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인이라서 학대당하는게 당연하다고?
목포 정신지체장애우 사건
본문
섬 안에서 노예처럼 부려지는 장애우들 많아
지난 6월 28일, SBS TV'SOS 긴급출동 24시'에서는 '그 섬에선 무슨 일이?'라는 제목의 현대판 노예청년에 대한 내용이 방영됐다.
주인공인 이 씨(33. 정신지체2급)는 인신매매로 그 섬에 끌려 들어가 10년 동안 마을 이장 밑에서 월급 한 푼 못 받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죽도록 일만 했다고 한다. 더욱이 주민들이 이 씨의 탈출을 막고 있어, 섬을 벗어날 수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그램 제작팀은 전남 신안군 내에있는 2백여의 섬에는 이 씨처럼 인신매매로 섬에 잡혀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김 양식장을 비롯한 섬 곳곳에서 임금조차 받지 못한 채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은 기초생활수급비조차 착취당한 채 살고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피해자 대부분이 장애우여서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SOS 긴급출동 24시'의 취재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된 전남 목포 경찰서는 지난 5~6월동안 '도서권 인신매매사범 집중단속'을 벌여 인신매매 및 임금착취 사범,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범을 수사했다. 그 결과 총 9건의 사례가 적발되어 현재 수사 중이라고 한다.
목포 경찰서 측은 "수사 중인 9건의 사례들은 모두 전남 목포시 신안군 일대에서 장애우 등 상대의 심신박약 상태를 이용해 돈을 편취한 준사기 건" 이라며 "이들의 생계비나 노임 착취 상황들은 62개월 생계비 횡령 혐의; 1천875만1천130만원/ 8년 노임 횡령혐의; 8백만 원/ 8년 4개월 생계비 횡령 혐의; 2천786만1천원 등 총 9건에 확인된 횡령금액만도 1억 5천만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함께걸음〉은 목포경찰서 측의 협조로 그 중 한 사건의 피해자를 만날 수 있었다.
피해자인 안 씨(33)도 정신지체 2급의 장애우다. 안 씨는 현재 목포시 임자면이라는 섬에서 가해자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가해자는 10년 정도 안 씨를 보호해왔다는 정 모씨로, 그는 현재 안 씨의 생계비 79개월분 2천370만원과 노임 3천180만원(총 5천55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수사 중에 있다.
기자는 지난 6월 12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와 연구소 전남지소 활동가들과 함께 안 씨를 직접 만나 취재했다.
"으이구, 저 놈은 어디서 죽지도 않고!!"
안 씨가 살고 있는 임자면은 목포시가지에서 한 시간이나 걸리는 선착장에서 배로 20여분을 또 들어가야 하는 섬이다. 임자면 파출소에서 만난 안 씨는, 햇볕이 강한 초여름 날씨에도 검은색 겨울 체육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파출소에는 안 씨와 가해자의 부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동네 창피해 못 살겠네 정말. 갈 곳 없는 사람 거둔 것은 생각 안 해주고, 이제 와서 얘 때문에 이게 무슨 망신인지 모르겠다니까. 나하고 얘기해요. 도대체 뭐가 문젠데요? 네?"라며 항의부터 했다.
기자는 험악해진 분위기에 눈치만 살피는 안 씨와 함께 파출소에서 나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담당형사는 주변 사람들이 안 씨는 말도 안 통하고, 노동능력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 씨는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하고, 좋아하는 식당을 안내하는 등 일정 부분에서는 의사표현을 하고 있었다.
안 씨는 기자의 질문에 "모르겠어요"를 연발하기는 했지만, 간간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은 큰아빠(가해자)랑 따로 살아요", "옛날에 따귀 맞어요. 주먹으로 때려. 인제는 안 때려요. 할머니는 때려요. 손으로 여기.", "나락(벼) 베요. 밭에 풀도 심고, 논둑에도 일해요. 돈은 없어요.", "겨울은 찬물로 씻어요. 빨래는 손으로 이렇게. 찬물로 해요. 지금은 불(전등) 들어와요. 예전엔 없어요."
식사를 하는 동안 안 씨는 반찬을 먹을 때마다 눈치를 보며 "이거 먹어도 돼요?"를 몇 번씩 물어봤다. 보다 못해 반찬 그릇들을 앞으로 밀어주었지만, 안 씨는 식사 내내 반찬을 집을 때마다 허락을 구했다.
식사 후 기자는 안 씨와 함께 임자면사무소를 찾았다. 사회복지전문요원은 "온지 얼마 안되서 사정을 잘 모른다"고 했다. 면사무소에 따르면 안 씨는 1997년도에 임자면에 전입을 했고, 98년도부터 생계비를 받기 시작했단다. 전문요원은 안 씨가 아마 직업소개소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섬에 유입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안 씨는 지난 5월 기준으로 매달 생계비와 장애수당을 합해 약 34만원씩을 지급 받았다고. 그러나 현재 통장에는 5월에 받은 생계비만 달랑 들어 있다고 한다.
사회복지전문요원은 "안 씨가 말을 안 듣는다고 할머니가 불평하는 정도만 알았지, 상황이 이럴 줄은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런데 면사무소를 오가던 한 주민이 안 씨를 보더니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거기서 뭐하냐? 얼른 따라 나와, 이 짐이나 좀 들어라. 으이구, 어디서 죽지도 않고. 빨리 나가서 죽기나해라!!"
놀란 이 씨는 엉거주춤 일어나 면사무소 문 앞까지 짐을 들어다 주었다.
"안 씨는 사실 냉방에서 살았죠. 동네 사람들 일도 많이 해줬고."
전남 목포 경찰서는 가해자인 정씨에 대해 안 씨의 생계비와 노임을 합해 총 5천55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수사 중이다. 형사는 "안 씨 이름으로 탄 보험료 4백여만 원을 정씨가 가지고 있고, 안 씨의 생계비 중 일부를 정씨의 보험료로 쓴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담당 형사는 안 씨가 대략 10여년 전 임자면에 들어와 전전하다가 정씨를 만나 살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안 씨는 현재 가해자의 노모(70)를 "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폐교의 한 귀퉁이에 함께 살고 있다.
가해자의 노모와 안 씨는 5년 전부터 폐교 사택에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2003년에 한 시설장이 이 폐교를 사서 장애우 시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시설 관계자는 "두 사람이 우리 시설에 입소한 것은 아니고, 노모가 갈 곳이 없어 못나간다고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동안 안 씨가 경운기도 몰고 다니면서 동네 사람들 농사 일도 많이 해줬다. 나락 거두고 벼 베는 일, 논에 물대는 일 등등. 사실 어디 돈 받고 했겠냐. 사람들이 일은 시켰어도 담배나 술 같은 거나 좀 줬지. 그리고 사실 그동안 냉방에서 살았다."고 덧붙였다.
안 씨는 가해자 노모의 뒤쪽 방에서 살고 있었다. 말이 사택이지, 문짝 닫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쇠락한 곳이었다.
노모의 방은 그나마 나아 보였지만, 안 씨의 방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사람 사는 공간에 마땅히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물건들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군데군데 벽지조차 뜯겨지고 그나마 최근에 달았다는 전등은 고장 난 듯 껌벅거리고 있었다. 벽장 안에 흩어져있던 남루한 두세 벌 옷이 안 씨가 가진 전부였다.
보일러 조절기는 노모의 방에 있었고, 안 씨가 맘 놓고 씻을 만한 곳조차 없었다. 안 씨가 세수며 빨래를 한다고 가리킨 곳은 사택입구 노천하수구 옆에 있는 수돗가였다. 하수구는 고여 있는 하숫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가 진동했다. 겨울에 안 씨가 어떻게 씻고 빨래를 했을지 눈에 선했다. 노모는 아들 정씨와 며느리가 자주 온다고 했지만, 열어본 냉장고 안에는 젓갈통 몇 개뿐이었다.
성인 남성 정신지체장애우를 위한 쉼터 절실해
현재 안 씨는 가해자 노모와 함께 살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안 씨는 임시방편이라도 쉴 곳조차 없어서 불구속 수사 중인 가해자 가족과 아직도 같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안 씨가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사건이 마무리 될 때까지 만이라도 잠시 가해자와 떨어져 있을 만한 쉼터조차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 쉼터,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 쉼터, 노숙인 쉼터 등은 있지만,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잠시나마 가해자들과 분리되어 있을 만한 곳은 없다.
지금 안 씨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가해자와 살던지 아니면 시설로 가든지. 그러나 현재 가해자 가족과 같이 있는 것은 안 씨의 선택이 아니다. 사회가 안 씨에게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정신지체장애우들이 처한 현주소다.
정신지체장애우들은 다른 장애와 달라서 비장애우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쉼터에서 적응하질 못해, 그 안에서도 2차적인 인권침해를 당하기 일쑤다. 그러니 정신지체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쉼터 운영자들도 썩 내켜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정신지체 여성들은 아쉬운 대로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쉼터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정신지체가 있는 성인 남성이 이용할 수 있는 응급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목포 경찰서 김신우 형사과장은 "이 씨를 제외한 나머지 사건들의 피해자들은 아직 가해자와 같이 살고 있다. 사건을 진행하면서 이런 경우도 드물다. 사건을 파헤쳐 놨는데 막상 피해자들은 가해자와 분리되어 있을 곳이 없었다. 안 씨처럼 연고자를 찾을 수 없거나, 그나마 연락이 닿은 가족들은 보호를 거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더 난감하다. 전부 시설로 보내야 하는데 자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생활 근거지를 아예 갑자기 바꾸는 거라 그것도 여의치가 않은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피해자들은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가해자가 구속된다고 해도, 누군가 옆에서 지속적으로 도와주지 않는 한, 안 씨가 피해를 보상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 보통 피해보상은 형사 건을 근거로 민사소송으로 이뤄지는데,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안 씨가 민사소송을 혼자서 준비하고 감내하는 것은 장애 때문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희선 인권센터 팀장은 "가해자들이 응분의 댓가를 치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가해자가 처벌 받는다고 해도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피해자들의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렵다. 정신지체장애우들은 장애 특성상 장기간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가해자에게 착취당한 금액은 피해자들의 전 재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그 피해액을 되돌려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 때문에 민사소송을 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지원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설명했다.
정신지체장애우니까 당연하다는 잘못된
장애인식이 문제
안 씨가 어떻게 임자면이라는 섬까지 왔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한 20년은 되었을 거라는 것이 사람들의 추측이다. 그이가 정말 몇 살인지 가족은 있는지, 본인도 모르고 면사무소도 모른다. 1983년도에서야 만들었다는 주민등록에 의하면, 안 씨는 서른셋. 그러나 안 씨는, 앞니 서너 대가 다 빠지고 갚은 주름 탓인지, 마흔은 훨씬 넘어 보였다.
기자가 안 씨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면사무소에 갔던 과정을 자세히 서술한 이유가 있다. 안 씨를 만난 시간은 비록 짧았지만, 그 과정은 우리 사회에서 정신지체장애우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씨는 '보호'라는 명목 하에 안씨의 생계비를 횡령하고 정당한 노임도 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돈을 쓴 것은 잘못이지만 사실 보호비로 쓴 것이다. 30만원으로 안 씨 혼자 살 수나 있겠는가? 더구나 안 씨는 돈 개념조차 없는 사람이다."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 씨의 행색과 주거 환경을 근거로 미루어 짐작컨대, 매월 30만원이 넘는 생계비와 노임을 안 씨를 위해 썼다는 정씨의 주장은 억지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남루한 옷차림과 가구 하나 없는 방, 식사 내내 눈치를 보던 안 씨의 모습에서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받고 인간다운 관계를 맺고 있다는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가해자의 노모는 안 씨가 여름에도 긴 옷을 입고 다닌다고 구박했지만, 안 씨 방에는 제대로 갈아입을 옷조차 없었다. 그렇지만 가해자 가족은 안 씨에게 미안해 하기는 커녕, 기껏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험한 꼴만 봤다는 태도였다.
그리고 주변인들은 안 씨가 말이 통하질 않아서 일도 못한다고 했다지만, 취재 결과 안 씨는 경운기까지 몰며 동네 사람들의 농사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면사무소 안에서 우연히 만난 동네 주민은 안 씨에게 예사로 막말을 퍼부으며 동네 개 취급하듯이 대했다. 이 장면에서 사회복지전문요원은 그저 난처하다는 표정만 지을 뿐, 제지조차 안하고 있었다. 면사무소 안에서도 이럴진대, 밖에서 안 씨를 어떻게 대할지는 속된 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막말로, 정신만 모자랄 뿐이지 사지가 멀쩡한 안 씨는 일손이 절실히 필요한 섬 안에서 돈을 주지 않고도 언제든 손쉽게 부려먹을 수 있는, 그야말로 동네가 공유하고 있는 머슴이었던 것이다.
취재 결과, 안 씨는 몸이 불편한 가해자 노모의 손발 노릇은 물론, 동네 농사일까지 무보수로 하고 있었다. 기자는 취재 내내 주민들이 안 씨의 장애를 악용해왔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공무원도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 담당 공무원은 가해자 노모의 사소한 불평은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본인이 살폈어야 할 생계비 수급자인 안 씨의 사정은 전혀 몰랐다. 매월 30만원이 넘는 생계비를 받는 안 씨가 그렇게 초라한 행색으로 다닐 때 공무원이 한번만이라도 의심을 했더라면 그이의 상황은 진작 개선됐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안 씨가 그렇게 사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살아도,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아도, 생계비를 다른 사람이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정신지체장애우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뿌리 깊은 편견이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안 씨는 선택의 여지조차 없는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단지, 정신지체 장애우라는 이유로 말이다.
글 사진 최희정 기자
1. 안 씨의 방에는 사람 사는 공간에 마땅히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물건들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벽장 안에 흩어져있던 남루한 두세 벌 옷이 안 씨가 가진 전부였다.
2. 안씨가 생활하는 곳 냉장고. 냉장고 안에는 젓갈통 몇 개뿐이었다.
3. 안 씨가 세수며 빨래를 한다는 사택입구 노천하수구 옆 수돗가. 하수구는 고여 있는 하숫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로 진동했다. 겨울에 안 씨가 어떻게 씻고 빨래를 했을지 눈에 선했다.
안 씨의 행색과 주거 환경을 근거로 미루어 짐작컨대, 매월 30만원이 넘는 생계비와 노임을 안 씨를 위해 썼다는 정씨의 주장은 억지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남루한 옷차림과 가구 하나 없는 방, 식사 내내 눈치를 보던 안 씨의 모습에서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받고 인간다운 관계를 맺고 있다는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가해자의 노모는 안 씨가 여름에도 긴 옷을 입고 다닌다고 구박했지만, 안 씨 방에는 제대로 갈아입을 옷조차 없었다. 그렇지만 가해자 가족은 안 씨에게 미안해 하기는 커녕, 기껏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험한 꼴만 봤다는 태도였다.
지난 6월 28일, SBS TV'SOS 긴급출동 24시'에서는 '그 섬에선 무슨 일이?'라는 제목의 현대판 노예청년에 대한 내용이 방영됐다.
주인공인 이 씨(33. 정신지체2급)는 인신매매로 그 섬에 끌려 들어가 10년 동안 마을 이장 밑에서 월급 한 푼 못 받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죽도록 일만 했다고 한다. 더욱이 주민들이 이 씨의 탈출을 막고 있어, 섬을 벗어날 수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그램 제작팀은 전남 신안군 내에있는 2백여의 섬에는 이 씨처럼 인신매매로 섬에 잡혀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김 양식장을 비롯한 섬 곳곳에서 임금조차 받지 못한 채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은 기초생활수급비조차 착취당한 채 살고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피해자 대부분이 장애우여서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SOS 긴급출동 24시'의 취재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된 전남 목포 경찰서는 지난 5~6월동안 '도서권 인신매매사범 집중단속'을 벌여 인신매매 및 임금착취 사범,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범을 수사했다. 그 결과 총 9건의 사례가 적발되어 현재 수사 중이라고 한다.
목포 경찰서 측은 "수사 중인 9건의 사례들은 모두 전남 목포시 신안군 일대에서 장애우 등 상대의 심신박약 상태를 이용해 돈을 편취한 준사기 건" 이라며 "이들의 생계비나 노임 착취 상황들은 62개월 생계비 횡령 혐의; 1천875만1천130만원/ 8년 노임 횡령혐의; 8백만 원/ 8년 4개월 생계비 횡령 혐의; 2천786만1천원 등 총 9건에 확인된 횡령금액만도 1억 5천만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함께걸음〉은 목포경찰서 측의 협조로 그 중 한 사건의 피해자를 만날 수 있었다.
피해자인 안 씨(33)도 정신지체 2급의 장애우다. 안 씨는 현재 목포시 임자면이라는 섬에서 가해자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가해자는 10년 정도 안 씨를 보호해왔다는 정 모씨로, 그는 현재 안 씨의 생계비 79개월분 2천370만원과 노임 3천180만원(총 5천55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수사 중에 있다.
기자는 지난 6월 12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와 연구소 전남지소 활동가들과 함께 안 씨를 직접 만나 취재했다.
"으이구, 저 놈은 어디서 죽지도 않고!!"
안 씨가 살고 있는 임자면은 목포시가지에서 한 시간이나 걸리는 선착장에서 배로 20여분을 또 들어가야 하는 섬이다. 임자면 파출소에서 만난 안 씨는, 햇볕이 강한 초여름 날씨에도 검은색 겨울 체육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파출소에는 안 씨와 가해자의 부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동네 창피해 못 살겠네 정말. 갈 곳 없는 사람 거둔 것은 생각 안 해주고, 이제 와서 얘 때문에 이게 무슨 망신인지 모르겠다니까. 나하고 얘기해요. 도대체 뭐가 문젠데요? 네?"라며 항의부터 했다.
기자는 험악해진 분위기에 눈치만 살피는 안 씨와 함께 파출소에서 나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담당형사는 주변 사람들이 안 씨는 말도 안 통하고, 노동능력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 씨는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하고, 좋아하는 식당을 안내하는 등 일정 부분에서는 의사표현을 하고 있었다.
안 씨는 기자의 질문에 "모르겠어요"를 연발하기는 했지만, 간간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은 큰아빠(가해자)랑 따로 살아요", "옛날에 따귀 맞어요. 주먹으로 때려. 인제는 안 때려요. 할머니는 때려요. 손으로 여기.", "나락(벼) 베요. 밭에 풀도 심고, 논둑에도 일해요. 돈은 없어요.", "겨울은 찬물로 씻어요. 빨래는 손으로 이렇게. 찬물로 해요. 지금은 불(전등) 들어와요. 예전엔 없어요."
식사를 하는 동안 안 씨는 반찬을 먹을 때마다 눈치를 보며 "이거 먹어도 돼요?"를 몇 번씩 물어봤다. 보다 못해 반찬 그릇들을 앞으로 밀어주었지만, 안 씨는 식사 내내 반찬을 집을 때마다 허락을 구했다.
식사 후 기자는 안 씨와 함께 임자면사무소를 찾았다. 사회복지전문요원은 "온지 얼마 안되서 사정을 잘 모른다"고 했다. 면사무소에 따르면 안 씨는 1997년도에 임자면에 전입을 했고, 98년도부터 생계비를 받기 시작했단다. 전문요원은 안 씨가 아마 직업소개소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섬에 유입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안 씨는 지난 5월 기준으로 매달 생계비와 장애수당을 합해 약 34만원씩을 지급 받았다고. 그러나 현재 통장에는 5월에 받은 생계비만 달랑 들어 있다고 한다.
사회복지전문요원은 "안 씨가 말을 안 듣는다고 할머니가 불평하는 정도만 알았지, 상황이 이럴 줄은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런데 면사무소를 오가던 한 주민이 안 씨를 보더니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거기서 뭐하냐? 얼른 따라 나와, 이 짐이나 좀 들어라. 으이구, 어디서 죽지도 않고. 빨리 나가서 죽기나해라!!"
놀란 이 씨는 엉거주춤 일어나 면사무소 문 앞까지 짐을 들어다 주었다.
"안 씨는 사실 냉방에서 살았죠. 동네 사람들 일도 많이 해줬고."
전남 목포 경찰서는 가해자인 정씨에 대해 안 씨의 생계비와 노임을 합해 총 5천55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수사 중이다. 형사는 "안 씨 이름으로 탄 보험료 4백여만 원을 정씨가 가지고 있고, 안 씨의 생계비 중 일부를 정씨의 보험료로 쓴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담당 형사는 안 씨가 대략 10여년 전 임자면에 들어와 전전하다가 정씨를 만나 살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안 씨는 현재 가해자의 노모(70)를 "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폐교의 한 귀퉁이에 함께 살고 있다.
가해자의 노모와 안 씨는 5년 전부터 폐교 사택에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2003년에 한 시설장이 이 폐교를 사서 장애우 시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시설 관계자는 "두 사람이 우리 시설에 입소한 것은 아니고, 노모가 갈 곳이 없어 못나간다고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동안 안 씨가 경운기도 몰고 다니면서 동네 사람들 농사 일도 많이 해줬다. 나락 거두고 벼 베는 일, 논에 물대는 일 등등. 사실 어디 돈 받고 했겠냐. 사람들이 일은 시켰어도 담배나 술 같은 거나 좀 줬지. 그리고 사실 그동안 냉방에서 살았다."고 덧붙였다.
안 씨는 가해자 노모의 뒤쪽 방에서 살고 있었다. 말이 사택이지, 문짝 닫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쇠락한 곳이었다.
노모의 방은 그나마 나아 보였지만, 안 씨의 방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사람 사는 공간에 마땅히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물건들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군데군데 벽지조차 뜯겨지고 그나마 최근에 달았다는 전등은 고장 난 듯 껌벅거리고 있었다. 벽장 안에 흩어져있던 남루한 두세 벌 옷이 안 씨가 가진 전부였다.
보일러 조절기는 노모의 방에 있었고, 안 씨가 맘 놓고 씻을 만한 곳조차 없었다. 안 씨가 세수며 빨래를 한다고 가리킨 곳은 사택입구 노천하수구 옆에 있는 수돗가였다. 하수구는 고여 있는 하숫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가 진동했다. 겨울에 안 씨가 어떻게 씻고 빨래를 했을지 눈에 선했다. 노모는 아들 정씨와 며느리가 자주 온다고 했지만, 열어본 냉장고 안에는 젓갈통 몇 개뿐이었다.
성인 남성 정신지체장애우를 위한 쉼터 절실해
현재 안 씨는 가해자 노모와 함께 살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안 씨는 임시방편이라도 쉴 곳조차 없어서 불구속 수사 중인 가해자 가족과 아직도 같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안 씨가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사건이 마무리 될 때까지 만이라도 잠시 가해자와 떨어져 있을 만한 쉼터조차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 쉼터,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 쉼터, 노숙인 쉼터 등은 있지만,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잠시나마 가해자들과 분리되어 있을 만한 곳은 없다.
지금 안 씨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가해자와 살던지 아니면 시설로 가든지. 그러나 현재 가해자 가족과 같이 있는 것은 안 씨의 선택이 아니다. 사회가 안 씨에게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정신지체장애우들이 처한 현주소다.
정신지체장애우들은 다른 장애와 달라서 비장애우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쉼터에서 적응하질 못해, 그 안에서도 2차적인 인권침해를 당하기 일쑤다. 그러니 정신지체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쉼터 운영자들도 썩 내켜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정신지체 여성들은 아쉬운 대로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쉼터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정신지체가 있는 성인 남성이 이용할 수 있는 응급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목포 경찰서 김신우 형사과장은 "이 씨를 제외한 나머지 사건들의 피해자들은 아직 가해자와 같이 살고 있다. 사건을 진행하면서 이런 경우도 드물다. 사건을 파헤쳐 놨는데 막상 피해자들은 가해자와 분리되어 있을 곳이 없었다. 안 씨처럼 연고자를 찾을 수 없거나, 그나마 연락이 닿은 가족들은 보호를 거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더 난감하다. 전부 시설로 보내야 하는데 자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생활 근거지를 아예 갑자기 바꾸는 거라 그것도 여의치가 않은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피해자들은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가해자가 구속된다고 해도, 누군가 옆에서 지속적으로 도와주지 않는 한, 안 씨가 피해를 보상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 보통 피해보상은 형사 건을 근거로 민사소송으로 이뤄지는데,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안 씨가 민사소송을 혼자서 준비하고 감내하는 것은 장애 때문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희선 인권센터 팀장은 "가해자들이 응분의 댓가를 치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가해자가 처벌 받는다고 해도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피해자들의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렵다. 정신지체장애우들은 장애 특성상 장기간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가해자에게 착취당한 금액은 피해자들의 전 재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그 피해액을 되돌려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 때문에 민사소송을 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지원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설명했다.
정신지체장애우니까 당연하다는 잘못된
장애인식이 문제
안 씨가 어떻게 임자면이라는 섬까지 왔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한 20년은 되었을 거라는 것이 사람들의 추측이다. 그이가 정말 몇 살인지 가족은 있는지, 본인도 모르고 면사무소도 모른다. 1983년도에서야 만들었다는 주민등록에 의하면, 안 씨는 서른셋. 그러나 안 씨는, 앞니 서너 대가 다 빠지고 갚은 주름 탓인지, 마흔은 훨씬 넘어 보였다.
기자가 안 씨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면사무소에 갔던 과정을 자세히 서술한 이유가 있다. 안 씨를 만난 시간은 비록 짧았지만, 그 과정은 우리 사회에서 정신지체장애우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씨는 '보호'라는 명목 하에 안씨의 생계비를 횡령하고 정당한 노임도 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돈을 쓴 것은 잘못이지만 사실 보호비로 쓴 것이다. 30만원으로 안 씨 혼자 살 수나 있겠는가? 더구나 안 씨는 돈 개념조차 없는 사람이다."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 씨의 행색과 주거 환경을 근거로 미루어 짐작컨대, 매월 30만원이 넘는 생계비와 노임을 안 씨를 위해 썼다는 정씨의 주장은 억지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남루한 옷차림과 가구 하나 없는 방, 식사 내내 눈치를 보던 안 씨의 모습에서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받고 인간다운 관계를 맺고 있다는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가해자의 노모는 안 씨가 여름에도 긴 옷을 입고 다닌다고 구박했지만, 안 씨 방에는 제대로 갈아입을 옷조차 없었다. 그렇지만 가해자 가족은 안 씨에게 미안해 하기는 커녕, 기껏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험한 꼴만 봤다는 태도였다.
그리고 주변인들은 안 씨가 말이 통하질 않아서 일도 못한다고 했다지만, 취재 결과 안 씨는 경운기까지 몰며 동네 사람들의 농사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면사무소 안에서 우연히 만난 동네 주민은 안 씨에게 예사로 막말을 퍼부으며 동네 개 취급하듯이 대했다. 이 장면에서 사회복지전문요원은 그저 난처하다는 표정만 지을 뿐, 제지조차 안하고 있었다. 면사무소 안에서도 이럴진대, 밖에서 안 씨를 어떻게 대할지는 속된 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막말로, 정신만 모자랄 뿐이지 사지가 멀쩡한 안 씨는 일손이 절실히 필요한 섬 안에서 돈을 주지 않고도 언제든 손쉽게 부려먹을 수 있는, 그야말로 동네가 공유하고 있는 머슴이었던 것이다.
취재 결과, 안 씨는 몸이 불편한 가해자 노모의 손발 노릇은 물론, 동네 농사일까지 무보수로 하고 있었다. 기자는 취재 내내 주민들이 안 씨의 장애를 악용해왔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공무원도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 담당 공무원은 가해자 노모의 사소한 불평은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본인이 살폈어야 할 생계비 수급자인 안 씨의 사정은 전혀 몰랐다. 매월 30만원이 넘는 생계비를 받는 안 씨가 그렇게 초라한 행색으로 다닐 때 공무원이 한번만이라도 의심을 했더라면 그이의 상황은 진작 개선됐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안 씨가 그렇게 사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살아도,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아도, 생계비를 다른 사람이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정신지체장애우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뿌리 깊은 편견이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안 씨는 선택의 여지조차 없는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단지, 정신지체 장애우라는 이유로 말이다.
글 사진 최희정 기자
1. 안 씨의 방에는 사람 사는 공간에 마땅히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물건들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벽장 안에 흩어져있던 남루한 두세 벌 옷이 안 씨가 가진 전부였다.
2. 안씨가 생활하는 곳 냉장고. 냉장고 안에는 젓갈통 몇 개뿐이었다.
3. 안 씨가 세수며 빨래를 한다는 사택입구 노천하수구 옆 수돗가. 하수구는 고여 있는 하숫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로 진동했다. 겨울에 안 씨가 어떻게 씻고 빨래를 했을지 눈에 선했다.
안 씨의 행색과 주거 환경을 근거로 미루어 짐작컨대, 매월 30만원이 넘는 생계비와 노임을 안 씨를 위해 썼다는 정씨의 주장은 억지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남루한 옷차림과 가구 하나 없는 방, 식사 내내 눈치를 보던 안 씨의 모습에서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받고 인간다운 관계를 맺고 있다는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가해자의 노모는 안 씨가 여름에도 긴 옷을 입고 다닌다고 구박했지만, 안 씨 방에는 제대로 갈아입을 옷조차 없었다. 그렇지만 가해자 가족은 안 씨에게 미안해 하기는 커녕, 기껏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험한 꼴만 봤다는 태도였다.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