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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에서 충전하지 말고 집에서 하세요!"

가양2동사무소, 전동휠체어 충전 제재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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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라센터 활동가들은 지난 6월 19일 강서구청에 항의 방문했다. ⓒ소연 기자  
 
“다음부터는 (전동휠체어 충전을) 동사무소에서 하지 말고 집에서 하세요!”

지난 6월 14일, 강서길라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길라센터)는 가양2동사무소와 공동으로 주최한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강좌를 준비하던 중 해당 동사무소의 주임 추 모 씨에게 전동휠체어 베터리 충전을 동사무소에서 하지 말고 집에서 하라는 '주의'를 듣는다.

당시 길라센터 활동가들과 회원들이 전동휠체어를 충전하는 상황도 아니었고,  두 달에 한번 동사무소에서 진행하는 강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왜 가양2동 사무소의 한 공무원에게 이런 '주의'를 듣게 된 것일까?

이야기의 원인을 추적해보면, 3월 14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3월 14일, 길라센터는 가양2동 사무소의 주민자치센터를 빌려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때 지방에서 올라온 한 회원이 강의 도중 전동휠체어 베터리를 충전해도 되냐고 길라센터 소장에게 묻고, 소장은 충전하라는 답변을 들려준다.

주민자치센터 담당인 추 주임은 자립생활센터 회원이 전동휠체어 베터리를 충전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사건이 발생한 세 달 후인 6월 14일에 그 당시 하지 못했던 '주의'를 준 것이다.
추 주임은 "당시 강의 중이라 충전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 없어 그 때(6월 14일에) 주의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라센터 강미선 팀장은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추 주임이 센터 회원들과 활동가들이 다 모여있는 데 '앞으로 동사무소에서 전동휠체어 충전을 하지 마세요!'하면서 명령조로 이야기했다. 우리를 마치 전기세 아끼려고 집에서 전동휠체어 충전 안하고 동사무소에서 충전하는 사람처럼 대한 것이다. 그 곳에 있던 모든 회원들이 격분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길라센터 최은주 총무는 "집에 돌아가면 전동휠체어를 충전시키고 잠이 들지만, 사람이 잠시 깜빡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당시 그 회원은 멀리 지방에서 올라와 베터리 소모량이 많은 상태였고, 주민자치센타를 동사무소로부터 우리가 빌린 것이기 때문에 소장이 그 회원의 충전을 허락해 준 것이다."고 말했다. 

배터리 충전량보다 활동량이 많았거나, 배터리가 낡아 금방 재충전이 필요한 경우 등 예기치 않게 배터리 방전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재 거리에서 맘 놓고 전동휠체어를 충전할 곳은 없다.
따라서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지하철이나 은행 등 큰 공공장소에서 눈치 보며(?) 충전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최 총무는 "집밖에서 (전동휠체어 배터리를) 충전하는 거 우리도 별로 안 좋아한다. 사람들이 막 지나다니고 있는데 거기에서 멀뚱하게 몇 시간동안 앉아있는 게 우리라고 좋겠냐."고 반문했다.


구청 감사관, "강사가 강의하는 중에 충전…무례"

길라센터 측은 당시 주민자치센터를 길라센터가 빌린 상황이었고, 중증 장애인의 신체의 일부분이나 마찬가지인 전동휠체어를 충전하는 것에 기업도 아닌 관공서가 이를 제재했다는 것에 분노했다.

센터 활동가들은 "무엇보다, 몇 시간의 창피함도 무릅쓰고 고작 몇백 원의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전동휠체어 배터리를 충전 안 하고 관공서의 전기를 소비하는 동정과 시혜의 시각으로 공무원이 장애인을 바라봤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강미선 팀장은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우리에게 상의하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면, 우리가 그걸 못 알아들을 사람이겠는가. 그런데 추 주임은 회원들이 모두 보고 있는 앞에서 훈계조로 센터 측에 이야기했다. 장애인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았다면 그렇게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고 설명했다.

길라센터는 이 사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에서 노원구와 함께 장애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로 유명한 강서구에서, 그것도 가양2동사무소라는 관공서에서 이러한 장애인 차별이 자행되었다는 것을 그냥 지나친다면 소수의 장애인이 살고 있는 여타 지역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장애인들이 더욱 차별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게 되지 않을까 판단했기 때문이다.

길라센터 홍점표 소장은 가양2동사무소 이종석 동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황을 설명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동장은 자립생활센터 측이 전동휠체어 배터리를 충전하기 전에 담당 공무원에게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며 쉬이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당사자인 추 주임으로부터도 어떤 사과를 들을 수 없었다.

해당 기관으로 적절한 사과를 듣지 못하자, 홍 소장은 강서구청 감사실에 연락해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해 해당 동사무소에 주의를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 사건을 담당한 이상권 감사관은 "강사가 강의를 하고 있는데 전동휠체어 배터리를 충전하는 건 무례한 행동이다."고 말해 길라센터 활동가들을 분노케 했다. 결국 길라센터 활동가들은 사건 발생 5일 후인 6월 19일에 강서구청을 항의 방문했다. <함께걸음>도 항의방문에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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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서구청 이 감사관은 길라센터 측에 "강사가 있는 앞에서 전동휠체어를 충전하는 것은 무례한 행위"라고 말해 길라센터 활동가들을 격앙케했다. ⓒ소연 기자  
 
해당 공무원, "상습적으로 충전할까봐 그랬다"

협의 테이블에서 이 감사관은 "주민자치센터는 가양2동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여타 지역의 주민들이 이용할 경우 유료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해 길라센터 활동가들은 물론 구청 직원들까지 아연실색케 했다.
오히려 이 감사관의 상급자가 이 감사관을 붙잡고 "이 감사관이 상황을 잘 못 이해하고 있다"고 꾸짖은 후 길라센터 측에 대신 사과를 했다.

구청 측은 해당 공무원들의 사과로 문제를 덮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홍 소장은 "이미 사과할 시기는 지났다."며 추 주임의 해고와 이 동장의 이름으로 된 사과문을 동사무소 정문에 개재할 것을 요구했다.

마침 간부회의 때문에 구청을 방문했던 이 동장은 "추 주임은 장애인 정책을 위해 우리 동사무소에서도 노력을 많이 기울이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저 말투가 이상했을 뿐"이라며 "전기를 사용하기 전에는 미리 해당 공무원에게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고 서로 잘잘못이 있으니 문제를 잘 덮고 지나가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함께걸음>은 항의 방문 동행 전 해당 공무원인 추 주임과 전화 통화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시 추 주임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에게 명령조로 이야기한 적이 없으며, 다음부터는 동사무소에서 전동휠체어를 충전하지 않았으면 하고 자립생활센터 측에 당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중증 장애인에게 신체와 같은 전동휠체어를 충전하는 것을 왜 제재하려 했느냐고 물으니 "상습적으로 충전할까봐."라고 답했다.

중증 장애인의 전동휠체어 충전을 막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인 이동권을 저해하는 것과 같다라는 설명에도 추 주임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급하게 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 공간은 교육장인데… (장애인들이) 상습적으로 (전동휠체어 배터리를) 충전하면 통제가 어렵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혹시 길라센터 회원들이 자주 전동휠체어를 충전하는 것을 목격했는가라고 물으니, "그 때 (3월 14일) 딱 한번"이었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그리고 회의를 마칠 때까지 이 동장은 "먼저 허락을 받고 사용하지 않은 건 잘못"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오히려 구청 측에서 장소를 공식적으로 빌렸으면 전기를 사용하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는 상황이었다.

해당 동사무소의 공무원과 동장이 그러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도, 구청 측에서는 구두 사과를 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짓자고 권유했다. 그러나 길라센터는 완강하게 이 제안을 거절했다.


공무원들, 문제 덮기에 급급

6월 20일, 길라센터에 추 주임과 이 동장이 방문했다. 강미선 팀장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꼭 덧붙였다."며 "이 동장은 19일 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로 잘잘못이 있으니 해당 공무원의 사과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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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당 사건이 벌어진 가양2동사무소 홈페이지.  
 

보건복지부 재활지원팀 정명현 사무관은 이 사건에 대해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면 해당 공무원이 잘못을 했다."고 말하면서도 "해당 동사무소의 구두 사과로 문제가 좋은 방향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문제가 조용하게 해결되었으면 하는 뜻을 피력했다.

정 사무관은 뒤이어 "오는 7월부터 보건복지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전국 3만 곳에 전동휠체어 배터리 충전소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니 이러한 문제들이 많이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심승보 씨는(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 회원) "강서구처럼 장애인이 많이 거주하는 관공서에서조차 공무원들의 장애인 차별 감수성이 무딘 상황인데, 충전소만 설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충전소 설치가 아니라 관공서에서조차 장애인들을 차별하는 것을 쉽게 용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이 2주일여 동안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채 흘러가고 있다.
강서자립생활센터는 현재 19일 회의석상에서 구청 직원이 "재감사에 들어가겠다"한 말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전히 '추 주임 해고'와 '이 동장의 공개 사과문 개재'를 요구하고 있다.

작성자소연 기자  cool_w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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