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의 장애인 인식 유감
[기자의 눈] 낙태가 문제해결 방법 아냐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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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낙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도중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장애계는 물론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2일자 조선일보 '최보식의 직격인터뷰'에서 “낙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낙태도 반대 입장이에요. 보수적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태아에게 장애가 있다면 낙태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이 같은 발언은 최소한 ‘장애인은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전제를 깔고 있을 때 가능하다.
결국 이 전 시장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전 시장은 ‘장애 유무’를 근거로 ‘살 가치가 있는 생명’과 ‘살 가치가 없는 생명’을 구분한 셈이 됐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통과돼 한숨을 돌리던 장애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보통은 유태인 대량학살로 알려져 있으나 장애인 역시 대량으로 학살당했던 나치의 우생학 정책 역시 바로 이러한 전제를 깔고 있었다는 점에서 나치즘의 끔찍한 악몽을 상기시키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신을 ‘1급 장애인’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 전 시장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태아일 때 장애가 있다고 죽여도 된다면 태어난 장애인 역시 죽여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며 “정말로 나찌즈나 파시스트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 장애인 네티즌의 글은 13일 대표적인 네티즌 토론장인 ‘미디어 다음’의 ‘아고라’에 아이디 ‘대박사랑’이 퍼다 올리면서 대대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애아 낙태에 대한 논쟁은 프랑스의 경우 이미 2000년에 ‘페뤼쉬 판결’을 둘러싸고 뜨겁게 벌어진 바 있다.
페뤼슈 판결이란 의사가 태아의 장애를 임신상태에서 발견하지 못해 낙태되지 않고 태어난 장애인에게 배상받을 권리가 있음을 프랑스 대법원이 확인한 판결이다.
이 소송은 임신 당시 페뤼쉬의 어머니가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 검사를 의뢰했을 때 그녀가 홍역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태아를 유산시켰을 텐데 병원이 홍역에 걸린 사실을 알아내지 못해 페뤼쉬(당시 나이 17세)는 낙태되지 못한 채 청각장애, 시각장애, 정신지체가 있으며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중증장애인으로 평생을 살아가게 됐다며 제기한 소송이었다.
당시 페뤼쉬의 어머니는 이미 개인적으로 병원측에 손해배상을 받은 상태였으며, 니콜라 페뤼쉬의 이름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당시 이 판결로 프랑스는 장애아 낙태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벌어졌고, 장애인 단체는 물론 의료계까지 “장애인이 태어난 것을 ‘손해’로 여긴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인간 존엄성을 명백히 침해한 판결”이며 “장애인은 태어나는 것보다 차라리 낙태되는 것이 낫다고 법원이 확인하는 셈”라며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이후 2001년 프랑스 법원이 임신 중 초음파 검사결과 다운증후군이 발견되지 않아 태어난 장애인 2명에게 배상권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리자 이러한 논쟁은 더 극렬해졌고, 산부인과 의사들까지 나서 “태아에게 약간의 이상만 발견되더라도 사후 책임을 면하기 위해 낙태를 권유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며 정부에 관련 법 정비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2002년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임신 중 태아의 장애 규명과 관련해 명백한 의사 과실이 없을 경우 단순히 장애인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배상받을 수는 없도록 규정하고 대신 장애인의 지원체계를 대폭 강화하는 정책안을 내놓았다.
이와 비슷한 소송은 한국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1999년 장애아 부모 조 아무개씨가 “병원에서 산전검사를 받고도 병원측이 다운증후군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의료상 과실로 인해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병원측이 이러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던 것.
서울고법은 2000년 이 소송에 대해 “의료상의 과실로 인해 정상아로 생각하고 낳은 아이가 장애아인 경우에 의사는 태어난 아이의 장애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적 손해(예를 들어 장애로 인하여 추가되는 양육비용 등)를 부모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도 “다운증후군은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이 허용되는 장애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상의 과실이 있다 하여도 신생아의 장애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배상청구는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다.
이는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이 허용되는 장애였다면’ 페뤼쉬 판결과 동일한 결과를 낳는 판결이었지만, 사회적인 논쟁이 되지 못한 채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번 이 전 시장의 발언으로 이제야 장애아 낙태에 대한 논쟁이 한국 사회에서 제기됐다면,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애아 낙태를 허용’하는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그 뒤에 깔린 전제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낙태’ 자체에 대한 논란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일정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장애’를 이유로 ‘살 가치가’ 결정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장애유무’를 근거로 ‘살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가 있더라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2일자 조선일보 '최보식의 직격인터뷰'에서 “낙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낙태도 반대 입장이에요. 보수적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태아에게 장애가 있다면 낙태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이 같은 발언은 최소한 ‘장애인은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전제를 깔고 있을 때 가능하다.
결국 이 전 시장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전 시장은 ‘장애 유무’를 근거로 ‘살 가치가 있는 생명’과 ‘살 가치가 없는 생명’을 구분한 셈이 됐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통과돼 한숨을 돌리던 장애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보통은 유태인 대량학살로 알려져 있으나 장애인 역시 대량으로 학살당했던 나치의 우생학 정책 역시 바로 이러한 전제를 깔고 있었다는 점에서 나치즘의 끔찍한 악몽을 상기시키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신을 ‘1급 장애인’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 전 시장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태아일 때 장애가 있다고 죽여도 된다면 태어난 장애인 역시 죽여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며 “정말로 나찌즈나 파시스트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 장애인 네티즌의 글은 13일 대표적인 네티즌 토론장인 ‘미디어 다음’의 ‘아고라’에 아이디 ‘대박사랑’이 퍼다 올리면서 대대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애아 낙태에 대한 논쟁은 프랑스의 경우 이미 2000년에 ‘페뤼쉬 판결’을 둘러싸고 뜨겁게 벌어진 바 있다.
페뤼슈 판결이란 의사가 태아의 장애를 임신상태에서 발견하지 못해 낙태되지 않고 태어난 장애인에게 배상받을 권리가 있음을 프랑스 대법원이 확인한 판결이다.
이 소송은 임신 당시 페뤼쉬의 어머니가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 검사를 의뢰했을 때 그녀가 홍역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태아를 유산시켰을 텐데 병원이 홍역에 걸린 사실을 알아내지 못해 페뤼쉬(당시 나이 17세)는 낙태되지 못한 채 청각장애, 시각장애, 정신지체가 있으며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중증장애인으로 평생을 살아가게 됐다며 제기한 소송이었다.
당시 페뤼쉬의 어머니는 이미 개인적으로 병원측에 손해배상을 받은 상태였으며, 니콜라 페뤼쉬의 이름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당시 이 판결로 프랑스는 장애아 낙태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벌어졌고, 장애인 단체는 물론 의료계까지 “장애인이 태어난 것을 ‘손해’로 여긴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인간 존엄성을 명백히 침해한 판결”이며 “장애인은 태어나는 것보다 차라리 낙태되는 것이 낫다고 법원이 확인하는 셈”라며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이후 2001년 프랑스 법원이 임신 중 초음파 검사결과 다운증후군이 발견되지 않아 태어난 장애인 2명에게 배상권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리자 이러한 논쟁은 더 극렬해졌고, 산부인과 의사들까지 나서 “태아에게 약간의 이상만 발견되더라도 사후 책임을 면하기 위해 낙태를 권유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며 정부에 관련 법 정비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2002년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임신 중 태아의 장애 규명과 관련해 명백한 의사 과실이 없을 경우 단순히 장애인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배상받을 수는 없도록 규정하고 대신 장애인의 지원체계를 대폭 강화하는 정책안을 내놓았다.
이와 비슷한 소송은 한국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1999년 장애아 부모 조 아무개씨가 “병원에서 산전검사를 받고도 병원측이 다운증후군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의료상 과실로 인해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병원측이 이러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던 것.
서울고법은 2000년 이 소송에 대해 “의료상의 과실로 인해 정상아로 생각하고 낳은 아이가 장애아인 경우에 의사는 태어난 아이의 장애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적 손해(예를 들어 장애로 인하여 추가되는 양육비용 등)를 부모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도 “다운증후군은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이 허용되는 장애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상의 과실이 있다 하여도 신생아의 장애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배상청구는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다.
이는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이 허용되는 장애였다면’ 페뤼쉬 판결과 동일한 결과를 낳는 판결이었지만, 사회적인 논쟁이 되지 못한 채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번 이 전 시장의 발언으로 이제야 장애아 낙태에 대한 논쟁이 한국 사회에서 제기됐다면,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애아 낙태를 허용’하는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그 뒤에 깔린 전제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낙태’ 자체에 대한 논란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일정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장애’를 이유로 ‘살 가치가’ 결정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장애유무’를 근거로 ‘살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가 있더라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작성자조은영 기자 blank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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