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인 피해상황, 한·일이 비슷해
일본 오카야마 퍼블릭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서 정신지체인의 법적구제활동 관련 면담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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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지적장애인과 관련한 법적구제활동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마련됐다.
일본의 오카야마 퍼블릭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이 한국의 아름다운 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공익소송 진행과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고.
특별히 장애 영역 중에서도 가장 소외돼 있고,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지적장애인과 관련해 공익소송을 진행 중인 현장 활동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7월 27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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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카야마 퍼블릭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방문해 정신지체인과 관련한 법률구제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진호 기자 | ||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지적장애인들을 상대로 한 인권침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을 전문적으로 변호할 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고.
미즈타니 변호사는 “오카야마 법률 사무소에 가장 많이 접수된 피해사례는 부모사후 재산관리와 관련한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며 일본에서 발생한 장애인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건들을 소개해줬다.
▲ 오카야마 퍼블릭 법률사무소의 캔 미즈타니 변호사 ⓒ전진호 기자
일본 지적장애인 피해상황, 한국과 비슷 주로 청각장애인의 피해사례를 담당했다는 미즈타니 변호사는 지난 1980년, 300엔(한화 약 3천 원)을 훔쳐 기소된 청각장애인 사건을 소개했다.
“이 사람에 대한 판결이 나온 건 19년이 지난 1999년이었다. 그 기간 동안 이 청각장애인을 변호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변호사가 없는 게 큰 문제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미국은 청각장애인이 조사를 받을 때 변호사보다 먼저 수화통역사를 부르는 게 의무인데, 일본은 청각장애인 부모 등 당사자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부를 수 없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무척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즈타니 변호사는 수화통역의 오역으로 인해 억울하게 방화범으로 몰린 청각장애인 학생 사건을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불을 질렀다’는 수화가 담배 피는 시늉과 비슷한데, ‘학교에서 담배를 핀 경험이 있다’는 학생의 대답을 수화통역사가 ‘불을 질렀다’는 답변으로 잘못 통역하는 바람에 방화범으로 몰린 사건이 있다는 것.
지적장애인과 관련한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미즈타니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시설 안에서 여성 지적장애인을 성폭행 한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를 입은 여성이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게 되면서 사건의 전모가 알려졌고, 장애인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히가시 변호사에 의해 가해자를 상대로 형사소송을 진행했다.”고.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는데, 자신의 시설 내에서 발생한 일을 놓고 소송을 진행하자 시설장은 히가시 변호사를 상대로 ‘시설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1천만 엔(한화 약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
결국 성폭행 사건은 ‘서로 동의가 있었기에 성폭행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져 불기소 처리됐다. 그렇게 되자 변호를 선 히가시 변호사의 입장이 난처하게 된 상황에 몰리게 됐다.
미즈타니 변호사는 “다행히 히가시 변호사가 승소해 1천만 엔을 지불하는 상황은 모면했으나, 이 사건이 선례가 돼 지적장애인과 관련한 사건을 맡지 않으려고 한다.”고 일본에서 지적장애인이 처한 이중고를 설명했다.
일본도「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들 별 관심 없어
사법기관에서 발생하는 문제 역시 한국과 일본이 똑같았다.
“지적장애인이 사법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동석자가 배석하는 게 의무로 되어있는가.”라는 질문에 미즈타니 변호사는 “국선 변호사만 지원해줄 뿐 동석자 배석은 지원하지 않는다. 국선 변호사를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장애인 문제에 관심 있는 이가 선임되어야 이길 수 있지 안 그러면 거의 진다고 봐야한다”고 일본의 실상을 설명했다.
한 가지 부러운 사실은 한국에서도 법률을 추진 중에 있는 ‘성년후견제’에 의한 지원이었다.
미즈타니 변호사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장애가 있는 어린이를 위해 연금이 나오는데 이 돈을 아버지가 가로채 술값으로 쓰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다. 하지만 성년후견제가 제정된 후에는 연금을 변호사가 관리하게 돼 더 이상 연금이 아버지의 술값으로 쓰이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7년 전부터 일본의 시민단체와 변호사협회 등이 힘을 모아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미즈타니 변호사는 “이 법을 위반 시 형사 처벌도 가능하도록 추진 중에 있지만 입법될 보장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장애인의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법률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본 국민은 여기에 별 관심이 없다. 한국은 이미「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다고 하니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하다.”고 말했다.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에서 진행중인 정신지체인의 법률구제활동에 대해 설명중인 이혜영 활동가 ⓒ전진호 기자
당사자 스스로 사건의뢰 힘들어 소송 진행해도 어려운 상황 <함께걸음>의 최희정 기자는 “지적장애인에게 벌어지는 피해상황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것 같다”며 한국의 정신지체인 인권침해 양상을 설명했다.
최 기자는 “지적장애인과 관련한 사건들을 살펴보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인권침해 상황이 발생 ▲피해자 대부분이 가해자에게 숙식을 의존하는 상황 ▲재산권, 신체자유권, 노동권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중복침해가 발생 ▲가해자의 선행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고 ▲외부에서 개입하지 않으면 당사자 스스로 문제 상황에 대해 알리고 법적인 대응을 할 수가 없는 점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기자는 “소송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증거나 증인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지적 장애에 대한 사법기관의 편견이 큰 걸림돌 중 하나”로 꼽았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이혜영 활동가는 연구소에서 진행해온 지적장애인의 법적구제활동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첫 번째로 36년 동안 부모로 자처해온 이들 밑에서 하루 종일 과수원 일을 하며 심한 구타와 학대를 받으며 생활해오던 정은자(가명, 정신지체 2급)씨가 연구소의 법률지원을 통해 재판에서 승소한 법적권리구제 활동사례를 소개했다.
이 활동가에 따르면 “연구소는 수급비 횡령과 폭력혐의로 노부부를 경찰에 고발했고, 이들은 각각 횡령혐의로 벌금 100만원과 폭력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민사소송을 진행해 5천만 원의 손해배상판결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용숙(가명, 정신지체 2급)씨는 남편 사망 후 시누이에게 전 재산을 빼앗긴 채 학대받으며 생활해 오다가 한 방송사의 도움으로 학대상황에서 벗어나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그러나 용숙 씨가 시누이의 괴롭힘을 견딜 수 없다는 이유로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 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던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장애인과 관련한 법적구제활동 중 어려움을 겪은 사건도 함께 소개했다.
통역을 담당한 오카야마 민단의 공석향 부단장은 “한국의 지적장애인이 처한 생생한 현장이야기를 짧은 시간으로 밖에 들을 수 없어 무척 아쉽다.”라며 “향후 한국과 일본, 중국의 공익변호사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권침해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국제적으로 다각적으로 노력을 계속하자.”고 밝혔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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