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의 죽음, 악순환 끊는 경종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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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한 김 씨가 6년동안 수용돼 있던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ㅇ' 정신병원 ⓒ 전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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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후엔 찾는 보호자, 살았을 때는 왜 못 찾았나
6년 전 실종된 한 지적장애인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경기도 오산시에서 살던 김 씨(27, 남, 지적장애 2급)는 2001년 8월 27일 저녁에 혼자 집을 나선 뒤 실종됐다.
부모는 이튿날 바로 파출소에 신고하고 경기도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들을 찾을 수 없었다.
김 씨 부모는 지난 5월 23일, 김 씨가 ‘ㅇ’ 정신병원에서 6년간 있었고, 5월 17일 질식사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부모는 주검이 된 자식을 붙들고 오열했다.
김 씨는 실종 3일 뒤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에서 발견됐고, 분당경찰서와 분당구청을 거쳐 오산 ‘o’ 정신병원에 입원해 6년 간 있었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것은 김 씨가 6년동안 수용됐던 ‘o'정신병원이 집 근처라는 점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구청과 경찰이 김 씨의 지문조회를 두 번이나 했어도 찾지 못했던 보호자를, 김 씨가 사망한 후에는 바로 찾아 연락을 했다는 것. 이와 관련해 김 씨의 부모는 지난 6월 25일 국가인권위에 사건을 진정했고, 직권조사를 신청했다.
행려인 신원 파악, 경찰과 구청 공무원 티격태격
이번 사건을 두고 여러 문제와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은 김 씨의 신원확인 문제를 두고 경찰서와 구청이 하는 얘기가 서로 다르다.
분당구청은 “2005년도에 관할구역 내 정신병원에 장기 입원중인 행려환자 32명의 십지문을 찍어서 분당경찰서에 의뢰했다. 경찰은 4개월 뒤에야 일괄 다시 지문을 찍으라고 되돌려보냈다. 그래서 다시 지문 조회를 의뢰했고, 유감스럽게도 김 씨가 보호자를 못 찾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밝혔다.
분당경찰서 측은 “지문조회를 재의뢰했지만, 서류가 다시 오지는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가 제시한 김 씨의 진료기록부에는 김 씨 이름이 정확히 적혀 있고, 이는 간호기록부에도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김 씨의 차트에는 ‘행려’라는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김 씨의 부모는 “우리 애는 이름과 연락처 등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집에서 특수학교까지 혼자 버스를 타고 다녔다.”고 말했다.
정황상 경찰이 김 씨를 구청으로 데려가고 구청이 병원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김 씨는 본인 정보를 밝혔을 확률이 크다. 낯선 환경 때문에 당황했을 점을 감안해도, 6년이나 병원에 있으면서 김 씨는 간간히 본인의 정보를 얘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신질환이 있는 행려인으로 낙인찍힌 김 씨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실종 관련 전문가들은 실종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경찰들의 초기 대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K'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복지사는 “일선 경찰들은 노숙인 중 의사소통이 좀 안되면 무조건 정신병원으로 들이밀기 일쑤”라고 밝혔다.
사회복지사는 “경찰이 신원을 모르겠다며 정신지체가 있는 한 여성을 병원에 데려다 놨는데, 소지품에 신분증이 있었다.”고 어이없어했다. 덧붙여 “정신지체인이 정신병원에 입원 할 수는 있지만, 병원에서 이들에게 해 줄 서비스는 별로 없다. 사실상 방치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한 구청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솔직히 행려인들은 사실 경찰이나 공무원들도 꺼린다. 지문조회하면 찾을 가능성이 많은데, 일선 경찰들은 기본 절차도 안 거치고 무작정 구청에 데리고 온다.”며 “실종에 관해서 경찰과 공무원의 초기 협조가 잘 안 된다. 현장에서는 담당 공무원과 경찰이 행려인 보호를 놓고 서로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정신병원 의료보호 환자, 데리고만 있어도 1인당 90만 원 이상 매월 받아
그렇다면 지적장애가 있는 김 씨가 왜 정신병원에 수용된 걸까.
현행 「정신보건법」에는 “정신질환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발견한 정신과전문의 또는 정신보건전문요원은 시·도지사에게 당해인의 진단 및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제25조-시도지사에 의한 입원)”라는 조항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장애가 있는 실종, 혹은 행려인들은 복지시설에 보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런데 실상은 정신병원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권회 백선익 씨는 “지적장애는 질환이 아닌데, 이 둘을 복합 증상이라고 의사들이 진단을 내리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신분을 밝히지 못하는 지적장애 실종, 혹은 행려인들이 정신병원으로 보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신병원에 인계된 행려인들은 실종 관련 전산망에 등록되지도 않는다. 이들은 행려인임을 나타내는 새 일련번호를 받아 ‘무명남(無名男)1’, ‘무명남2’ 등의 새로운 이름을 가진 의료보호 환자로 등록된다. 그러니 밖에서 아무리 가족들이 찾아도 구조적으로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건강보험공단은 의료보호 환자 1인당 매달 90~100만 원 가량의 의료수가를 정신병원에 지급한다.
의료보호 환자는 서비스 질이나 양과는 상관없이 정액으로 수가를 주기 때문에, 월급 들어오듯 꼬박꼬박 들어오는 이 돈을 정신병원이 구태여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신병원은 의료보호 환자로 만들어 수용만 하면 정부에게 의료비를 받고, 정부는 처치 곤란한(?) 이들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고리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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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가 수용 돼 있던 'ㅇ' 정신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환자들 ⓒ 전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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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정신병원, 인권유린 했나, 안했나
김 씨는 1인 격리실에 수용돼 있다가, 출입문 관찰구에 머리가 끼어 질식사했다고 알려졌다.
화성경찰서 강력팀 담당 형사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슷한 경우 질식사 하려면 최소한 3~5분은 넘게 걸린다. 병원이 관리를 소홀히 했는지 여부를 내사 중이며, 과실이 드러나면 사법처리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항간에는 김 씨가 정말 질식사한 것이 맞냐는 의문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우선 김 씨가 격리실에 얼마나 있었냐에 대한
진술이 엇갈린다.
병원이나 경찰은 김 씨가 2~3시간 격리됐다고 밝혔다는데, 부모는 <함께걸음>과 한 인터뷰에서 “당시 사망 소식을 들은 직후, 병원에 가서 아들이 숨진 곳을 확인했다. 그 때 출입문을 지키는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아들이 여기에 얼마나 있었는지를 슬쩍 물었다. 그 이가 맨 처음엔 이틀이라고 했다가, 관리인의 제지를 받더니 2시간으로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부모는 격리실의 비인간적인 환경에도 분노했는데, “아들이 사망했다는 격리실은 맨 장판에 대소변용으로 쓴다는 대야만 하나 덜렁 있었다. 그 병동은 행려인들만 있는 병동이라던데, 얼마나 불결한지 냄새가 지독해 코를 쥐고 들어갔을 정도였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덧붙여 “입원할 때는 제 발로 걸어들어 갔어도, 살아서는 나올 수 없을 것”이라며 치를 떨었다.
그러나 사건 현장을 봤다는 담당 형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어떻게 행려환자들만 따로 구분을 하겠나. 아마 증세에 따라서 사용하는 격리실이 다를 것이다.”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백선익 씨는 “업무 때문에 다녀본 많은 정신병원들이 실제로 행려환자들을 따로 구분하는 곳이 많았다. 정신병원에 있는 행려인들은 자부담을 내는 의료보험 환자들과 먹는 것, 자는 곳 자체가 달랐고, 이를 포함해 의료서비스까지도 훨씬 열악한 처우를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정신병원 1인실 자부담은 매우 비싸다. 보통 규모의 병원도 하루에 150~200만 원은 내야 한다. 서비스에 상관없이 매월 받는 의료수가가 정해져 있는 의료보호 환자들에게 그런 1인실을 내어줄 정신병원이 과연 얼마나 있겠나”고 반문했다.
김 씨의 죽음, ‘개죽음’되게 할 것인가
어쨌든 김 씨는 집 근처 정신병원에서 죽었고, 부모는 아들을 지척에 두고도 전국을 헤맸다.
가족들은 끝내 살아서 만날 수 없었다.
이런 얘기 아무 소용도 없지만, 현 체계라도 이용해 관계자들이 김 씨의 지문조회에 더 노력했다면, 차트에 적힌 이름으로 한 번만이라도 경찰의 가출이나 실종 관련 전산망을 뒤져봤다면, 어쩌면 김 씨는 살아서 부모를 만났을지도 모른다.
이번 사건은 김 씨가 ‘재수가 없어서’ 당한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김 씨의 죽음은 지역에서 사는 지적장애인이 어떤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본인 정보를 밝히기 어려운 지적장애인이 길을 헤맨다면, 어디서든 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아니 이미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조차도 개선하지 않고 있는 문제다.
자식을 잃은 힘든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어 사회에 이러한 문제를 알리고 국가에게 내막을 밝히라고 요구한 김 씨의 부모에게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김 씨의 죽음이 ‘개죽음’이 되지 않도록 관련자들은 각성해 의혹을 밝히고 이러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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