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전화를 받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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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핸드폰을 장만한 게 93년도인가로 기억한다.
‘묵과 벼루’와 같은 핸드폰에서 슬림한 디자인의 핸드폰으로 수십 번 교체했지만, 그 때 처음으로 만들었던 번호를 아직도 쓰고 있다.
내가 처음 개통한 전화번호를 아직도 고집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자주 전화 걸지 않는 나의 습성상 연락이 끊긴 그 누군가가 날 떠올리며 전화를 걸었을 때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작은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이제는 전화번호를 바꿀 때가 됐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했던 사건과 관련해 협박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경상북도 상주에서 벌어진 지적장애인 학대 사건을 취재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기억이 있는 곳에서 벌어진 사건이어서 더 가슴 아팠던 기억이 떠오른다.
현재 이 사건은 2심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피해자의 피해 상황이 법정에서 인정될 것 같다.
벌써 일 년이 다된 이 사건의 기사를 찾아서 읽고, 내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 직접 전화까지 한 것으로 보면 전화건 이가 '가해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이'라고 추정된다.
잘못한 걸 인정하고 백배사죄해도 시원찮을 사건을 놓고 협박하는 그의 전화를 받으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협박 전화만으로도 부들 부들 떨리는데, 가해자와 계속 얼굴을 부딪혀야 했을 피해자의 당시 심정은 어땠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생활을 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협박 전화를 받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에서 소외된 지적장애인이 있고,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가해자가 있는 이상 이보다 더한 협박이나 회유가 있더라도 <함께걸음>의 고발기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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