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시설 성람재단, 기부채납 되나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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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재단 비리로 인해 장애우들과 시민단체가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1백일이 넘는 장기 노숙농성을 벌이고, 장애계에서 공익이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전면 개정 주장이 제기되는 데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한 성람재단 문제가 새롭게 주목을 끌고 있다. 성람재단 측이 문제가 되고 있는 장애우 수용시설, 은혜 문혜 요양원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고, 자신들은 시설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부채납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고, 서울시와 서울시 의회가 기부 체납을 받는 것을 머뭇거리고 있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다.
장애우 복지시설 비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성람재단 문제, 지금 어디쯤 와있는지 취재했다.
▲ 장애인 인권유린,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성람재단의 문혜요양원 전경. ⓒ함께걸음
175억 재산 순순히 포기 할까 의문 제기돼 한 해 국고 100억원을 넘게 지원받는 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 산하 시설들에서 재단 측이 기부채납 하겠다고 밝힌 시설은 정확하게 말하면, 강원도 철원에 있는 문혜장애우요양원과, 은혜장애우요양원, 그리고 문혜보호작업장 등 세 곳의 장애우복지시설이다.
현재 약 4백5십여명의 중증장애우가 수용되어 있고, 연 50억원 가량의 국고 지원을 받고 있는, 서울시 관리 아래 있는 대형 시설이다. 이 시설들에서 장애우에 대한 인권 유린과 운영비 횡령 등 상상을 초월하는 각종 비리가 벌어져서, 작년에 경찰 수사 후 재단 조태영 이사장이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 후 해결방안으로 시설들에 대한 특별감사 얘기가 나오고, 기부채납 얘기가 나왔는데, 특별감사는 실시돼서 결과가 발표됐지만 기부채납 건은 구체적으로 진행된 게 없었다.
그런데 지난 3월 서울시는 성람재단이 시설 기부채납 의사를 정식으로 공문을 통해 시에 접수시켰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에 따라 잠재되어 있던 시설 기부채납 건이 비로소 구체화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고 있다.
그러면 기부채납 건이 이제 와서 구체화되고 있는 이유는 과연 뭘까,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시점을 작년 10월로 되돌려 보자.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 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과 여론의 압박을 받은 성람재단은 10월 12일 종로구청에 공문을 보내 세 곳의 시설을 구청에 기부채납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재단의 시설 기부채납 의사는,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절차를 밟지 않은, 예를 들면 재단 이사회의 결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여론 무마용 제스처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공투단 역시 “성람재단의 비리, 횡령사건을 방관한 종로구청은 시설을 기부채납 받을 자격이 없다"며 재단의 시설 기부채납 시도를 거부했다.
이어 10월 28일 성람재단 및 산하 시설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종로구와 서울시, 보건복지부가 합동으로 3주간 실시한 특별감사였다. 그 결과 성람재단에서 총 112건의 위법. 부당 사항을 적발했다는 게 종로구 발표였다.
종로구는 당시 감사 결과에 따라 성람재단이 직원들에게 부당하게 지급한 보조금 등 6억1천965만원을 정부 및 재단 산하 복지시설 등이 환수하도록 했으며, 재단 및 시설 운영을 소홀히 한 직원 19명을 징계하고 또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임원 6명을 해임하도록 성람재단에 통보했다. 그리고 3건의 부당한 예산집행 내용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굳이 작년 지난 감사 결과를 언급한 것은 성람재단이 세 곳 시설을 기부채납 하겠다고 밝힌 배경에 이 감사결과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얘기지만, 사회복지시설이 공적 재산이 아닌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인식되고 있는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아무리 문제가 많다지만 재단이 순순히 시설을 기부채납하고 손을 떼길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사례를 찾아봐도 사회복지 역사에서 비슷한 사례를 단 한 건도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서울시에 따르면 성람재단이 기부채납 하겠다고 밝힌 세 곳 시설에 대해 재산 평가를 해본 결과 부동산 평가액만 175억원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성람재단이 쉽게 이 재산을 포기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럼에도 재단이 기부채납 의지를 갖고 있다면 기부채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어떤 절박한 이유가 성람재단 측에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 성람재단에서 발생하는 비리의 고리를 끊기위해 성람공투단은 100일이 넘는 기간을 종로구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며 투쟁했다. 그 결과 성람재단은 자신의 산하 13개 시설 중 강원도 철원의 은혜, 문혜 요양원과 문혜보호작업장을 '기부헌납'한다고 밝혔다. ⓒ전진호 기자
서울시 의회, 득 되지 않는다며 안건 보류시켜 그 이유를 추적해 보자. 언급한 감사결과에서 성람재단은 모두 다 재단이 부담해야 되는 돈은 아니지만 어쨌든 6억원 가량을 환수 조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여기에다 부당한 예산 집행을 이유로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성람재단은 현재 해고당한 노조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소송에서 패소해 노조원 9명에게 9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놓은 상태다.
또 작년에 9억5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실형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 벌금 2억원을 선고 받은 조태영 전 이사장이 5월말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는데, 결심공판을 앞두고 조 전 이사장이 형량을 적게 받기 위해 기부채납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성람재단이 자의가 아닌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기부채납 의사를 밝혔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담당자인 서울시 장애인 복지과 김용수 주임은 “성람재단 측이 시설 기부채납 공문을 보내면서, 사실상 개인재산을 내 논거니까 배상금 9억원과 해고자 복직 문제는 서울시에서 맡아 처리해 달라고 건의했다. 그래서 입장이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다.
일단 여기까지 살펴보면 성람재단의 시설 기부채납 의사는 확고한 것 같다. 그런데 성람 공투단의 김정하 씨는 의외의 말을 하고 있다. “성람재단 노조에 따르면 재단 측은 시설 현장에서 비리 연류 직원들에게 표창장을 주면서, 직원들에게 ‘비록 우리가 기부채납 의사를 밝혔지만 강성 노동조합 때문에 시설을 맡아서 운영하겠다고 나설 다른 법인이 없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가 계속 시설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뭔가. 혹시 성람재단 측의 내심은, 우리는 비리에 책임을 지고 시설을 기부채납했는데 서울시가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비리와 관련해서는 우리 책임이 없다는 면죄부를 받기 위해 시설 기부채납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한 가지 분명한 점이 있다. 어쨌든 서울시가 재단 측의 기부채납 하겠다는 공식 공문을 받아놓은 상태니까, 서울시가 ‘알았다. 기부채납을 받겠다.’고 선언하면 상황은 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드러난 사실을 보면 서울시와 서울시 의회는 현재 기부채납을 받는 것에 대해 받을지 말지 재며 머뭇거리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왜 그럴까.
내막을 알아보면 서울시는, 기부채납에 관련된 사항은 서울시 의회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4월 24일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에 시설을 기부채납 받기 위한 절차라며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재산에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보사위가 아닌 행정자치위원회에 이 안건이 제출됐다.
그런데 서울시 장애인복지과가 변경안과 함께 참고서류로 첨부한 ‘시설 기부채납에 따른 위탁체 선정계획’이라는 한 장의 서류가 문제였다.
서류에는 서울시가 기부채납을 받을 경우 예상되는 상황으로, 성람재단이 부당해고 구제 소송에서 패소해서 배상해야 할 금액 9억원, 또 향후 시간외 수당 미지급 건으로 노조의 소송이 예상되는데 패소 시 27억, 합해서 36억원을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적어 놓고 있다.
즉 서울시가 시설 기부채납을 받을 경우 책임 주체가 성람재단이 아닌 서울시가 되기 때문에 향후 서울시가 소송과 관련된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인 셈이다.
그러자 서류를 심사한 서울시 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서울시에 전혀 득이 되지 않는 시설 기부채납을 뭐하러 받느냐며, 안건 심사를 보류시키고, 6월 정례회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려버렸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성람 공투단 김정하 씨는 “9억원을 제외한 27억원 소송은 2003년 성람 노조가 결성되기 전에 직원들이 고발한 사항이기 때문에 공소 시효 3년이 지나 없던 일이 되어버린 사항이다.
그래서 노조 쪽에서도 현재 문제 제기를 안 하고 있고, 만약 문제가 된다면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가 없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고 서울시에 의견을 전달했는데, 서울시가 공투단 의견을 무시하고 성람재단 논리만을 그대로 계획서에 반영했다.”며 어이없어 하고 있다.
덧붙이면 “성람재단 노동조합이 시간외 근무수당 등을 요구하면서 법인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것이 현재 성람재단 논리인데, 서울시 문제 제기도 이와 똑같다.”며 “서울시가 과연 기부채납을 받을 의사가 있기는 한지 의심스럽다.”는 것이 김씨 말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장애인복지과 김용수 주임은 “지금 소송이 진행 중이고, 기부채납을 받을 경우 소송결과에 따라 서울시가 27억을 부담해야 할 우려는 상존하고 있다.”며 애초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처음 시도되는 기부채납, 관철되어야 한다는 의견 많아
6월 20일 열릴 서울시 의회 정례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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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람공투단은 기부채납 의사를 밝힌 문제시설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문을 굳게 잠근채 종로구청과 복지부에 책임 떠넘기기 자세로 일관해왔다. ⓒ전진호 기자 |
서울시 의회 나은화 의원은 “기부채납과 관련해서 작년 10월 서울시 보사위 의원 6명으로 사회복지법인 관리 운영 소위원회를 꾸렸고, 행자위에 어렵더라도 기부채납을 받는 쪽으로 가자고 의견을 제출해 놓고 있다. 힘들겠지만 기부채납을 받아 장애우 복지시설 운영에 있어서 개혁적인 법인을 만들 계획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관건은 6월 20일 열릴 서울시 의회 정례회다. 정례회에서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될 텐데 그때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만약 서울시 의회에서 기부채납을 받는 쪽으로 결론이 나오면 7월 9일 회기가 끝나니까, 그때 새로운 운영법인 선정 공고를 내고, 심사에 걸리는 기간 약 3개월을 감안하면 올해 말이면 새로운 운영법인이 선정돼서, 세 곳 시설 운영이 정상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서울시가 기부채납을 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결론이고, 만약 6월 정례회에서도 기부채납이 보류되거나 거절되면 때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덧붙이면, 서울시 장애인 복지과 김 주임은 “만약 기부채납이 이루어져도 시설이 크고 노조가 강성이라서 시설을 맡아 운영하겠다는 법인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공투단 입장은 다르다.
김정하 씨는 “서울시는 시설 운영에 관심 있는 법인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를 만났을 때는 서울가톨릭복지회, 천태종, 삼육재활원, 성공회 유지재단 등이 인수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고, 실제로 성공회 유지재단은 이미 시설을 둘러보고 운영 계획까지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시 입장을 반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사안과 관련해서 기부채납 여부를 떠나 기부채납 얘기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장애우 복지시설 비리가 발생했을 경우 문제 해결 방식은 이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었다. 에바다 재단과 청암재단이 대표적인 예이다.
문제 시설을 압박해 재단이 완전히 시설운영에서 손을 떼게 하는 기부채납 방식의 문제 해결 방식이 시도되는 것은 성람재단 건이 처음이다.
그래서 다른 시설에 경종을 울리고, 장애우 복지시설의 공공성 담보와 투명한 운영을 위해서도 반드시 기부채납이 관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장애계에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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