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아, 어디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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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때같은 자식을 잃어버린 아픔이야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똑같겠지만, 지적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시선을 견뎌가며 자식을 찾는 고통은 가히 상상하기 힘들었으리라.
당시나이 17세.
처음 간 동네서 헤매다 얼어 죽으면 어떻게 하나 새까맣게 속을 태워가며, 피를 토하면서 도연 씨(정신지체 1급)를 찾아 헤맨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그동안 그를 찾기 위해 방문한 시설만도 300여 곳, 노트 한권 분량의 제보를 받았지만 도연 씨의 행방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반드시 찾으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피눈물 나는 세월을 보내고 있는 도연 씨 어머니인 박인숙 씨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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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당시 제작한 전단지 |
- 잃어버렸을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달라.
“지난 2001년 1월 29일, 집(마산)에서 한참 떨어진 경주 보문단지에 위치한 한국콘도 앞에서 도연이를 잃어버렸다.
당시 도연이는 마산에 있는 특수학교인 혜림학교 고등부 3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겨울방학기간이라 집에서 생활하던 중 장애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있어서 보냈는데, 그 프로그램 마지막 행사로 2박 3일간 경주 보문단지로 여행을 갔다가 봉사원의 실수로 잃어버렸다.”
- 실종 미아의 경우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어떻게 대처했나.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데... 당시 도연이를 담당한 봉사원은 한국콘도안에 있던 중 화장실 갔다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달 반이 넘은 후 안 사실은 콘도에 소지품을 놓고 나와 점심식사를 한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하다가 잃어버렸단다. 결국 엉뚱한 곳을 찾아 헤맨 셈이다”
- 집이 마산이라 도연 씨를 찾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아이가 사라진 1월 29일은 엄청 추웠다. 빨리 찾지 못하면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며칠간 한숨도 안자고 도연이를 찾아 헤맸다. 상황이 이러니 마산에서 경주까지 왔다 갔다 할 수 없어서 한 달 반가량을 하루 종일 도연이를 찾다가 차에서 자는 노숙생활을 했다.
당시 도연이 동생들은 아이 할머니께 맡겼는데, 아이들이 찾아와 울면서 ‘그만 돌아가자’고 매달리더라.
이후 집으로 돌아왔는데 젓가락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심신이 극도로 안 좋았다.”
- 가족들이 무척 힘들었을 듯싶다.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는 부모들과 가끔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이를 잃어버리고 정상적으로 사는 가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혼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은데,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남들이 모르는 남아있는 가족들의 고통은 엄청나다.
우리 집 역시 도연이 동생이 사회에 대해 심각한 불신감을 표시하는 등 도연이를 찾으며 얻은 상처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 너무나 마음 아프다.”
공적 시스템 통해 도움 받은 것 전혀 없어
- 공적 시스템을 통해 도연 씨 찾기에 도움 받은 게 있다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도연이를 잃어버렸단 이야기를 듣고 경주로 가는 길에 관할 파출소에 신고를 했더니 상황을 설명했음에도 나이가 17세라는 이유 때문에 ‘실종’이 아닌 ‘가출’로 접수됐다.
실종이냐 가출이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가출은 스스로 나갔기 때문에 공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지만, 실종으로 접수될 경우 경찰에서 조사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가출로 접수했다하더라도 인근 파출소에 연락정도는 해줄 수 있을 텐데 그것조차 없었다. 때문에 도연이를 찾는 반경이 넓어질 때마다 관할 파출소를 쫓아다니며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끼리 찾아서는 안 되겠다’ 싶어 무작정 방송국에 찾아가 미아 찾기 방송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하지만 피를 토하며 부탁하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결국 방송에 나갈 수 있었다.
그게 도연이를 잃어버린 지 이틀 후였는데, 공중파 방송을 타게 되자 제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이미 이틀 전 정보인지라 도연이를 봤다는 곳에서 우리아이의 행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경주시청이었다. 도연이를 찾기 위해선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경찰은 뒷짐만 지고 있으니 궁여지책으로 경주시장을 만나 부탁하기 위해 찾아간 것이다. 경주시장은 만나지 못했지만 그 밑에 계신 분을 만나 사정 이야기를 드리고 부탁을 드렸다. 같이 갔던 도연이 동생이 기절할 듯 울면서 애원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아낌없는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도연이를 찾기 위해 군인들을 비롯해 공익요원들, 인근 골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까지 동원해 한국콘도 인근을 샅샅이 뒤졌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 이후 6년간 도연이를 찾기 위해 한 일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흔히들 하는 전단지는 수십만 장도 넘게 뿌렸다.
컴퓨터를 못 다룬다는 이유도 있지만 얼마 전까지 하루에 100통에서 150통씩 일일이 손으로 써서 전단지를 만들었다.
혹시나 자필로 적은 전단지를 시설 등에 보내면 도연이를 데리고 있는 이가 성의를 봐서라도 보내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 때문이다.
전단지를 통해 아이를 찾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 못 찾았으니 도연이에겐 전단지 작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단지 보내는 작업을 그만둘 수 없는 건, 시설 등에서 지적장애인이나 치매노인 등을 몰래 데리고 있다가 사실이 드러나면 “당신들이 데리고 있기 힘드니 버린 것 아니냐, 그래서 우리가 데리고 있었다”는 핑계를 댄다.
이렇게 끊임없이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다 보면 그들 인식도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싶어 그만둘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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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카페 '도연아 어딨니' |
정신병원 등서 장애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해 더 찾기 힘들어
- 그동안 장애인 시설에도 많이 찾아다녔을 텐데.
“300여 곳이 넘는 곳을 찾아 헤맸다.
사실 처음에는 장애아동이 실종되면 장애인 시설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실종된 지적장애인을 찾은 사례들 대다수가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원에서다.
나 역시 도연이를 잃어버린 직후 정신병원에 근무하고 계신다는 분에게 “17세 먹은 지적장애인이라면 시설을 찾지 말고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원을 찾아보라”는 제보를 받은 적이 있다.
이 사실이 납득되지 않아 보건복지부에 쫓아가 “왜 우리아이들을 정신장애가 있는 이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그들이 먹는 약을 먹이며 데리고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더니 “장애인 시설은 포화상태라 어쩔 수 없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알고 보니 장애인 시설이 포화상태라는 이유는 겉으로 드러난 사실이고, 우리 아이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원에 우리 아이와 같은 지적장애인을 기초생활수급권자로 등록시키지 않고 행려자로 분류하면 의료 보험급여 등으로 많게는 120만원까지 정부로부터 받아낼 수 있단다.
도연이도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원에 행려자로 분류돼 수용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도 없이 쫓아다녔지만 문전박대만 당했을 뿐,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보기 위해 보건복지부 보건정신과 담당 과장을 만나 ‘정신병원 등에 있는 이들에게 의료급여가 나간 기록이 남아 있을 테니 행려자만이라도 카드로 정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다음 달에 인사이동이 있기 때문에 난 해줄 수 없다”고 대답하더라. 이게 국민이 낸 세금으로 먹고사는 사람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소리인가.”
- 도연 씨를 비롯해 실종된 지적장애인을 찾기 위해 어떤 게 시급하다고 생각하는가.
현재로서는 지적장애인이 실종될 경우 장애등급이나 연령과 상관없이 등록?관리하는 것 이외에 제도적으로 갖춰진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조사권 등을 담은 ‘실종미아 특별법’과 같은 실질적인 제도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 아이를 찾아 헤매다 집안이 파탄나 파산신청이나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숱하게 목격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모가 원할 경우 실종아동 기관 등에서 전단지 등의 제작비와 아이들을 찾는데 드는 비용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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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신님의 댓글
나영신 작성일자식을 잃은 부모님의 마음에는 숯밭이 되어 썪고 썪었을 터인데 어서 속히 도연이가 부모님의 품 안으로 돌아오기를 기도 드립니다. 도연이 부모님! 힘 내세요~~ 건강을 잃지 마시고요, 하나님의 위로하심과 돌보심이 있으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