업입니다. 장애인들의 피를 빨어먹는 기업. 국민들의 세금을 가지고 왜 엉둥한 사람의 배를 채워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못먹고, 못 입는데, 1년에 한번도 못나가는데, 10년동안 바깥 출입도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건 사회사업이 아닙니다. 절대 사회사업이 아니예요. 모르는 사람은 좋은 일 한다고 하겠지만 우리는 모두 상품입니다. 우리는 몇 십년 동안 사육되어 온 것입니다. 사람은 먹고 싸는 것만으로 산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사육당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느끼고 만질 수 있고…
그런데 저는 그런 생활을 20년 넘게 해왔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사회가 장애인들에게만 다 해줄 수는 없겠지만 장애인들도 엄연히 사람입니다. 장애인도 표현하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야지요. 감옥이라면 형기가 끝나면 자유를 얻는데 우리는 일평생을 이런 생활을 해야 되나요?
내 인생은 뭐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한테 시설에서 산 20년의 시간, 그 시간들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내 인생은 없습니다. 나도 엄연히 내 인생을 살고 싶은데, 내 삶을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집 식구들도 그럽니다. “너 거기서 그냥 조용히 있어라. 시설에서 말썽 일이키지 마라.” 내 입장에서 보면 절대 동의할 수 없지요. 이제는 내 자신이 힘들어요. 지금 사십이 넘어서 내 의사를 충분히 밝히고 결정해야 하는데 내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내가 무엇 대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세상을 살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복지의 궁극적 목적이 장애인의 사회통합이라고 하는데 그런 완전 거짓말입니다. 시설들은 전부 산속에 들어 있는데 무슨 사회통합입니까? 이건 정책이 앞뒤가 안 맞습니다.
여러분, 제가 여러분들을 다시 만나서 이 자리에 섰을 때는 제가 있는 시설의 비리가 척결되고, 저에게 자립생활 할 당연한 권리가 보장되어, 저도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만나고 싶습니다.
나에게 집과 연금이, 그리고 활동보조가 보장되어 저도 여러분과 같이 자유롭게 외출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그날을 위해 투쟁해 주십시오. 저도 시설에서, 그리고 밖으로 나와서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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